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너무 추워서 주말에는 집에만 있었는데 오래간만에 날도 좀 풀리고 햇빛도 너무 좋고해서,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을 갔어요. 따뜻한 카페라떼 하나를 테이크아웃해서 손에 감싸줘고 공원을 거닐었습니다. 따스한 햇살이 눈가를 비추고, 손에는 따뜻한 커피 한잔까지... 저도 모르게 지그시 눈을 감고 걷다가 갑자기 꽝... 그만 앞에서 걸어오던 사람과 부딪힌거예요.
테이크아웃 잔 위로 커버가 씌워져있어 다 쏟진않았지만 약간 쏟아져 손을 적시고 좋던 기분이 그만 싹 달아나버렸어요. 짜증이 나려는 순간... 들려오는 부드러운 저음의 목소리...
"괜찮으세요? 어디 다치신데는 없으시구요?"
재빨리 손수건을 꺼내들더니 어쩔줄 몰라하며 제 손과 커피잔을 닦아주는데... 순간 가슴이 덜컹했어요. 짙은 눈썹에, 오똑한코, 하얀 피부, 붉은 입술... 그래요. 마치 박해진을 닮은 남자가 제 앞에 서 있는게 아니겠어요! 화가 나야하는데... 화는 나지않고... 웃음이 나다니... 저 미쳤나봐요.ㅠㅠ
"아니예요. 제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죄송해요."
그렇게 인사만하고 지나쳐버릴수 있었지만 어쩌다보니 근처 벤치에 앉아 좀 더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결국 인근 커피샵으로까지 자리를 옮겨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답니다. 대화도 정말 잘통하고, 공통점도 정말 많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 가는줄 모르겠는거예요. 그에 대한 첫인상이 호감으로까지 바뀌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답니다.
그렇게 한참 분위기가 좋았는데... 갑자기 그가 뜬금없이 하는 말...
"저 사실 애인있어요."
순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하고... 그런데 이어지는 그의 말.
"근데 그쪽이 끌리는것도 사실이예요. 왜 우리가 진작 만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저 나쁜남자죠?"
이렇게 왠지 씁쓸한 표정으로 웃는데... '이 나쁜놈, 내가 우습게 보여?'하고 따귀라도 후려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하는데
그 씁쓸한 미소가 너무 안스러운거예요. 왠지 감싸주고 싶고... 그의 표정에서 뭔가 애인은 있지만 행복하진 않은것같고... 그의 인연은 나인것만같은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드는거예요. 그리고 나서 계속 그와 연락을 주고 받고있는데... 달콤한 마음 반, 혼란스러운 마음 반이랍니다. 저 어쩌면 좋을까요? 저 이 남자 정말 좋아하는데... 이렇게 놓치고 싶지않은데... 저 정말 나쁜 여자인걸까요?
정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운명같은 만남이 시작되었는데... 알고보니 그에게는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연. 일반적인 사회 통념상... 애인있는 사람은 건드리면(?) 안되고,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건 나쁜 행동이라고들 말한다. 물론 그녀도 그게 올바른 생각이 아니란건 잘 알고있다. 그렇다면 그녀는 도대체 왜 그에게 애인이 있다는걸 알면서도 그에게 끌리는걸까?
1. 그는 행복하지 않을꺼야.
일단 그 남자도 당신에게 마음이 있는건 분명하다. 마음에도 없는 여자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남자는 없거니와, 당신에게 끌린다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한것만 봐도 그러하다. 하지만 그에게 애인이 있는건 사실이고... 그 사실을 속이고 당신을 만나려니 양심의 가책을 받는것이다. 그래서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도 당신에게 마음이 있다는걸 동시에 털어놓는것. 마지못해 밝히긴 하면서도 당신에게 마음이 있다보니 어쩌겠어. 마치 현재의 연애는 별로 행복하지않고, 정때문에 어쩔수 없이 만나고 있다는 인상을 은연중에 당신에게 풍길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당신은 속는다. 그리고 의식의 흐름은 '그냥 곁에 있던 사람이 우정이란 이름으로 만나고 있는것일뿐. 그는 현재 행복하지않다. 그는 나를 좋아한다. 나만이 그의 인연이고, 나만이 그를 행복하게 해줄수있다.'라는 방향으로 진행되게 된다. 하지만 어쩌면 진실은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의 현재의 연애가 불행한게 아니라, 그냥 새롭고 신선한 것에 더 마음이 가는것일뿐.
