이달 초 LG전자에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V20를 발표했습니다. 이달 말에야 정식으로 출시되는데요. 별다른 예약판매를 진행하진 않고, 이통3사 매장에서 체험존을 운영한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하반기 짚어볼 만한 전략 스마트폰이라 유의 깊게 살펴보고 있었는데요. 출시 전 제품을 며칠 써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기대 반, 걱정 반이 됐는데요. 이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LG V20이 기대되는 이유
LG전자는 작년 V10을 출시하면서 비주얼(Visual)과 모험(Adventure)에 초점을 맞춘 도시 모험가를 위한 스마트폰이 바로 V10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출시 당시 장진 감독 등이 광고 모델로 나서면서 V10으로 직접 단편 영화를 촬영하는 등 V 시리즈의 첫 스마트폰을 화려하게 열었습니다.
이번 V20은 V10의 정식 후속작으로 V10의 특징은 강화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제품 발표회에도 직접 다녀왔는데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주기 위한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만져본 V20. 제품 디자인은 V10의 모습보다는 올해 출시한 LG G5가 더 생각나는 모양입니다. 생각해보니 그때도 '사용자 경험'을 강조했던 기억이 나네요.
메탈 바디를 채택해 견고함을 높였으며, 특히 전면 유리 파손을 막기 위해 충격을 분산할 수 있는 실리콘-폴리카보네이트(Si-PC0를 상하단에 적용해 전체적인 제품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기본기 또한 탄탄합니다. 전략 스마트폰답게 최신 프로세서인 퀄컴 스냅드래곤 820을 탑재했고, 5.7인치 QHD IPS 퀀텀 디스플레이, 4GB 램, 탈착형 3,200mAh 배터리를 채택했습니다.
배터리 용량은 V10보다 줄어들었으나, 탈착할 수 있으므로 배터리의 아쉬움을 많이 덜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기본 패키지엔 배터리가 1개밖에 없어, 배터리 교체의 이점을 살리려면 추가 배터리를 사야 하긴 하지만요.
또한, V10에서부터 이어진 세컨드 스크린도 장점입니다. 독자적으로 완성한 게 아니라 구글과 협의를 통해 안드로이드와 잘 어울리도록 만들어 활용성도 높은 편입니다.
안드로이드 7.0 누가를 정식으로 탑재해 최신 안드로이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겠죠? 탄탄한 기본 성능과 최신 기능은 V20을 절로 기대하게 합니다.
그래도 LG V20의 가장 큰 특징은 LG 전자가 스스로 밝혔듯 '듣고, 보는 경험'입니다. 듣는 경험은 내장된 32bit Quad DAC로, 보는 경험은 전·후면 듀얼 카메라로 이용자가 직접 겪을 수 있습니다.
V10에서도 별도의 DAC를 탑재해 뛰어난 음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G5에서는 b&o 모듈(하이파이 플러스 모듈)을 이용해 음악 재생 성능을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V20에서는 기기 내부에 4개의 DAC가 들어있어 한층 원음에 가까운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퀄컴의 어쿠스틱 오디오 코덱, aptX HD 코덱이 탑재됐습니다. 쿼드 DAC는 LG 전자의 설명에 따르면 잡음이 50% 이상 줄었다고 하네요.
하이파이 쿼드 DAC는 무선이 아닌 유선 이어폰을 연결했을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기대되는 점은 이번 V20 번들 이어폰이 b&o와 공동 개발한 번들 이어폰이라는 점입니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돼 착용감도 좋고, 해상력도 뛰어납니다. b&o에서 파는 20만 원 상당의 H3와 동급 성능이라고 하는데요.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웠지만, 다른 스마트폰에서 느끼기 어려운 듣는 경험이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보는 경험. 듀얼 카메라도 짚어봐야죠. V10에선 전면 듀얼 카메라가, G5에서는 후면 듀얼 카메라가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V20에서는 전·후면 모두 듀얼 카메라가 들어갔습니다.
카메라 성능은 큰 개선은 없으나 전·후면 모두 광각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전문가 모드의 UI가 일부 개선돼 쓰기가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찍은 사진은 앞서 말씀드린 5.7인치 QHD IPS 퀀텀 디스플레이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V20이 걱정되는 이유
LG V20은 괜찮은 스마트폰입니다. 기본 성능도 좋고, 특징도 갖췄습니다. 그런데도 제품을 써보면서, 그리고 최근 공개되고 V20의 소식을 보면서 기대만큼이나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떤 부분이 그런지 간단히 짚어보도록 하죠.
먼저 듀얼 카메라의 개선점이 미비하다는 게 걱정스럽습니다. 특히 광각 카메라의 미개선은 정말 아쉬운데요. 일반 화각과 광각 카메라의 화소가 두 배 차이 나다 보니, 실제 사진 결과물에서 분명한 차이가 생깁니다.
