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더러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라고 합니다. 요새 날씨를 보면 하루하루가 감탄을 자아내는 날씨죠. 그래서 그런지 사진에 관한 관심도 부쩍 늘어난 요즘입니다.
말은 살찐다는데, 제 지갑은 점점 홀쭉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지름 때문인데요. 오늘은 제가 덜컥 지른 소니 a7 Mark II 세로그랩을 간단히 정리하고자 합니다.
소니 정품 등록 대상 특가몰
아마 저처럼 이 메일에 홀린듯 구경하다가 지르신 분도 있으리라 생각하는데요. 소니 정품 이용자를 대상으로 특가 판매가 진행 중입니다. a7, a9의 다양한 액세서리와 렌즈를 판매하고 있는데요. 저는 처음에 배터리가 있으면 살펴볼까 했는데, 배터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덜컥 튀어나온 게 이 세로그립입니다. a7 시리즈는 미러리스 제품으로 크기가 크지 않아 손이 작은 제가 잡아도 새끼 손가락이 남는데요.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 손아귀가 쉽게 피로해지고 아팠습니다.
그래서 손가락을 받칠 수 있도록 핑거그립이 '공식 액세서리'로 나오기까지 했는데요. 저는 이전에 올림푸스 E-M5에서도 세로그립을 잘 써서, a7 Mark II에서도 세로그립이 하나 있었으면 했습니다.
(저도 설마 정품을 살 줄은...)
많은 분께서 정품 세로 그립(VG-C2EM)이 아닌 미이케(MEIKE) 호환 그립을 선택하십니다. 가격도 1/3이고 인터벌 리모콘도 포함돼 알찬 구성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호환 세로그립을 살까 이리저리 알아보던 차에 특가몰을 보게 됐습니다.
정말 소폭 할인을 하고 있었는데요. 일하다 말고 이건 정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덜컥 질렀습니다. 안녕 새로운 할부.
VG-C2EM 장착하기
VG-C2EM은 2세대 세로 그립입니다. 1세대 a7시리즈 (a7, a7r, a7s)와 호환하는 세로 그립은 VG-C1EM으로 있었는데요. 2세대 제품이 나오면서 이에 맞는 세로 그립이 새롭게 나왔습니다. 루머로 3세대 소식이 들리는데, 그러면 세로그립도 새로이 나올 수 있겠네요.
제품 사용 설명서와 함께 본체가 들어있습니다. 딱히 어려운 액세서리는 아니라 어떻게 쓰는지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배터리 커버를 연 후 세로그립을 삽입하고, 삼각대 마운트 나사로 조이면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습니다.
뒷면에는 AEL 버튼부터 C1, 2, 3버튼까지 재현했습니다. 전면 사진과 보시면 셔터와 다이얼 두 개도 고스란히 있네요. 세로 그립을 쓰면 세로로 찍었을 때 안정적인 파지감과 촬영 편의를 제공해야 하므로 이런 구조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장착을 해볼까요? 먼저 a7 Mark II의 배터리 커버를 벗겨야 합니다.
손톱 등으로 레버를 밀면 쉽게 분리된다고 해서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는데요. 배터리 커버를 열면 커버 분리 그림과 레버가 있습니다. 화살표 방향에 맞게 밀면 고정쇠가 쏙 들어가면서 배터리 커버가 빠집니다.
이 배터리 커버는 세로 그립에 보관할 수 있습니다. 세로 그립 중 배터리 장착 부분으로 들어가는 곳을 보면 이처럼 배터리 커버가 들어갈 만한 공간이 있는데요. 위 사진처럼 고정하면 됩니다.
먼저 자동으로 열리는 스프링이 끼지 않도록 펼친 상태로 레버를 거꾸로 돌려 고정한 다음, 뚜껑을 닫습니다. 배터리 커버를 여는 Open/Lock 레버를 이용해 세로 그립에 고정하면 됩니다. 이상하게 그냥 누르는데 안 닫히더라고요. Open/Lock 레버는 미처 몰랐던 거죠.
그다음 a7 Mark II에 끼워넣고 삼각대 마운트 부분을 돌려서 단단히 고정하면 완성입니다. 참 쉽죠?
