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프로를 활용하기 시작한 지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애초 목표로 한 용도에 맞게 쓰는지 돌이켜보면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만한데요. 제가 아이패드 프로를 쓰면서 많이 듣는 이야기가 '학생이 쓰기에 어때요?'라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슬로 많이 하는 게 디지털 필기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선 앱에 따른 디지털 필기 결과물을 소개하고 간단한 소감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아이패드와 생산성, 그리고 글씨
아이패드 프로를 처음에 구매하기로 하면서 분명한 목표를 정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가의 기기이니만큼 분명한 목표가 없으면 돈 낭비가 되기에 십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멀쩡히 있는 아이패드 미니2를 버리고 옮겨야 할 이유가 필요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제품군은 일반 태블릿과 달리 생산성을 중요한 키워드로 삼은 제품입니다. 여태까지 태블릿 제품군은 콘텐츠 소비에 무게가 실린 제품이었기에 이런 성격의 변화는 꽤 진폭이 크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생산성을 상징하는 액세서리가 애플 펜슬입니다. 그리고 이 애플 펜슬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업이 그림과 글씨고요.
제가 자주 쓰는 용도 중 하나가 디지털 필기라고 말씀드렸죠. 빈 바탕에 가볍게 끄적거리면서 생각을 정리할 때도 쓰고, 외부에서 떠오르는 메모를 기록하는 데도 이용합니다. 그리고 몇몇 논문을 읽으면서 주석(annotate) 기능도 자주 활용합니다. 논문이 아니라 PDF 파일로 된 책이나 문서일 때도 잦고요.
아이패드는 출시 이후부터 이런 욕구가 계속 있었기 때문에 주석을 지원하는 앱이 꽤 많습니다. 저도 아이패드2를 쓸 때부터 이런 기능을 활용하려고 노력했기에 꽤 많은 앱을 구매했고, 써보기도 써봤는데요. 여태까지는 스타일러스의 부재로 마음에 쏙 드는 앱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스타일러스가 없어서인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앱이 계속 발전해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아이패드 프로 9.7이 출시하고 스타일러스 펜인 애플 펜슬을 손에 쥔 다음 앱 스토어를 살펴봤더니 그동안 개발이 중단된 앱도 많고 새로운 버전을 출시하면서 다시 구매해야 하는 앱도 많더라고요…. 아직 제 구매 내력에 남아있는 앱을 중심으로 간단한 필기를 하면서 그 결과물과 후기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Goodnotes4(7.99달러)
굿노트(Goodnotes)4는 꽤 오래된 필기 앱입니다. 예전에 굿노트3 버전을 이용했었는데, 다시 업그레이드했더라고요. 다시 구매해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잘 써왔던 기억이 남아 다시 구매했습니다.
굿노트는 아래 소개할 다른 앱보다 가장 필기감이 뛰어난 앱이었습니다. 필기감을 가르는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하나는 획을 얼마나 보정해주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필압을 얼마나 민감하게 인식하느냐입니다. 최소 굵기와 최대 굵기의 차이가 나야 하는데요. 굿노트가 개인적인 기준에서 가장 알맞은 정도였습니다.
필기 예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반적인 글씨와 가장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노트 쓰듯이 쓰다 보면 조금씩 미끄러져 글씨가 예쁘게 나오진 않네요. 익숙해지는 시간은 필요합니다.
노트 관리는 평범한 수준입니다. 카테고리로 1, 2차 분류하고 각 노트 파일로 2차 분류합니다. 그러나 카테고리의 목록을 한눈에 보기 어려운 점은 아쉽습니다. 세부 분류에서 노트마다 표지나 페이지를 다른 형태로 바꿀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노트의 첫 번째 페이지가 표지로 설정돼 정말 노트를 보관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노트의 페이지를 뽑아서 다른 노트에 넣는 기능이 있었으면 했는데, 이는 지원하지 않네요. 대신 올가미 도구로 노트를 복사해서 다른 노트에 붙여넣을 수는 있습니다.
2.Notability(7.99달러)
노타빌리티도 오래된 노트 필기 및 관리 앱입니다. 이 앱은 예전에 구매했는데, 아직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는 앱인데요. 추가 구매하지 않고 쓰고 있어 본전은 확실히 했다고 생각하는 앱입니다.
노타빌리티는 획의 최소 굵기와 최대 굵기의 차이가 좀 있고, 이를 측정하는 게 민감한 편이라 자칫하면 글씨가 좀 지저분해 보일 수 있습니다. 획보정은 보통이고요. 필기 관련 기능은 굿노트, 나아가 필기 앱이 다 비슷한 수준입니다.
