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포스트-PC’ 시대의 선봉장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밀고 있다. 이 중 아이폰은 애플 매출의 2/3 이상을 차지하며 엄청나게 팔려나가지만, 아이패드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 3년 가까이의 기간 동안 한 번도 판매량이 늘어난 적이 없이 계속해서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패드를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2015년에 내놓은 아이패드 프로가 좋은 예였는데, 애플 펜슬과 스마트 키보드라는 대놓고 “일을 하세요”라고 소리 지르는 듯한 공식 액세서리와 강력한 하드웨어 성능을 가졌지만, 결국 소프트웨어의 한계와 인식 변화의 실패로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 했다. 나도 결국 밖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노트북이 더 낫겠다는 판단에 맥북을 두 대나 운용하고 있다.
그로부터 2년 가까이 흐른 지금, 애플이 2세대를 내놓으며 다시 “아이패드는 노트북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도전한다. 과연 나부터 이 인식을 바꾸게 할 수 있을까?
디자인
아이패드 프로의 전반적 디자인은 7년 전에 나온 1세대 아이패드에서 많이 달라지지 않았으니, 따로 얘기는 않겠다. 대부분의 포트 위치와 디자인적 특징은 그대로다. 몇 가지 차이점이 있긴 한데, 셀룰러 모델의 경우 신호를 수신하기 위한 부분을 검은색 바 대신 얇은 안테나 선으로 대체했고, 후면 카메라에는 아이패드로서는 처음으로 플래시가 생겼다. 앞의 홈 버튼은 2세대 터치 ID로 업그레이드되면서 훨씬 더 빠른 지문 인식 속도를 자랑한다. 이제 물리 버튼이 아닌 정전식 버튼으로 옮겨간 아이폰 7과 달리 여전히 물리 버튼을 쓰고 있다. 애플에서는 ‘용기 없음’의 상징으로 회자되는 이어폰 단자도 여전히 그대로다.
12.9인치 모델은 이러한 차이점 빼고는 사실상 이전 세대와 동일하다. 카메라 부분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면 케이스도 호환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소형 프로에 있다. 기존의 아이패드 크기인 9.7인치에서 10.5인치로 크기를 키운 것이다. 화면 크기만 20%가 커졌지만, 기기 자체의 표면적은 단 7% 늘었다. 이를 위해 안 그래도 상당히 얇은 편이었던 측면 베젤을 반 정도로 줄였다. 무게도 거의 늘어나지 않아 여전히 일반 노트북보다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다.
화면이 커진 비율이 전체 기기가 커진 비율보다 더 높은 덕분에 전체적인 비율로 보면 화면이 더 꽉 차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덕분에 9.7인치보다 좀 더 새 제품 같은 기분을 낼 수 있다. 특히 요즘 스마트폰 트렌드가 베젤을 거의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보니 더 그렇다. 물론 태블릿에서는 베젤이 없어지면 기기를 잡다가 터치 오작동이 일어날 우려가 있지만, 애플의 팜 리젝션은 그런 우려를 완전히 없앤다. 여태까지 한 번도 아이패드를 잡다가 우발적인 터치가 일어나는 경우는 없었다.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는 이번 아이패드 프로를 쓰면서 가장 크게 다가온 부분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겠다. 이미 작년에 나온 9.7인치 아이패드 프로에는 트루 톤 디스플레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적용됐었다. 디스플레이에 내장된 센서가 주변 환경의 조명 색온도를 측정에 디스플레이의 색온도를 조정하는 기능으로, 주변 환경에 따라 위화감이 적은 디스플레이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었다. 새로운 10.5인치 디스플레이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프로모션(ProMotion)’이라는 기술이 들어간다.
