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제게 봄은 교향악 축제의 계절이 돼버렸습니다. 봄꽃만큼이나 자연스레 교향악축제 일정을 뒤적거리는 게 일상이 됐는데요. 올해도 다시 일정을 잡아 다녀왔습니다. 한화와 함께하는 2017 교향악축제에 말이죠.
올해도 여러 번 다녀오려고 노력했는데요. 시간이 닿는 대로 움직여보자 싶어서 개막공연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봄비가 새초롬하게 내리는 날. 예술의 전당을 찾았습니다.
한화와 함께하는 2017 교향악축제.
이제 굳이 다시 소개해야 할까요? 한화와 함께하는 2017 교향악축제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대, 최고의 음악축제 중 하나입니다. 온 클래식 마니아가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매력적인 축제이기도 하죠.
원래는 예술의 전당 음악당 개관 기념으로 시작했던 교향악축제. 중간에 IMF 금융위기 때문에 중단될 위기에 처했는데요. 그때 한화그룹에서 지원을 시작해 지금처럼 '한화와 함께하는 교향악축제'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지원을 지금까지 이어나간다는 것 자체가 저는 꽤 기념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번 말씀드렸다시피 딱히 돈이 되는 활동도 아닌데, 이걸 이렇게 꾸준히 가져가는 것 자체가 부담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한화와 함께하는 교향악축제는 사회 공헌 활동 중 하나입니다. 문화생활을 쉽게 하기 어려운 사람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고 하네요. 덕분에 저처럼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클래식을 알아가고 있고요.
티켓을 교환하고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클래식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클래식 관련 정보나 동향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거든요. 제가 모르는 세계라 슬쩍슬쩍 귀동냥을 좀 했네요.
그리고 예술의 전당이 워낙 시설도 좋고 볼거리도 많아서 커플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방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고요.
한화와 함께하는 2017 교향악축제의 개막
작년에는 일부 공연을 생중계해서 이를 보기도 했는데, 올해는 이런 행사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올해 교향악축제의 무대를 연 오케스트라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입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코리안 심포니오케스트라도 무척 유명한 오케스트라죠. 예술의전당 상주교향악단이기도 합니다. 국립교향악단이 해제한 후 국립교향악단 단원을 중심으로 다시 창단한 오케스트라라고도 하네요.
ⓒ데이라이트 스튜디오 조남룡·김성룡
개막공연인 만큼 부담감도 막중했을 텐데요. 그래서 저도 조금 설레고, 한편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인 임헌정 지휘자가 이번 공연의 지휘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날을 선택한 이유는 지인이 두 번째 곡이었던 리스트의 '죽음의 춤' 공연을 감상하고 싶어 했기 때문인데요. 저는 정보를 잘 안 찾아가 보고 가서 잘 몰랐는데, 주변에서도 꽤 기대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그리고 리스트의 '죽음의 춤 S.126',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Op.30'이었습니다.
공연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기회를 빌려서 할 예정이므로 간단한 느낌만 정리해보겠습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유럽에 있는 전설 중 하나인데요. 바그너는 이 전설을 바탕으로 한 서사시를 읽고 악상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드러낸 곡이라고 합니다. 바이올린 음색이 아름다웠노라 정도로 정리해보겠습니다.
ⓒJino Park
죽음의 춤은 저도 이야기를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곡입니다. 아니, 죽음의 춤보다는 '죽음의 무도' 혹은 '토텐탄츠'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곡이죠. 생상스의 교향시에도 죽음의 무도라는 곡이 있습니다만... 네.
처음부터 위압적인 시작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피아노 협연에 김다솔 피아니스트가 함께했는데요. 차세대 피아니스트 중 하나라고 합니다. 현란한 피아노 연주가 이 곡의 백미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확실히 피아노가 들어가니 음이 풍부해진 느낌이었어요. 함께한 지인은 이거 하나로 오늘 공연이 남는 느낌이라는 이야기까지 할 정도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입니다. 니체의 책으로도 유명한 제목인데요. 이 책에서 작곡의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이 낯선 책 제목보다 스탠리 큐브릭이 1968년에 만든 영화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들어간 음악으로 더 유명할 거예요.
머리말에서부터 세계 너머의 세계를 믿는 자들에 대하여, 위대한 동경에 대하여..로 마지막 밤 산책가의 노래까지 30분 가까이 이어집니다. 곡의 흐름이 긴 만큼 다른 곡보다 서사적인 부분이 두드러졌는데요.
슈트라우스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을 선택했을 정도로 철학을 탐닉(!?)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철학적인 노래가 아닌, 니체가 그리는 위버맨쉬(초인)이라는 관념에 이르는 흐름을 음악적으로 전하려 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 곡 안에 담긴 근본 바탕은 철학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성공적인 개막 공연이었습니다. 한화와 함께하는 교향악축제를 꾸준히 다니면서 느끼는 점은 클래식에 좀 더 관심을 두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예전보다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저도 공부를 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대표적인 변화인데요.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던데, 적어도 낫 놓고 ㄱ자는 알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열심히 살펴보는 것 같습니다.
올해엔 예정상으로는 두 번 더. 총 세 번을 다녀올 계획인데요. 나머지 공연도 모두 보고 제 일정을 마친 후 다시 한번 공연을 쏙쏙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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