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애플 사용자들에게는 오래된 불만이 있다. 바로 애플의 직영 스토어가 한국에는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애플은 온라인 스토어만 직영으로 운영했고, 오프라인 판매는 모두 리셀러들이 맡아왔다. 애플은 리셀러들에 제품의 불량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않았고, 덕분에 리셀러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할 경우 구매하자마자 제품 불량을 발견하더라도 교환이나 환불 등을 위해서는 애플 공인 서비스센터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또 해외에서 애플 제품들에 대한 사후 지원 등을 담당하는 축이 되는 애플 오프라인 직영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애플 제품들에 대한 서비스들 역시 애플이 외주를 준 서비스 업체를 통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폰 3gs가 한국에 출시된 이후, 한국에서 애플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사용자 수가 증가했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은 애플이 한국에 곧 직영 판매점을 낼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오랫동안 빗나갔고, 한국의 애플 유저들은 자조섞인 목소리로 애플 스토어의 한국 진출과 남북통일 중에 어떤 일이 먼저 벌어질지를 논했다. 결국, 남북통일보다는 애플 스토어의 한국 진출이 더 빨랐다.
사진 : 애플
한국의 첫 애플 리테일 스토어의 공식 명칭은 ‘애플 가로수길’이다. 애플 가로수길은 애플의 직영 스토어인 만큼 외국의 애플 스토어에서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애플 스토어에서 각종 애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지니어스를 통해 애플 직영 사후지원 역시 받을 수 있다. 닥터몰라는 애플 가로수길이 정식으로 개장하기 전, 애플 가로수길이 제공하는 경험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었다.
애플 가로수길은 그 이름처럼 가로수길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가로수길로 들어가서도 꽤 걸어야 애플 가로수길에 도착할 수 있는데, 혹여나 이 매장을 못 보고 지나칠까 하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다. 애플 가로수길은 전면 전체를 투명한 유리로 처리했다. 덕분에 주변 건물들 사이에서 확실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물론, 스토어 내부의 풍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무엇보다 한 동안은 북적이는 사람들 때문에라도 못 보고 지나치긴 어려울 듯하다.
스토어에 들어가기 전부터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애플 가로수길 안에 있는 네 그루의 나무이다. 이들은 바깥 가로수길의 가로수와 평행하게 배치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건물 안에 나무를 들여놓는 것은 흔치 않기에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 나무가 심어져 있는 화분은 그 자체로 의자의 기능을 하고, 주변의 디자인과 어울린다. 전면을 모두 투명한 유리로 처리한 것은 바깥에서 봤을 때 시선을 끄는 역할에 더해 스토어 내부를 자연광으로 채우는 역할 역시 수행한다. 애플 가로수길의 천장은 높고, 조명은 은은하다. 이런 조명과 자연 채광은 스토어의 분위기를 산뜻하게 만들어 준다.
스토어 내부에는 애플 스토어의 상징인 원목 탁자들이 놓여져 있으며, 그 위에는 수많은 애플 기기들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북 시리즈는 물론이고 최근 출시된 아이맥 프로 역시 당당히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은 애플 리셀러 매장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니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다만 리셀러 매장에서는 제품들에 도난 방지 장치들이 부착되어 있는데, 애플 가로수길의 제품들은 이런 장치들 없이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애플 가로수길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애플 디바이스 그 자체보다는 오히려 많은 액세서리들과 서드 파티 제품들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애플은 애플 가로수길 양쪽 벽에 액세서리나 서드 파티 제품들을 진열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애플은 이 공간을 ‘Avenue’라고 부른다. 애플에 인수된 비츠의 음향 제품들은 물론 홈킷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필립스의 스마트 조명, 아이폰으로 조작할 수 있는 드론, 여러 액세서리 등 애플 디바이스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주변기기들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스토어 곳곳에는 제품이 진열되지 않은 탁자들도 존재한다. 이 탁자들은 애플 가로수길에서 제공되는 여러 프로그램 Today at Apple의 세션 공간으로 활용되거나 지니어스들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애플 가로수길의 내부에는 지니어스 바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고객들은 이 공간에서 지니어스에게 사후 지원을 받게 된다. 이날 한 쪽 테이블에서는 아이폰으로 사진을 잘 찍는 방법에 대해 짤막한 세션이 열렸고, 반대쪽 테이블에서는 Swift Playground 앱을 이용해 로봇을 움직여볼 수 있는 세션이 열렸다.
스토어의 안쪽에는 커다란 화면과 예쁜 디자인의 의자들이 놓여있는 공간이 있는데, 여기 역시 Today at Apple을 위한 공간이다. 여기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대이다. 이날은 애플의 Denny Tuza 시니어 마케팅 디렉터가 이 공간을 애플 가로수길에 대한 설명을 위한 무대로 사용했다.
이처럼 애플 가로수길은 국내 애플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구매 환경을 마련해주고 더 나아가 애플 제품 사용자들이 자신의 제품을 더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에는 애플 직영 사후지원도 포함되며, 애플 가로수길에서 열리는 여러 세션들도 포함된다. 개장일인 27일에 애플 가로수길에서는 인물 사진, 동영상 촬영, 코딩, 사진 촬영, 동영상 편집 등에 대한 세션이 열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애플 스토어의 이런 기능들은 오프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여전히 대부분의 한국의 애플 사용자들은 이런 혜택을 쉽게 누리기는 어렵다. 한국의 애플 사용자들의 염원은 아직 다 채워지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이런 염원이 완전히 해소되는 날이 멀지 않은 미래이길 기대해 본다.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교차점에서 빛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DrMOLA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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