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참 자극적이다.
인기있는 스마트폰을 사지 마라니. 늘 그렇듯이 책 제목이 구독자들의 손길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하지만 그만큼 책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주는 주요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책 제목에 낚여서 읽어서 실망스러운 책들을 많이 봤으니까. 그러나 어쩌랴. 매달 쏟아져나오는 신간의 수는 어마어마하고 책을 읽는 독자의 수는 국내에서 그리 많지 않으니.
한 편으로 이해되면서 또 한편으로 낚였을 때에는 짜증난다.
이 책의 제목보다는 사실 부제목이 이 책의 진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부제목이 훨씬 더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
"가격을 둘러싼 기업과 소바자의 두뇌게임"
사실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은 인기있는 스마트폰을 사지말라고 하기보다는 인기있는 스마트폰의 개통수가 많은 통신사를 사용하는 것이 그리 현명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유는, 가입자가 몰리면 그만큼 통화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하지만 굳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매우 꼼꼼히 읽고 여러번 곱씹을 만큼 읽기에는 심심하다. 다양한 우리 삶 속에 대한 경제적 관련성이 있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설명이 매끄럽다거나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읽는 내내, "아, 이런 것도 있구나. 이런 거였구나."하는 것도 있지만, 그 설명이 아쉬워서 "무슨 말이지?" 싶은 것도 몇 개 있었다.
예를 들면 항공기 A380 부분이다.
500석이 넘는 좌석을 구비한 A 380이 왜 인기가 없을까?라는 질문에 이 책에서 말하는 정답은 "남는 좌석이 많으면 싸게 팔아야 하는 좌석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정답만 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이 책의 결론은 이렇다
"A380은 A350(300석 규모)보다 운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면서 남는 좌석을 할인해야하는데 그 좌석의 수가 더 많다. 이익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러므로 전 세계 경기가 불황에 빠져있기 때문에 실제로 A380을 운행할 수 있는 노선이 많지 않다." -> 그러므로 인기가 없다.
이미 질문에 대한 접근방식이 내 생각과 달랐던 터라 나는 처음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소비자 입장에서 왜 소비자들이 A380을 선택하지 않는가=그래서 왜 인기가 없을까?라고 받아들였는데, 이 책의 접근방식은 기업 입장에서 A380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던 것이다.
곧, 이 질문만 보아서는 부제목인 : 기업과 소비자의 두뇌게임"은 맞지가 않다.
나는 기업이 왜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지 보다는 소비자와 기업이 가격을 둘러싸고 고민하거나 혹은 경쟁해야하는 것에 대해서 궁금했다. 왜 그렇게 가격이 책정되는지, 왜 그런 할인을 하는지. 그래서 소비자는 무엇을 조심해야하는지
이 책에서 제시되는 68개의 모든 문제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소비자가 보통 구매하는 물건의 가격이 왜 그렇게 산출되는지, 왜 그런 전략이 구사되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고 있지만, A380의 인기가 있다 없다의 문제는 소비자와 기업간의 가격두뇌싸움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아쉬운 점은 문제를 낼 때, 생각보다 조건이 부족하다.
같은 편의점의 물건에 대해서도 그것이 결정되는 가격적 요소나 인기의 요소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그러므로 문제를 출제할 때 더 다양한 조건과 주변 상황에 대해서 다 알려주고 난 뒤에 문제의 정답을 유추할 수 있게 해야하는데 몇몇 문제는 그런 조건들이 빠져있다.
그래서 제시된 문제의 정답을 보면, 아,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성인이라면 경제활동은 필수다. 간단히 말하면 먹고 살아가려면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소비해야한다. 그 소비 과정에서 수 많은 경제적 전략에 소비자들은 노출되어있고, 생각보다 많이 경험하고 있다.
트리클 다운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화장품 판매가 잘 되면 화장품의 유리병을 만드는 회사도 덩달아 잘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굳이 특정 품목에 있어서 손해보는 최저가 세일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미끼상품이라는 것도 경험을 통해서 우리 소비자는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68개의 문제는 모두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다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체계적으로 누군가가 알려준다면, 우리는 더더욱 우리 경험을 바탕으로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그 진입장벽을 많이 낮춘 책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내가 생활하는 범위내에서 접하게 되는 많은 품목들의 가격은, 철저하게 기업의 계산된 행위이고, 그 계산된 행위에 적용되는 다양한 전략은 이런 것들이 있다.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알려면 어려운 경제책을 꺼내들고 읽어야 할 때가 많다. 그런 책들은 마음은 알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지만 내 머리는 이해하기 어려우니 자연스레 책을 놓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부담없이 읽어보고 간단하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그 진입장벽을 낮춘 이해하기 쉬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장점에도 아쉬운 점은 모든 설명이 조금씩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거나 혹은 조금 더 현실적인 조건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문제에 적용한다면 그에 대한 정답을 맞추기도 쉬울 것이고, 우리가 한 가지 제품이 가지는 그 가격의 배경에 대해서 일상생활에서도 더 다양한 조건을 들어서 생각해볼 수 있는 훈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내 삶에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경제적 전략(기업이 소비자에게 행하는)에 대한 것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은 가볍게 읽고, 추가적으로 "우리를 화나게 하는 26가지 경제 이야기. 앵그리 경제학"의 챕터 1을 읽기를 추천한다. 이 책을 읽는 게 훨씬 이해하기가 편리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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