프로모션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는 바로 주사율 120Hz의 새로운 디스플레이 패널이다. 보통 노트북이나 모니터, 모바일 기기에는 60Hz짜리 디스플레이가 탑재됐었는데, 이 말은 디스플레이가 1초에 60번 새로운 영상 신호를 보낸다는 이야기다. 프로모션 디스플레이는 기존 디스플레이의 두 배로 속도로 영상 신호를 보낸다. 그 덕분에 iOS를 조작할 때 매우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패드를 쓰다가 아이폰 화면을 쓰면 잔상이 남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은근히 신경 쓰일 정도다. 이 차이는 영상으로도 표현하기 힘들고, 직접 만져봐야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물론, 계속해서 120Hz의 속도로 신호를 계속 새로 보내면 전력 소모에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큰 화면이 들어가는 아이패드는 더더욱 그렇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이 프로모션 기술에 도입한 것이 바로 가변 주사율이다. 상황에 따라 신호를 보내는 횟수를 다르게 해 배터리를 절약하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iOS의 UI 요소를 조작할 때는 120Hz의 주사율을 유지하지만, 영상을 재생하면 해당 영상의 프레임 속도에 맞춰 주사율을 낮출 수 있다. 그리고 책이나 웹페이지 등을 읽을 때 화면이 정지 상태가 되면 주사율을 24Hz까지 낮춘다. (초당 24 프레임은 일반적인 영화의 프레임 속도라 여기에 맞춘 듯하다) 이러한 가변 주사율은 화면 전체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일부분에만 적용될 수도 있어서, 만약에 PIP(픽처 인 픽처) 모드로 동영상을 작게 띄워뒀다면, 그 부분만 주사율을 조정하기도 한다.
애플은 프로모션의 개발에만 3년을 매달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맥 프로에 120Hz를 구현할 수 있는 특수 버전의 iOS를 얹은 다음, 프로토타입 터치 스크린에 연결해 기술을 시험했다는 후문) 이미 주사율을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은 전세대 아이패드에도 들어간 기능이지만, 120Hz의 주사율은 프로모션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구성 요소가 됐다. 디스플레이 패널 자체의 기술도 있지만, 120Hz를 지원하기 위한 그래픽 칩이나 iOS의 소프트웨어 지원 등이 어우러진 덕분에 여태까지 본 모바일 디스플레이 중 가장 앞선 기술의 디스플레이라는 칭호를 줄 만하다.
성능 & 배터리
위에서 이야기한 프로모션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애플은 새로운 칩셋이 필요했다. 기존의 A 시리즈 모바일 시스템-온-칩(SoC)에 들어간 그래픽 칩셋만으로는 120Hz의 주사율을 안정적으로 뿌릴 수가 없기 때문. 그래서 이번 아이패드 프로에 새롭게 들어가는 SoC가 바로 A10X 퓨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A10X는 아이폰 7에 들어간 A10 퓨전을 개량한 물건이다. 애플은 배터리도 훨씬 크고, 큰 크기 덕분에 발열 문제에서 자유로운 아이패드에는 클럭 주파수를 올리거나 더 강력한 그래픽 칩셋을 얹은 X 버전을 사용하곤 한다. X 버전의 시초인 A5X도 A5를 기반으로 당시에 아이패드에 처음으로 들어간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그래픽 칩셋의 코어를 두 개 추가시킨 물건이었다.
A10X는 A10에서 CPU 코어가 두 개씩 추가돼 세 개의 고성능 코어와 세 개의 고효율 코어로 구성된 구조다. 안 그래도 A10이 A9에서 상당히 큰 발전을 이룬 프로세서였기에 전세대 아이패드 프로와 비교해 성능의 개선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A10X는 코어가 두 개였던 A9X와 달리 고성능 코어가 세 개로 늘어났기 때문에 더 큰 성능 향상 수준을 보인다.
더 자세한 성능 리뷰는 백투더맥의 필진인 닥터몰라님이 따로 진행해주실 것이지만, 닥터몰라님의 테스트 결과 중 몇 가지를 가져와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코어 하나하나의 성능을 보는 싱글 스레드 테스트에서는 A10X를 탑재한 신형 아이패드 프로가 전세대와 비교해 A10과 A9의 성능 차이와 비슷한 수준의 개선을 보였는데, (약 25-30% 정도) 코어 전체의 성능을 보는 멀티 스레드 테스트에서는 거의 두 배 수준의 성능 차이를 낸다. 기존의 공정 및 클럭 주파수 개선과 더불어 코어가 하나 더 들어가면서 생기는 차이다. 거기에 메모리에서 차별을 뒀던 1세대 아이패드 프로(12.9인치는 4GB, 9.7인치는 2GB)와 달리, 2017년형은 12.9인치와 10.5인치 모두 똑같은 프로세서를 쓰고, 메모리도 4GB로 맞췄다.