잘난 외모와는 달리 그는 정말 못난 남자다. 본인은 애인이 있다고 분명히 밝혔으니 양심의 가책따윈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좋아하는건 당신이니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줄것이다. 혹시 생길지 모르는 비난과 책임을 처음부터 상대에게 떠넘기는 남자. 그 남자가 과연 좋은 남자일까?
'주변에도 보면, 애인 있는 남자랑 만나다가 지금은 엄청 잘 만나고 있고 얼마 뒤엔 결혼까지 한다잖아."
항상 판단 오류를 불러오는건 성급한 일반화다. 남이 잘됐으니 나도 잘될꺼란 근거없는 믿음. 우리는 주식으로 떼돈 번 사람을 부러워할지언정 수많은 패가망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즐겨 이야기하진않는다. 그리고 당신이 그 실패한 사람이 되었을때 누구도 당신 이야기를 하지않을것이다. 결국엔 잘된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만을 부러워할뿐...
설래고 들뜬 마음에 재뿌리는거 같아서 미안하지만 남이 잘 되었다고 본인도 잘 될꺼라 생각하지마라. 애인 없는 남자를 만나는 것과 애인 있는 남자를 만나는것... 아무리 좋게봐도 성공 확률 자체가 다르다. 희박한 확률에 기대어 본인의 전부를 거는것,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평소땐 그렇게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던 사람이... 막상 사랑이라는 감정을 접하게 되면 놀라울 정도로 비논리적인 믿음(?)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
'내 사랑만은 다를꺼야.'
마치 로맨틱 코메디 속의 주인공처럼... 소개팅에서 차이고, 좋아하는 남자에게 거절당하고, 심지어 그 남자의 애인에게 따귀까지 맞지만 결국엔 최후에 반전이 일어나 결국 사랑을 얻게 된다는 그런 사연처럼... 내 인생은 내가 주인공이란 관점으로 접근한다. 물론 당신의 인생의 주인공은 당신이 맞다. 그러나 당신은 지금 남이 주연인 영화에 등장한 악역,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남의 로맨스물에 뛰어든 악녀가 되지말고, 본인만의 로맨스를 찾아라.
사실 그 남자는 당신이 이전에는 보지못했던 가장 완벽한, 그래서 포기하기 힘든 남자일것이다. 그는 매너 있고 위트있고, 무엇보다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경험으로 알고있다. 당신에게 집착하지도 않고 조바심 내지도 않는다. 항상 여유가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점이 당신으로 하여금 그에게 더 안달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완벽함을 만들어주는건, 다름 아닌 그의 여자친구다.
물론 이미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되버렸고, 그래서 포기하기 힘든 심정... 심지어 운명이란 단어로 죄책감을 애써 지우려는 당신의 마음, 필자도 이해한다.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하는건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애인있는 남자를 좋아하는건 잘못이다. 남을 위해서가 아닌, 바로 당신을 위해서... 당신과 잘안되면? 막말로 그는 그녀에게 돌아가 버리면 그만이다. 명심하라, 물러설 곳이 있는 사람과는 '사랑'하는게 아니다. 지금이라도 당신이 원래 걷고 있던 그 길로 돌아가라. 잠시 가야할 길을 잃고 헤맨다고해서 영원히 길을 잃은건 아니니까. 필자는 언제나 당신의 연애를 응원한다. 당신이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그날까지... 라이너스의 연애사용설명서는 계속된다. 쭈욱~
+자매품: 유부남에게 더 끌린다는 그녀,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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