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방학이 끝나고, 어김없이 개강이 찾아왔다. 공부하는 것이 힘들고 괴로웠던 것은 유사이래 모든 학생들의 공통점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학생들이 어떻게 학습하는지에 대한 방법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조선의 학생들은 필사된 서책을 보고 글자를 소리내어 읽으며 공부했다. 당시에는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아 책값이 비쌌다. 게다가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비싼 종이에 붓과 함께 먹과 벼루를 놓고 한참동안 먹을 갈아야 했다. 이런 제약들과 함께 신분제 사회는 하층민들에게 제대로된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인쇄술이 본격적으로 발달해 인쇄된 책의 수량이 많아지고 가격이 낮아지면서 일반인들은 좀 더 쉽게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평등한 사회는 좀 더 일반적인 교육 체계로 가는 문을 열었다.
컴퓨터는 모든 사회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연히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해 원하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본격적인 교육 현장에서도 컴퓨터가 직접적으로 사용된다. 교사들은 수업의 보조자료로 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본격적인 보급 전에는 이런 멀티미디어 자료를 사용하는 것이 힘들었다. 또, 이렇듯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컴퓨터 자체도 하나의 교과목으로 등장했다. 지금까지 바뀐 것들만 해도 컴퓨터는 이미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직 스마트 기기들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이는 반대로 스마트기기가 교육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마트기기로 대표되는 개인용 컴퓨터들이 교육에 어떻게 끼어들 수 있는지를 살짝 엿보도록 하자.
새 학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학생들에게는 수강신청이라는 임무가 주어진다. 개설될 과목들마다 각자 시간이나 강의 평가 자료 등을 제공하긴 하지만 친절하지 않은 학교 포털에서는 글로만 시간을 알려주기 때문에 이를 종이에 적거나 캘린더 앱을 켜고 배치해보면서 시간표를 짜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에브리타임이라는 서비스가 나온 뒤에는 좀 더 스마트한 방식으로 시간표를 짤 수 있었다. 사실 에브리타임을 처음 만난 건 2012년, 그 때의 에브리타임은 웹으로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에브리타임을 스마트폰 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에브리타임 앱의 가장 매력적인 기능은 과목을 선택하면서 바로바로 시간표로 시각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선택한 과목들이 서로 겹치지는 않는지, 식사를 걸러야하는 건 아닌지, 연속으로 네 과목을 듣고 있어야 하지는 않는지를 과목 하나하나를 선택할 때마다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시간표를 짜는 일을 훨씬 쉽게 만들어준다. 거기에 각 과목에 대한 평가 역시 참고할 만하다. 그 외에도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하긴 하지만, 필자는 사실 수강신청때 말고는 에브리타임을 켜본 적이 없다. 하지만 수강신청때만은 필수 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수강신청을 성공적으로 망치면, 그날 내내 수강신청 페이지를 계속해서 들락거리며 허망한 기대를 품어본다. 분명 필자가 새내기였을 때 우리학교 수강신청 웹 페이지는 아이폰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데, 그 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이제 사파리 등의 모바일 웹 브라우저에서도 주요 기능들이 제대로 동작한다. 물론 여전히 부족한 점은 있지만 이 정도면 정말 많이 발전한 것이 아닌가. 앞으로 더 정진하여 웹 표준에 부합하는 멋진 페이지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 어쨌든, 이제 학기를 맞이할 준비가 끝났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 아이폰이 울기 시작했다. 드디어 개강의 날이 밝은 것이다. 방학 중 늦잠에 적응된 신체는 일어나라는 뇌의 명령에 반기를 들었지만, 수업 첫날부터 자체 휴강을 할 수는 없다. 예전 같았으면 그날 무슨 수업을 듣는지를 확인한 뒤 그에 맞는 자료들을 챙겨넣어야 했겠지만 이제는 아이패드 하나를 달랑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선다.