이제 배터리를 넣을 차례입니다. 세로 그립을 쓰면 유용한 점은 배터리를 한 번에 두 개를 장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외부에서 사진 촬영을 많이 하면 컷수에 따라 배터리가 모자를 때가 있는데, 세로 그립을 이용하면 배터리 스트레스는 조금 줄어들겠네요.
세로그립 한쪽에 있는 레버를 돌리면 배터리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파란색 레버를 당겨서 배터리 고정 틀을 꺼내면 됩니다.
배터리 1번 2번 그림이 있으니 배터리를 넣어주면 됩니다. 참고로 2번 배터리부터 소진된다고 하네요. 어쨌든 배터리 충전이 필요하면 1번 2번 모두 꺼내야 하므로 충전이 편리해지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배터리는 하나만 넣어도 됩니다. 저는 원래 배터리를 두 개 써서 두 개를 다 넣었는데요. 어떤 게 오래 쓴 배터린지 딱 티가 나네요.
배터리를 넣고 레버를 돌려 닫으면 됩니다. 레버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방진방수 설계를 적용했다고 합니다.
전원을 켜면 문제 없이 켜지고, 배터리가 1/2로 나뉘어 어느 정도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VG-C2EM과 a7 Mark II의 궁합은?
정품 세로 그립인데 궁합이 안 맞을리가 있나요. 한 몸인 것처럼 꼭 맞습니다. 체결력도 좋고 재질과 색상도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확실히 부피나 무게는 늘어납니다. 지금은 50mm 단렌즈를 물려놔서 저렇지만, 부피가 큰 렌즈를 물려놓으면 부피가 만만치 않습니다.
전천후로 잘 들고 다니는 SEL24240 같은 렌즈를 물려 놓으면, 체감하는 정도가 곱절이 됩니다. SEL24240을 처음 물렸을 때가 떠오르네요. 이렇게 묵직하고 부피가 클 거면, 처음에 미러리스를 왜 선택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들이려고 하다 보니 a7을 선택했는데, 어째 처음의 목적과는 동떨어진 게 아닐가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꾸준히 돌고 있습니다. 이는 직접 출사를 다녀온 후에 다시 결론을 내리려고 합니다.
조작감과 쥐는 맛은 뛰어납니다. 사진을 찍을 때 가로든 세로든 훨씬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게 됐습니다. 불안정한 자세에서 나오는 미세한 잔떨림을 미약하게나마 줄일 수 있을 것 같네요. 버튼 배열도 크게 다르지 않아 잘 쓸 수 있습니다.
가로로 잡았을 때는 다이얼에 쉽게 손이 가는데, 세로로 잡았을 때 그러지 못한다는 건 살짝 아쉽습니다. 그립의 크기가 조금 작았으면 세로로 잡아도 손가락이 닿을 뻔했는데 말이죠. 제가 손이 작아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쉽습니다.
셔터나 버튼의 느낌은 나쁘지 않네요. 정품과 거의 같은 방식입니다. 호환품인 미이케의 셔터 느낌은 좀 다르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다른 방식이 더 낫다 하시는 분도 있었는데요. 이건 개인의 판단 영역인 것 같아요.
C1부터 기능 키가 제대로 동작하는 지 확인하고 다이얼도 돌려보고 셔터도 눌러봤습니다 나쁘지 않네요.
확실히 세로 그립을 끼운 상태로 큰 렌즈를 끼우니 균형이 맞고요. 한편으로는 작은 렌즈를 끼는 것도 귀여운 맛이 있네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미러리스의 가장 큰 특징을 내려놓는 건 아닐까 싶어 고민은 되지만요.
좀 더 써보면서 판단할 문제지만, 파지감이라든지 배터리 문제를 해결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도 걱정이었는데, 인터넷 최저가보다 어쨌건 조금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부담도 덜었습니다.
이게 다 가을 날씨가 좋아서, 사진 찍으러 가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핑게를 대 보겠습니다. 조만간 사진 찍으러 다녀온 다음, 후기를 따로 남길 수 있다면 남겨두겠습니다. 간단히 소니 a7 Mark II 세로그립 VG-C2EM 인상을 정리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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