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8일 토요일

watchOS 3: 틀린 것을 과감하게 뜯어고치기

13일(현지 시각)에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발표된 워치OS 3는 이날 발표된 네 개의 OS 중 가장 처음으로, 그리고 가장 빠른 속도로 지나갔습니다. 저도 졸린 눈으로 키노트를 봤을 때는 멍때리고 있던 사이에 벌써 tvOS로 넘어가고 있더군요.

하지만 나중에 애플 워치에 직접 설치하고 써본 워치OS 3는 지금까지 애플 워치를 써 왔던 패러다임을 많이 바꿨습니다. 더 버지의 로렌 굿(Laurene Goode) 기자는 칼럼에서 “워치OS 3는 애플의 첫 번째 시도가 완전히 잘못됐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했는데요. 어쩌겠습니까. 틀린 부분은 과감하게 뜯어고쳐야죠.

속도

워치OS 2까지의 애플 워치는 느려터졌었죠. 네이티브 앱을 도입했음에도 속도 문제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역시 더 버지의 닐레이 파텔은 애플 워치를 바라보며 “느린 컴퓨터를 기다리기에 인생은 너무 짧다”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워치OS 3는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거의 앱을 켜자마자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처음 워치OS 3의 앱 론칭 속도를 봤을 때는 “저게 가능한 건가?!” 싶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기존 하드웨어의 한계는 명확했을 텐데 말이죠.

비밀은 멀티태스킹입니다. 워치OS 3의 새로운 멀티태스킹은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앱을 파악한 다음, 강제로 메모리에 넣어둡니다. 메모리에 저장된 상태이니까 빠른 속도로 앱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워치를 재부팅한 후, 앱을 처음으로 열면 예전 버전 수준의 시간이 지나야 로드가 됩니다. 거기에 백그라운드 앱 새로고침도 도입해서 최신 정보를 계속 백그라운드에서 업데이트합니다.

편법이라면 편법입니다. 하지만 일단 문제를 고치는 데는 성공했으니 봐주죠.

피트니스 기능의 진화

1년 전에 제가 애플 워치의 리뷰를 썼을 때, 애플 워치의 피트니스 기능은 꽤 높이 평가했습니다. 당시 제가 쓴 리뷰에서 구절을 빌려오자면:

사실 워치가 측정하는 데이터는 여타 다른 피트니스 밴드와 크게 다른 편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피트니스 밴드들과 다른 점은 이 데이터를 어떤 식으로 보여주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피트니스 밴드들은 걸음 수를 하루에 얼마나 움직였냐의 척도로 보는 것과 달리, 애플은 이를 소모 칼로리로 보여줌으로써 걷는 것이나 뛰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움직임을 데이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세 가지 척도로 분할을 해 사용자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동기부여가 피트니스 기능의 주요 목적인 걸 생각해보면, 애플 워치에 들어간 기능들이 충분하던 충분하지 않던 성공한 게 아닌가 싶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애플 워치의 다른 기능이 마음에 들진 않아도 계속 차고 다녔던 이유가 피트니스 관련 기능 때문이었거든요.

애플은 워치OS 3에서 동기부여에 대해 좀 더 고민한 듯한 모습입니다. 먼저 활동 내역을 친구나 가족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서로 경쟁하는 것만큼이나 좋은 동기부여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휠체어를 탄 워치 사용자들을 위한 특별한 동작 추적 모드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까지 피트니스에 신경쓰는 회사는 애플이 거의 유일할 겁니다.

또한, 아이폰의 건강 앱에 있는 ‘메디컬 ID’ 기능을 애플 워치에 도입한 것도 흥미롭습니다. 거기에 비상 상황에서는 아예 애플 워치로 바로 응급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을 꺼내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겠죠. 그리고 이 신고를 하는 순간 바로 비상 연락처로 등록해둔 사람들에게 바로 비상 연락이 갑니다.

애플 워치의 피트니스 기능을 보면 정말 애플이 피트니스 기능만 옮겨온 밴드를 하나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늘 생깁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죠. 애플 워치의 판매에 방해가 될 테니까요.

애플 워치도 답은 앱이다

2014년 9월에 애플 워치를 선보였을 때, 애플은 커뮤니케이션을 큰 기능 중 하나로 내세웠습니다. 워치의 측면 버튼을 누르면 아이폰의 전화 앱의 즐겨찾기 메뉴와는 별개로 친구를 한 바퀴 돌려놓은 듯한 휠을 설정해 자주 연락하는 사람들을 배정하고, 전화나 문자, 혹은 똑같이 워치를 가졌다면 디스플레이에 그림을 그려서 보내는 디지털 터치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나고 나서, 애플은 이 접근을 완전히 갈아엎었습니다. 워치OS 3에서는 이제 측면 버튼을 누르면 자주 쓰는 앱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독을 불러옵니다. 맥OS의 그것과 비슷한 콘셉트입니다. 이제 디지털 터치는 iOS 10에도 들어가면서 애플 워치만의 기능은 아니게 됐습니다. 아이폰에도 쓸 수 있게 되면서 더 사용량이 많아질지는 두고 봐야겠죠. (애플 워치를 쓴 지 1년이 넘은 저도 처음에 샀을 때 빼고는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위의 OS 성능 개선과 함께 이러한 변화가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애플은 애플 워치에서도 앱이 중요한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모두 강력한 앱 생태계를 타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무기로 써 왔는데요, 워치에서도 똑같은 접근을 하려는 것입니다.

애플은 워치가 처음에 나왔을 때도 비슷한 주장을 펼친 적이 있었지만, 설득력은 없었습니다. 작은 화면에서 뭘 할 수 있냐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이폰에서 연산 처리를 대신 한다는 특성상 성능이 너무 좋지 않았고, 워치OS의 UI도 앱에 접근하기에 불편했습니다. 앱들이 원형으로 배치된 홈 화면은 매우 불편했으니까요.

워치OS 3에서는 OS를 앱 중심으로 돌려놓았습니다. 확실히 워치OS 3의 베타를 며칠 써보면서 측면 버튼을 사용하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독에 저장해놓은 앱들은 위에 설명한 메모리 저장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기 때문에 독에서 재빠르게 자주 사용하는 앱을 불러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택시에서 택시를 부르거나 운동을 시작하고, ‘파워(Power)’라는 앱을 통해 아이폰에 남은 배터리를 애플 워치에서 빠르게 볼 수 있는 등의 작업이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개발자들에게 애플 워치는 인기가 없다는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었는데, 애플은 이런 개발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애플페이 결제를 애플 워치 앱 내에서 할 수 있게 되고, iOS의 2D 게임 API인 스프라이트킷도 애플 워치로 옵니다. 간단한 2D 게임을 만들기가 더욱 쉬워졌다는 것이죠.

워치OS 3는 아직 애플이 애플 워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할까요? 그냥 시계와 미밴드를 차고 다니고 애플 워치를 팔까 고민했던 제가 다시 애플 워치를 차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좋네요.

필자: KudoKun

이상하게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컴퓨터 공학과 학생입니다. IT 미디어인 더기어의 기자이자 KudoCast의 호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조
watchOS 3 Preview - 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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