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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연의 독설은 몇년 전에 읽었었다. 상당히 공감했고 많이 뜨끔했고 많이 생각했다. 그녀의 생각은 명쾌했고 명확했고, 그래서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유수연의 독설을 인상깊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녀가 새롭게 쓴 책 "인생독해"
읽고나니 유수연의 독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결국 같은 것이지 않나 싶다. 한 사람이 쓴 책이고, 그녀의 생각에 큰 변화가 없다면 결국 그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크게 다르지 않는 게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독설과 완전히 같지 않다.
이 책은 그녀가 책을 읽고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녀에게 많은 사색을 하게끔 만들었던 책들) 그것을 통해서 사색하게 된 이유와 배경, 그리고 그 사색의 결론을 조근조근 알려주는 그런 책이다. 에세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사실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단순한 자기계발이라고 하기에는 딱 맞는 카테고리는 없는 듯 하다.
그녀가 지금까지 그녀로서 인생을 살아오면서 자신의 생각을 만들게 해준 책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데, 생각보다 많은 공감이 일어났다. 특히나 어린왕자. 개인적으로 가장 불편한 책 중 하나라고 생각했고, 그런 나에게 순수성을 의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만 메마른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적어도 어린왕자에서는 동지를 만난 듯 했다.
이 책의 부제는 나의 언어로 세상을 읽다이다.
그렇다. 책의 부제만 보더라도, 책의 제목만 보더라도 이 책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단 하나이다.
뭔가를 읽었을 때, 당신은 생각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나만의 언어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조립해보고 그래서 얻은 결론은 인생의 자양분이 되고, 앞으로 살아가는 세상에서 만나게 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이드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세대는 그런 게 있냐는 말이다.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 신문을 읽어도 좋고 하다못해 잡지를 읽어도 좋다. 읽고나서 그것을 깊이 자신의 것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냐 말이다.
이 책은 유수연이라는 저자가 읽은 책들 중에서 자신에게 많은 의문을 떠올리게 만들었거나, 생각의 결과야 어찌되었든, 생각이라는 방식을 선택하게 해준 책들의 이야기를 부분부분 해주고 있다.
그러고보면 잠깐의 클릭으로 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내가 직접 애쓰지 않아도 쉽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수 많은 정보가 마치 내것 인듯 하고, 누군가가 노력해서 만든 것은 시간대비 대단하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많은 평론가들 덕분에 우리는 생각하지 않아도 결론으로 도착할 수도 있고, 그 결론을 선택해도 뭐 그다지 나쁘지 않은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 내것은 존재는 하는가.
많은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즐거운 상상과 호기심보다는 지금도 힘든데 미래라고 무엇이 다르냐고 많이들 묻는다. 그런 미래를 우울하게 바라보고 있기보다는 자신의 삶이 어제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 위해서 노력이라도 해야한다. 그 노력은 스스로의 생각을 자양분 삼아서 일으켜세워져야 더 많은 문제에 직면하더라도 스스로 헤쳐나갈 힘이 생긴다.
유수연이라는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이다.
똑 부러지고 독설을 날릴 줄 알지만 그 안에 공감이 있는 그런 브랜드.
그 브랜드가 있기까지 저자의 수 많은 노력이 있었겠지만 가장 큰 노력은 아마도 독서를 통한 사색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며, 그 사색의 결론은 자신만의 언어로 재무장되어 저자의 삶의 큰 뿌리가 되어있는 것일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 공감하며 스스로를 반성해본다.
나는 얼만큼 책을 통해서 성장했던 것인가.
책 내용 중에서
- 결국, 믿을 수 있는 것은, 내가 버텨낸 오늘 하루다.
from Alice with lovely days http://ift.tt/1D31K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