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아는 사람만 아는' 이벤트가 많습니다. 한때는 고궁 야간 개장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고, 여러 플리마켓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자면 63 와인마켓플레이스를 꼽을 수 있는데요.
사실을 고백하자면 저 역시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이미 애호가들 사이에선 1년에 몇 회 있는 즐거운 축제 같은 이벤트라고 하더라고요. 어떤 행사인지 궁금해서 저도 발을 살짝 담가봤습니다.
와인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행사. 63 와인마켓플레이스를 다녀왔습니다. 어떤 행사였는지 간단히 소개해드릴게요.
63 와인마켓플레이스
63시티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국내 주요 와인 수입사와 함께 하는 행사라고 하는데요. 300여 종의 와인과 50여 가지의 크래프트 비어를 할인가로 만나볼 수 있고 와인을 곁들인 세미 뷔페도 즐길 수 있는 행사라고 합니다.
벌써 이번에 6번째를 맞이한 행사라고 하는데요. 저는 정보도 하나 없이 방문하느라 어떻게 돌아가는 시스템인지를 몰라서 도착하고 한 십 분은 헤맨 것 같아요. 저처럼 헤매는 분이 없길 바라면서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그랜드 볼룸으로 들어가기 전에 꽤 큰 공간에 다양한 크래프트비어와 와인이 진열돼 있습니다. 여기는 곧 찾게 되니 일단 그랜드 볼룸으로 들어가시면 큰 공간이 있고 그 앞에 카운터가 있는데요.
예약 확인 후 디너 가격을 결제하고 자리를 안내받아 들어가면 됩니다.
자리에 도착하면 그 순간부터 양쪽에 있는 세미 뷔페는 자유롭게 즐길 수 있고요. 곁들일 와인은 앞서 보셨던 곳으로 나가서 직접 사오면 되는 겁니다. 산 와인은 일정 수량 이상이면 배송할 수도 있고요.
아니면 들고 들어와서 바로 오픈해 즐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가는 편이 와인을 좀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도 이날 와인 동호회 단체 방문이 많더라고요.
와인을 즐기다.
조금 헤맨 후 저도 와인을 즐기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원하는 와인을 추천받고, 시음할 수도 있어서 조금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와인 가격을 보니 꽤 많이 할인되더라고요. 최대 50~60% 이상 할인된 초특가로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의심병 환자인 저는 인터넷으로도 조금 찾아봤는데, 확실히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수입사에서 바로 들고 오는 것이라서 중간에 유통 마진이 빠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자리에는 어떤 와인이 좋은지 추천 와인 목록도 준비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목록도 잘 봐두고 갔는데요. 가서는 결국 시음도 하나씩 해보면서 마음에 드는 와인을 찾게 되더라고요.
저는 몰랐는데,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다양한 종류의 와인이 있어 와인을 이럴 때 사서 쟁여두는(!?) 분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확실히 정말 많은 종류의 와인이 있고, 인기가 많은 와인은 금세 품절돼 버리더라고요.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은 건 추천을 받고, 시음을 해보면서 고르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좀 쭈뼛쭈뼛하긴 했는데, 친절하게 함께 골라주셔서 조금 마음 놓고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저는 이날 음식과 함께 마실 와인이 먹고 싶어서 레드 와인 중에서 너무 무겁지 않은 와인을 추천받았습니다. 그래서 몇 종을 돌아가면서 시음해봤는데요. 와인을 잘 모르는 저지만 여러 종마다 맛과 향이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이렇게 '와인에 눈을 살짝 뜨고 가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개를 시음하다 보니 왠지 벌써 취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결국, 마음에 드는 와인을 하나 골랐습니다.
그래서 고른 와인은 아모레 템프라닐료라는 이름의 와인이었습니다. 템프라닐료는 포도 품종으로 알고 있는데요. 사실 와인을 잘 몰라서 설명을 들었는데도 가물가물하네요. 스페인 와인으로 저와 동행 취향에 꼭 맞는 와인이었습니다.
심지어 원래 저렴한 와인이었는데, 할인으로 더 저렴해 1만 원대 초반으로 사서 들어왔네요. 자리에 돌아와 오픈을 부탁하고 세미 뷔페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와인을 기울이며 지는 가을밤
세미 뷔페라고 해서 너무 허접스러운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준수한 퀄리티의 음식이 나왔습니다.
하긴 같은 63시티에 전문 뷔페인 파빌리온까지 준비돼 있는데 음식이 허투루 나오진 않겠죠. 즉석 음식 코너까지 완벽하게 준비돼 먹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다 보니 또 먹고 싶어지네요.
게다가 깨알같이 어떤 와인과 잘 어울리는지도 적혀 있어서 와인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는 점. 사실 저는 그런 거 잘 모르고 그냥 열심히 음식은 음식대로, 와인은 와인대로 즐겼습니다. 하하.
그리고 음식을 즐기는 것 말고도 간단한 공연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가운데 무대가 준비돼 있어 이곳에 초대가수가 나와 가을밤에 어울리는 노래를 들려주시더라고요.
공연이 잠시 끝나고 럭키 드로우 행사가 있었습니다. 자리에 들어가기 전에 행운권을 넣었는데요. 이 행운권을 뽑아서 다양한 상품을 증정하는 행사였습니다. 크래프트 맥주부터 고급 와인까지 다양한 상품을 제공했는데요.
저희는 여기서 무려 와인을 두 병이나 받는 선전을 기록했습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너무 무겁게 돌아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원래 돌아갈 때 와인 한두 병 정도 사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와인이 덜컥 두 병이 생기는 바람에 와인을 따로 사기도 어렵게 됐습니다. 그래서 크래프트 비어를 둘러봤지요.
추천 맥주 중에 가펠 소넨호펜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가펠 쪽을 시음해봤는데요. 저는 괜찮았는데, 일행 취향엔 좀 안 맞을 맛이라서 결국 가펠 쾰시를 12병 주문해서 집으로 바로 배송을 시켰습니다.
전용 잔도 두 잔이나 받았고요. 그래서 지금 이 글도 가펠 쾰시와 함께 홀짝홀짝...
글을 쓰면서 인터넷을 조금 찾아봤는데, 확실히 아는 분은 아시고 모르는 분은 전혀 모르는 행사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올해는 이것으로 행사가 끝나고 내년부터는 1년에 한 번만 열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꽤 만족스러운 행사라서 다음번에는 제가 직접 일정을 맞춰서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년에 언제 열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와인과 함께할 그때를 기다려보겠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와인이 잘 어울리는 시기인데요. 여러분께서도 와인 한 잔 어떠실까요? 즐거운 가을밤이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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