그래픽 부분에서도 상당한 발전을 이뤘는데, 이매지네이션 테크놀로지의 PowerVR GT7800 12 클러스터 구성인 점은 1세대와 같지만, 120Hz의 주사율을 지원하기 위해 클럭을 올리는 등의 마개조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온스크린과 오프스크린 벤치마크 결과를 합산한 그래픽 테스트 결과를 보면 A9X 대비 약 30% 정도의 개선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수치는 생각해보면 상당히 놀랍다. 주사율이 두 배라는 것은 하나의 화소당 같은 시간에 두 배의 신호를 보내야 하는 데다가, 해상도가 더 커졌다 보니 화면 전체에 보내는 초당 화소 수는 1세대 9.7인치 모델과 비교해 약 2.35배나 많다. 그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더 나은 그래픽 성능을 낸다는 것은 애플의 칩 개발 능력이 결코 무시하지 못할 수준까지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액세서리
2015년에 발매된 첫 번째 아이패드 프로는 그동안 아이패드에서는 보지 못 했던 두 개의 공식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바로 스마트 키보드와 애플 펜슬이다. 두 가지 모두 스티브 잡스의 철학과 벗어난다며 말이 많았었던 액세서리지만, 지금은 아이패드 프로를 다른 아이패드 라인업과 구분 짓는 요소가 됐다.
이 두 액세서리는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바뀌지 않았다. 물론 스마트 키보드의 경우 새로운 10.5인치 크기에 맞는 새로운 버전이 나왔고, 이 버전도 2017년형 맥북들과 비슷하게 새로운 한/영 변환 표시 각인 등의 변화가 있다. (한/영 변환과 기존 키보드 변경 키는 기능이 약간 다르다. 한/영 변환 키는 언어 소스 사이서만 변환을 하고, 기존 키보드 변경 키는 이모지 키보드도 접근할 수 있다) 스위치는 기존 것과 같은 나비식 스위치지만, 기존의 스위치에서 개선을 거친 것인지 키감이 1세대보다 많이 나아졌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나, 모양이 달라진 게 없으니 접는 게 난관인 건 여전하고, 그리고 일부에서는 키보드 모드로 바꿨을 때 키보드가 살짝 들리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도 같은 증상을 겪어서 교체를 받아야 했다. 아무래도 약간의 제조 편차는 있는 것 같으니 이 부분은 확인해보고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애플 펜슬은 아예 바뀌지 않았다. 이미 1세대에서 애플 펜슬을 쓰다가 업그레이드했다면, 펜슬까지 새로 살 필요가 없다. 그냥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라이트닝 포트에 꽂아서 페어링과 충전을 하는 방식으로 10.5인치짜리 부채가 되는 것도 똑같다. 다만, 디스플레이의 주사율이 두 배로 늘면서 지연 시간이 반인 20ms로 줄어들었다. 이 줄어든 지연 시간은 쓰다 보면 확연히 느끼게 된다. 주변에 애플 펜슬을 쥐어주면 매우 자연스러운 필기와 그리기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1세대 프로를 리뷰했을 때 펜슬의 기능을 테스트하는데 도움을 줬던 친구에게 다시 한번 펜슬을 쥐어주니 여러 면에서 개선됐다며 즐겁게 그림을 그렸다. (위의 그림이 그 결과물이다)
그 외에도 새로운 가죽 액세서리들이 있다. 애플 펜슬 케이스는 필통 안에서 같이 굴러 다닐 때 펜슬을 보호하지만 여전히 잃어버릴 수 있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결책은 아니다. 그 해결책은 바로 아이패드 프로 가죽 슬리브가 담당하는데, 각각 10.5인치용과 12.9인치용으로 나온 이 슬리브는 애플의 가죽 제품 중 가장 부드러운 느낌을 가지고 있다. 옆에는 애플 펜슬을 수납할 수 있도록 했고, 슬리브 자체는 아이패드에 스마트 키보드를 장착한 채로 수납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다. 처음에는 약간 뻑뻑하지만, 가죽의 특성상 쓰다 보면 늘어나면서 더 편하게 수납할 수 있다. 이 슬리브도 애플의 가죽 철학(?)을 그대로 이어받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형질이 조금씩 변한다. 따라서 새 제품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기를 좋아한다면 17만 원(10.5”)에 달하는 이 슬리브는 여전히 좋은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와 스마트 키보드, 애플 펜슬을 같이 들고 다니기에 가장 폼나는 방법인 건 사실이다.