노타빌리티의 장점은 노트 분류가 편리하다는 점입니다. 카테고리도 2차 분류를 지원하고, 카테고리별로 색상을 지정해 이를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빈 곳에 필기하는 것보다 PDF 파일을 불러와서 주석을 달거나 필기할 때 유용했습니다. 저는 예전에 학기별, 수업 별로 나눠서 자료를 보관하고, 필요할 때는 주석을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자체 녹음 기능이 있습니다. 다른 앱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능인데요. 자체 녹음과 필기를 함께 하면, 나중에 녹음된 파일을 재생했을 때 어느 지점에서 어떤 필기를 했는지 표시해줍니다. 수업을 들을 때 참 유용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노타빌리티는 맥 앱도 있습니다. 굿노트4도 있긴 한데 상대적으로 평이 좋지 않아요. 비슷한 앱 중에서는 노타빌리티가 가장 먼저 맥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녹음 기능과 합쳐져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별도 구매인 건 아쉽지만, 제값은 한다고 봅니다. 오가며 작업하기 좋은 앱이에요. 필기만 오롯이 하는 게 아니라 목적에 노트 관리를 더한다면 노타빌리티도 훌륭한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3.Onenote(무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원노트는 근래에 가장 만족스러운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무료로 전환하면서 에버노트의 위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윈도우의 제조사다 보니 상대적으로 맥과 iOS에선 살짝 아쉬움이 엿보이는 게 단점입니다.
필기도구도 간단하고 유별날 것은 없습니다. 원노트의 장점은 OS를 넘나드는 지원 여부인데요. 맥, iOS 기기에 이어 안드로이드, 윈도우까지 모두 앱이 있어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패드와 조합이 아닌 안드로이드에 와콤 펜 조합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최근엔 윈도우 태블릿 중 와콤 AES를 탑재한 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태블릿 PC에서 유용하게 쓰이는데요.
편집을 하면서 윈도우OS를 함께 쓴다면, 거의 다른 대안없이 원노트를 써야 합니다. 단순히 윈도우에서 보기만 하겠다면 다른 앱을 선택하는 것도 좋겠죠. 오랫동안 정리한 노트 분류 체계도 장점입니다. 노트북 개별 파일, 노트, 페이지까지 여러 단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맥OS 용 원노트는 눈물이 날 정도로 부실합니다. 반쪽짜리 기능이 많으므로 이 부분은 유의하셔야 합니다. 필기의 세밀한 맛은 떨어지지만, 자유자재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선 원노트가 가장 우수한 앱이라고 생각합니다.
4.PenUltimate(무료)
펜-얼티메이트(Pen-Ultimate)는 에버노트에서 제공하는 필기 앱입니다. 꾸준히 업데이트는 하고 있지만, 다른 앱과 비교하면 업데이트가 조금 느린 느낌입니다. 예전 터치펜 시절에는 에버노트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어서 무척 유용한 서비스였는데, 지금은 예전만 못하네요.
여전히 강력한 기능을 자랑하나, 우선 애플펜슬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느낌은 아닙니다. 다른 앱은 애플펜슬이 연결돼 있으면 손가락을 드래그로만 인식하게 하는데, 펜얼티메이트는 손가락 필기도 인식해 팜레스트가 불완전한 느낌입니다. 손바닥 부분에 점이 찍히는 등 문제가 있네요.
필기도 살짝 지저분한 느낌입니다. 저기 보이는 글씨의 스크린 샷을 찍은 시점은 다르나, 글은 같은 환경에서 한 번에 썼는데요. 컨디션이 크게 변하지 않았음에도 글씨의 차이가 좀 느껴지시나요? 지저분하기엔 후자의 두 개가 좀 아쉽네요.
에버노트에 자동으로 연동할 수 있고, 그러면 에버노트 플랜에 따라 검색 기능을 지원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에버노트 플랜 구독은 유료이므로, 아주 완벽하다고만은 할 수 없겠네요.
사실 이 외에도 몇 가지 필기나 주석 앱은 더 있습니다. 시간과 재정에 쫓겨 모든 앱을 테스트해보지 못하고 제 구매 기록에 아직 남아있는 앱 위주로 점검해봤습니다. 간단한 느낌 정도는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세부 앱 리뷰나 다른 앱과의 비교도 고민 중입니다. 받아놓은 앱 리뷰 자체는 큰 문제가 없는데, 기타 다른 앱은… 블로그로 앱 살 돈 좀 벌면 해보겠습니다. 혹시 비교를 원하시는 앱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소개도 받고, 알려주신 앱은 진지하게 검토해보겠습니다. 간단히 정리해본 필기 후기였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더 적어볼게요.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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