그래서 찍을 땐 모르다가 결과물을 보다 보면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남습니다. 시원한 느낌 대신에 화질을 생각보다 많이 포기해야 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쿼드 DAC를 이용한 듣는 경험도 우려스럽습니다. 흔히 질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한 3가지 요소로 음원, 플레이어, 리시버를 듭니다.
그런데 막상 음원을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많은 스마트폰 이용자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고, 하이파이 음원을 따로 구할 정도로 품을 들이지 않습니다.
물론 쿼드 DAC는 뛰어나고, 없는 것보다야 훨씬 낫습니다만, 불필요한 오버스펙으로 남아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게 사운드 프로모션 패키지입니다.
신한카드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FAN에 가입하거나 기 가입자가 이를 통해 5천 원을 결제하면 20만 원 상당의 사운드 프로모션 패키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구성품은 톤플러스, 블루투스 스피커, 추가 배터리와 충전 크래들입니다.
문제는 이 패키지로 쿼드 DAC를 활용할 수 없습니다. 블루투스니까요. 심지어 이 패키지 구성품 중 aptX HD를 지원하는 리시버도 없습니다. 이 패키지를 모바일 결제 서비스까지 가입해야 살 수 있다고요? 어림없는 소리입니다.
여태까지 LG 전자 제품 행사 패키지 중, 이만큼 무익한 패키지는 드뭅니다. 차라리 유선 이어폰 중 좀 더 고급 제품을 증정하는 게 옳았습니다.
가격도 개탄스럽습니다. b&o와 협력한다고 할 때부터 가격이 비싸지진 않을까 걱정했습니다만, 전작보다 10만 원 가까이 비싸진 89만9천800원이라는 가격을 보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지금의 LG전자는 절대로 '믿고 사는 LG'가 아닙니다. G시리즈 일부와 V10까지 무한 부팅 버그가 간헐적으로 발생해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제품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데,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초고가 가격을 산정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V20의 만듦새가 좋아도, 무한 부팅 버그는 첫인상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시간을 두고 출시한 몇 제품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생기는데, 이걸 그냥 '고쳤다.'고만 한다고 해서 덜컥 믿을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요? 이 상황에서 가격 측면의 허들까지 올려버린 LG전자의 자신감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쿼드 DAC 같은 기능이 이른바 '킬러 기능'입니다만, 그만큼 뚜렷한 특징이 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비슷한 시기 출시한 다른 스마트폰보다 개성이 떨어지는 느낌인데요. 이 와중에 이 제품의 특징은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고 있으니 더욱 아리송할 수밖에요.
V10 간담회에서 LG전자가 강조한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G시리즈는 누구나 써도 만족하는 고급 세단 같은 느낌이라면, V시리즈는 도시 모험가가 쓸 수 있는 SUV 같은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지금 반대가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왜 자기의 정체성을 스스로 내던지는지 잘 모르겠네요.
전작인 V10과도 일관성이 떨어지는 불분명한 정체성. 이러한 제품을 보고 소비자가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요? LG전자가 말하는 '소비자 경험을 생각한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kt와 함께하는 V20
개인적인 아쉬움은 잠시 접어두고, 첫인상으로 본 V20의 만듦새는 괜찮은 편입니다. 체험존에서 체험을 통해 V20을 사려고 마음먹으셨다면 이왕 사는 거 꼼꼼하게 혜택을 비교하고 사시는 게 좋겠죠?
kt에서 V20을 살 때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은 위와 같습니다. 699 데이터 무제한으로 적혀있는 '데이터 선택 76.8요금제'를 이용하면 음성통화 무제한에 데이터도 마음껏 쓸 수 있고요. 단말 보험까지 자동 가입되는 VIP 팩을 이용할 수 있어 고가의 스마트폰을 쓸 때 선택하기 좋은 요금제입니다.
혹은 만 24세, 18세 이하라면 청소년 요금제인 Y24, Y틴 요금제를 이용해 콘텐츠 혜택을 받거나 데이터를 바꿔 쓰고, 두 배로 늘려 쓸 수 있습니다. 각 요금제는 따로 글을 통해 설명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KT와 연계한 프리미엄 슈퍼할부카드를 쓰면 실적에 따른 할인도 일부 받을 수 있고, 멤버십 포인트 사용, 안 쓰는 카드 포인트 활용, 쓰던 폰 보상판매까지 할 수 있어 기기를 구매할 때 할부원금을 일부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V20을 쓰면서 아쉬운 소리를 한 건, 사실 V20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문제에 집중하는 LG전자의 접근 방식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지금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도 알고 있으면서도 문제 본질을 짚지 못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늘 아쉽습니다.
타사의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해서 자사의 신뢰도가 널뛰기처럼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충분히 갉아먹은 신뢰도를 어떻게 돌릴지, 신뢰도를 돌릴 기회를 만드는 것 자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LG전자의 가장 급한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V20의 첫인상이 꽤 괜찮아서 LG전자의 이번 정책이 더더욱 아쉬워 정리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from 레이니아 http://reinia.net/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