혹자는 아이패드 프로의 다양한 액세서리들이 결국 애플의 매출 늘리기 수단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곤 한다. 물론 그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비판이 완전히 성립하려면 위에 얘기한 세 가지 액세서리가 필수일 경우에만 성립된다. (서피스 프로에 키보드 커버는 필수이듯이) 누군가는 펜슬만 있으면 될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나처럼) 키보드만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이패드 프로는 여기에 사용자가 필요한 액세서리를 조합해 다양한 사용 케이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공식 액세서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역시 다양한 써드 파티 액세서리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구매해 사용하면 된다. 먹는 사람이 원하는 토핑만 주문해 얹을 수 있는 일본식 카레 전문점과 비슷하다. 액세서리는 토핑, 아이패드는 그 기본 카레라이스인 셈이다.
정말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는가?
내가 원래 바깥에서 쓰는 휴대용 컴퓨터는 2016년형 13인치 맥북 프로, 아니면 2015년형 맥북이다. 예전에 아이패드를 휴대용으로 사용한 적이 있지만, 무엇보다 iOS의 한계 때문에 결국 작은 맥 노트북을 구매해 사용하게 됐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과연 아이패드 프로는 내가 맥북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할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나는 지난 2주 간 맥북들을 집에 고이 모셔두고 아이패드 프로만 들고 돌아다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벽히 대체는 못 한다. 사실 이 실험을 시작하기 전부터 답은 뻔하다는 걸 알았다. 일단 모든 원고를 아이클라우드로 동기화해주는 율리시스를 쓰는 덕에 글을 쓰는 데는 문제가 전혀 없었다. 문제는 백투더맥이 기반하고 있는 티스토리인데, 이미지 업로더에 이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플래시를 아직도 쓰는 놀라운 집단인 덕분에 이미지를 올릴 수가 없었다. 결국 기사를 밖에서 쓰고, 올리는 것은 집에 들어와서 마무리지어야 했다. (모바일 앱 지원이 확실한 브런치를 썼더라면 올리는 것까지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보정하려고 해도, iOS용 라이트룸은 macOS용에 비해 기능이 한참 떨어져서 내가 자주 쓰는 사진 보정 제어를 전혀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오히려 맥북보다 유리한 것도 많았다. 일단 테스트한 유닛이 셀룰러 모델인 덕분에 데이터 공유 심카드만 끼워도 와이파이 찾으러 다닐 걱정 없이 바로 작업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하루 종일을 버티리라 믿을 수 있는 배터리 덕분에 일하는 곳의 제한을 훨씬 덜 받게 됐다. 카페만 들어가면 전원이 있는 곳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었고, 그냥 아무 자리에 앉아 아이패드를 켜면 됐다. 맥북에서는 쓸데없는 백그라운드 작업으로 배터리를 먹는 게 아닌가 노심초사하며 예의 주시했지만, iOS가 웬만한 전력 관리를 다 해주는 아이패드에서는 배터리 예측이 맥북보다 훨씬 쉬웠다. 정말 웹서핑, SNS, 글쓰기, 스트리밍 영상 보기, 게임 등 다양한 작업을 다양한 강도로 했는데도 배터리는 거의 정직하게 한 시간에 10%씩 닳았다. 설사 하루가 길어서 배터리가 걱정되더라도, 어차피 스마트폰 때문에 들고 다니는 외장 배터리에 꽂아버리면 그만이었다.
나는 늘 아이패드가 진정한 모바일 컴퓨터가 되는 것을 제일 방해하는 요소가 바로 iOS라고 말해왔다. (쓰고 보니 위에도 써놨다) iOS는 늘 아이패드의 큰 화면과 강력한 하드웨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가을에 나올 iOS 11은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물론 여러분이 지금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하면 iOS 10이 기본으로 설치되지만, 테스트 기간 동안 iOS 11의 베타 버전으로 잠깐 올려 사용해볼 기회가 있었다.
