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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 교수의 강의는 TV에서 봤던 게 전부다.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볼 때마다 그분의 강의는 참응로 유쾌했다. 시종일관 빵빵 터트리는 유머와 즐거움은 여전히 그를 유쾌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남게끔 하기에 충분하다못해 넘칠 정도니까.
작년에 구매해서 올해 1월에 읽어본 이 책은 읽는 내내 역시나 즐거웠다.
그 답게 책은 군더더기가 없었고, 그 답게 책 중간중간 자학의 개그가 남아있었고, 그 답게 어려운 것을 쉽게 잘 풀어서 설명해주었기에 어려운 내용도 읽는데 부담이 없었다.
잘 읽다가 갑자기 이야기가 어려운 부분이 존재했는데, 그가 마지막 사족으로 남긴 내용이 있다.
자신도 타인처럼 일부러 어렵게 설명해봤다고.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하면 무시한다고 했던가?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해봤다며.... 그러는 거 아니라면 그 답게 위트있게 푸념처럼 내 뱉는 한 줄의 글에서 나는 순간 빵.. 터졌다 ㅎㅎㅎㅎㅎㅎ
역시 그 다웠다.
책 전부가 그의 손길이 느껴질 정도로 책 내용내내 에디톨로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세울 수 있었다.
사실 인터넷이라는 세상을 접하면서 정보에 대한 입장은 다소 자유롭달까. 정보라는 것이 권력이라는 사실은 구태의연하게 주구장창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내가 살아왔던 10대의 삶은 그러했으니까. 그런데 말이다. 내가 살아온 20대는 그게 아니었다. 정보를 쥐고 있다고 권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대ㅁ학시절 어렴풋하게 느끼게 되었고 대학을 졸업하고나서는 더더욱 느끼게 되었다.
정보를 쥐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아니라 어떤 정보를 어떻게 쥐고있느냐의 차이가 권력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 즉, 정보를 어떻게 처리해나가느냐의 차이가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특히 인터넷에는 정보가 넘처난다. 문제는 그 정보중에서 필요한 정보는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다. 수 많은 정보를 가지고 필요에 맞게끔 처리해놓은 정보는 블로그 BEST로 뽑혀서 포털 사이트의 대문에 실리기도 하고 신문에 실리기도 한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어떻게 시선을 맞추어서 필요한 이에게 적절히 제공할 수 있는가, 그가 말하는 에디톨로지는 결국 내 삶에서 어렴풋하게 안개속을 헤매는 듯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책을 통해서 어렴풋하게 느꼈던 그 편집의 방식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왜 필요했는지, 세상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그가 말한대로 "지식편집은 권력이 바뀌고 있다"를 아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아니, 인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
관점을 어떻게 보느냐에서 달라지는 그림으로 대표되는 피카소는 이미 잘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그 외의 회화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관점의 차이는 참으로 흥미로웠다. 그가 말하고자하는 에디톨로지에 대한 설명으로 가지고 나온 키워드들은 하나같이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듯 했지만 그가 말하고자 했던 에디톨로지를 관통하는 것들이었다.
예능 프로그램/ 영화/ 클래식/ 회화/ 군대/ 선글라스/ 주거공간/ 백화점 이야기등등 모든 것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아 그런거구나
아 그랬던거였어.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탄성하듯이 나왔던 말들은 이 두 마디가 가장 많았다.
이 책은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읽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가 말하는 에디톨로지라는 것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어차피 넘처나는 정보에서 필요한 정보로 편집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을 갖춘 이만이 필요로 하는 권력을 쥘 수 있고 인생을 살아가는 열쇠를 가진것과 같을 것이다. 과거에는 정보가 있어야 먹고 사는데 훨씬 더 유리했고, 뭔가를 더 배울 수 있었고 앞서나갈 수 있었던 것과는 지금 이 세상은 너무나 달라졌으니까.
하다못해 과거의 금리와 오늘의 금리를 비교해보자. 세상은 달라졌다. 그러니 세상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져야한다. 그렇다면 결론이 난다. 이제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무엇을 알고 있어야 유리한걸까.
답은 에디톨로지가 아닐까.
<마음에 드는 구절>
- 불과 20년 만에 세상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제 정보가 없어 유학을 가는 세상이 아니다. 내가 다녔던 베를린 자유대학 심리학과 도서관은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 문닫는 시간도 없다. 24시간 개방이다. 미국의 하버드 대학도 마찬가지고 일본의 와세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정보는 공짜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아무리 귀한 자료도 일정 비용만 내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지식 편집의 권력이 바뀌고 있음을 인정해야한다.
- 아주 조심스러운 조언으로 책을 끝내려 한다. 정말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자신의 생각을 풍요롭게 편집하려면 무엇보다도 언어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오십 넘어 새롭게 일본어를 배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작 영어 자료 하나 소화하는 것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그 정도는 누구나 하기 때문이다.
- 덧붙이자면, 사회적 경력/학력을 제외하고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학력/경력 없이도 자신의 정체를 확ㅇ니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깊은 자기성찰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명함을 내보이지 않고 자신을 얼마나 자세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서술할 수 있는가가 진정한 성공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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