watch OS 4 개발자 베타의 Siri 워치페이스. 아직은 애플에 등록된 유료 개발자 혹은 베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9월 있을 스페셜 이벤트에서 정식 버전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학기에는 어떤 수업이 어떤 교실에서 이뤄지는지가 익숙치 않으므로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표를 다이어리에 적어 다닐수도 있겠고, 아까 말한 에브리타임에 접속해서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운영체제의 캘린더 앱에 등록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애플워치의 워치페이스에 다음 수업이 바로 뜨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필자는 항상 워치페이스 한켠에 캘린더 일정을 등록해둔다. 그러면 애플워치가 알아서 다음 수업을 워치페이스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해당 워치페이스 부분을 탭하면 자동으로 캘린더 앱이 오늘 일정들을 나열해준다. 다음 이유는 캘린더 앱을 사용하면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입력한 시간표가 자동으로 동기화된다는 점이다. 캘린더에 최초로 시간표를 입력하는 것은 상당히 귀찮은 일인데, 필자는 이 작업을 아이패드나 맥 컴퓨터의 캘린더 앱에서 한다. 일정 이름에는 해당 과목 이름을, 장소에는 강의실을 쓴다. 주중 여러번 수업을 하는 경우라면 사용자 지정 반복 옵션을 지정하여 매주 월, 수에 반복과 같은 옵션을 통해 좀 더 편하게 입력할 수 있다. 이렇게 한번 20분 정도를 투자해 시간표를 입력하고 나면, 가지고 있는 모든 애플 기기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시간표를 보고 교실로 가는 길에 프린트 PC와 씨름하고 있는 학생들을 지나친다. 하지만 아이패드와 같은 스마트패드가 있다면 굳이 자료를 종이에 출력할 필요가 없다. 교실에 도착해 학교의 교육지원 웹 사이트에 접속해 필요한 자료를 내려받는다. 교수님께서 PDF 파일을 올려주실 경우 별도의 앱 설치 없이 iBooks나 웹 브라우저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고, PPT 파일 형식으로 업로드 하신 경우에도 형태가 좀 깨지는 걸 감수한다면 웹브라우저에서 바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게 싫다면 iOS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Keynote를 사용하거나 파워포인트 뷰어를 사용해서 좀 더 온전한 형태의 파일을 확인할 수 있다. 한컴의 hwp 포맷은 좀 더 난적이긴 하지만 역시 무료 뷰어를 깔아 파일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위와 같이 단순히 파일을 보기만 할 수도 있지만,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슬을 조합한다면 해당 파일에 직접 필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필자는 필기용 앱으로 GoodNotes를 사용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PDF 파일의 경우 바로 GoodNotes로 파일을 복사해서 사용할 수 있고, PPT 파일 역시 별도의 앱 없이 GoodNotes로 바로 복사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형식이 깨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해당 파일을 키노트(혹은 파워포인트)로 내려받고, 키노트에서 그 파일을 PDF로 변환하여 GoodNotes로 보낸다. GoodNotes는 처음 아이패드 프로가 출시되었을 때 발빠르게 애플펜슬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여러 필기 앱 중에서 제일 훌륭한 필기감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유니버셜 앱으로 아이폰에서도 문서들을 볼 수 있는데다가 맥용 앱도 있다. 이들은 모두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동기화되어 수업에 가기 전 파일을 맥에서 다운로드해 던져놓고, 강의실에서는 열심히 필기한 후, 집에 와서는 다시 아이맥의 큰 화면으로 해당 내용을 복습할 수 있다. 웹을 통해 제출해야 하는 문제풀이 등의 과제 역시 GoodNotes와 애플펜슬로 종이에 풀듯 풀어낸 후 PDF로 변환하여 이를 제출할 수도 있다.
필자는 강의실에서는 강의 자료를 가지고 교수님의 강의에 집중하고, 집에서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편이다. 집에서 책을 읽을 때도 가급적 eBook이 있다면 eBook을 구매하려고 한다. 필자가 공부하는 컴퓨터 과학 과목의 교과서들은 대부분 아마존 킨들 앱 등을 통해 eBook 버전을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eBook 버전의 책들을 구매하면, 아이패드 등을 통해 대중교통으로 이동중에도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학기중의 아까운 시간들을 잘 쪼개서 사용할 수 있다.
Bear(iOS, macOS) - 부분 유료, 구독형 모델(월 $1.49, 연 $14.99)
시험기간에도 이런 스마트 기기들은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필자는 시험공부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서브노트 만들기이다. 학기 중에 한 번 내용을 훑었으니, 시험기간에는 다시 한번 내용을 찬찬히 훑으면서 중요한 부분, 내가 잘 모르는 부분들을 이해해서 서브노트로 만든다. 필자는 서브노트를 만들기 위해 맥 컴퓨터의 기본 메모앱이나 Bear 라는 글쓰기 앱을 사용한다. 이렇게 한 번 만들어진 서브노트는 계속 시험공부를 하면서 수정되고, 내용이 덧붙여진다. 메모 앱이나 Bear 등을 이용해서 서브노트를 만들면, 아이폰에도 해당 내용이 동기화되고, 작은 화면에 맞게 읽기 쉬운 형태로 바뀐다. 시험 기간에는 돌아다니는 시간에도 아이폰을 들여다보면서 계속해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기말시험까지 마치게 되면 한 학기가 끝난다. 필자는 이렇듯 가지고 있는 스마트 기기들을 총 동원해 학업을 수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스마트 기기들을 학업에 활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자료 정리부터 공부에 이르기까지 훨씬 더 편하고 학업 효율 역시 올라갔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이런 스마트기기들이 줄 수 있는 부작용과 비용 때문에 본격적인 스마트기기의 도입을 꺼리는 듯 하다.
하지만 적어도 고등교육 과정에는 스마트기기들이 본격적으로 도입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을 듯 하다. 스마트 혁명이 교육시장까지 뒤덮는 그 날을 바라며 글을 맺는다.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교차점에서 빛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DrMOLA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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