아이패드에서 쓰는 iOS 11은 이 큰 화면을 어떻게 활용할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한 느낌이다. macOS에서 거의 그대로 빌려왔지만 아이패드에 알맞게 기능을 추가한 독부터, 이제는 두 개의 앱을 하나의 스페이스로 구분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스위처, 앱 사이에 파일이나 단락 이동을 빠르게 할 수 있는 드래그 앤 드롭,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뿐만 아니라 드롭박스나 구글 드라이브 등의 클라우드 드라이브를 한 앱에서 통일해 볼 수 있는 파일 앱 등의 기능은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했던 것에서 아이패드의 사용성을 크게 바꿔 놓았다. 여기에 넉넉한 성능의 A10X와 맞물리니 베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날아다녔다. 물론 아직 베타이고, 나중에 기능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아직 써드 파티 앱들이 iOS 11의 새로운 API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어서 (특히 드래그 앤 드롭은 개발자들이 따로 지원을 넣어야 한다) 아직 iOS 11에 대한 최종 판단은 하기도 어렵고, 해서도 안 된다. 이 부분은 iOS 11의 최종 버전이 나오는 시점에 할 것이지만, 일단 현 상태에서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대체하는 것이 중요한가?
2017년형 아이패드 프로의 출시와 iOS 11의 발표로 인해 “노트북 대체제로서의 아이패드”라는 토론 주제는 재점화됐다. 사람들은 “드디어 아이패드가 노트북 대체제라는 개념에 한 단계 더 가까워졌다”라는 파와 “아직 한참 멀었다” 파로 나뉘어 싸워댔다.
이 싸움을 보면서 내가 든 의문은 하나다. “꼭 아이패드가 노트북을 대체해야 할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은 것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가 막 출시됐을 당시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었다.
“우리가 농업국가였을 때, 모든 차들은 트럭이었습니다. 농장에서는 트럭이 필요했으니까요. 하지만 도시에서 차량들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일반 차들이 더 인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중략) PC는 트럭 같이 될 겁니다. 여전히 있고, 여전히 큰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X명의 사람들 중에 한 명만이 사용하겠죠.”
잡스의 비유대로 일반 자동차와 트럭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여전히 트럭(혹은 버스)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으니, 그런 사람들을 위해 트럭은 계속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SUV나 승용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이 두 가지 차는 트럭을 완벽히 대체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오히려 SUV나 승용차가 제공하는 이점 때문에 이들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이패드 프로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을 포함한 일반 PC의 관계도 똑같다. 물론 일반 PC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직종 중에는 PC가 제공하는 기능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직 많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발자라던가) 이들에게 아이패드를 대체제라면서 강요하는 것은 트럭 운전사들에게 SUV를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의미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이패드가 제공하는 것이 충분할 것이다. 오히려 위에 쓴 훨씬 오래가는 배터리와 셀룰러 연결, 상황에 따라 액세서리를 조합할 수 있는 유연성 등은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 휴대하면서 사용하기에는 훨씬 유리하다.
“아이패드(프로)가 PC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런 이유로 사실상 의미가 없다. 제대로 된 질문을 하자면, “아이패드 프로가 잠재적인 노트북 구매자들에게 ‘내가 굳이 노트북까지 살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을 하며 대신 고를 만한 메리트를 제공할 것인가?”일 것이다.
이 질문에 지금 현재 시점에서 대답을 하자면, 아직은 아니다. 이는 아이패드가 부족한 부분도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아직 사람들이 준비되지 않은 탓도 크다. 우리는 지난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져 왔고, PC에서 사용할 만한 앱들의 인터페이스도 여기에 맞춰져 왔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스마트폰에서 늘인 것 같은 큰 터치 스크린을 던져 놓으면, 당연히 괴리감이 들기 마련이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고, 이런 면에서 지금까지의 애플의 제안은 애플 입장에서도, 개발자들도, 그리고 사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아이패드 프로는 최소한 애플 입장에서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iOS 11의 모습은 물론 macOS에서 많이 빌려왔더라도, 정확히 이 사실 덕분에 사람들에게 좀 더 익숙한 환경을 조성했다. 그리고 이 큰 터치 스크린에서도 충분히 PC에서 하던 일 중 일부는 할 수 있다는 선언이 됐다. 이제 남은 것은, 과연 나머지가 따라올 것인가의 문제일 뿐이다. 여기에 애플이 지금까지 해온 아이패드 실험의 성패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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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쿠도군 (KudoKun)
컴퓨터 공학과 출신이지만 글쓰기가 더 편한 변종입니다. 더기어의 인턴 기자로 활동했었으며, KudoCast의 호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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