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상 최고의 초경량 노트북으로 이름을 날리던 맥북에어.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사양이 떨어지면서 이제 제품으로서의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애플 제품 테두리 안에서는 12인치 맥북과 13인치 맥북프로에 치이며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고, 늘 자신을 맥북에어의 대항마라며 소개하던 윈도우 랩탑도 어느 순간 맥북에어 이름을 꺼내는 것을 멈추었습니다. 불과 1년도 안되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할까요.
더 버지에 올라온 사설을 통해 그 이유를 살짝 엿볼 수 있을 듯합니다. 'The MacBook Air is on a path to extinction'... 우리말로 의역하면 '죽음의 길로 들어선 맥북에어'라는 사설입니다.
"새로 디자인된 맥북에어가 나온 2010년 당시만 하더라도 애플이 맥 이름으로 내놓은 기기 중에서 최고의 기기를 만들었다는 찬사가 끊이질 않았다. 새 맥북에어는 하나의 계시(revelation)였다. 오리지널 맥북에어처럼 극도로 얇고 가벼웠고, 대부분의 컴퓨터 작업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히 강력한 성능을 갖고 있었으며, 그러면서도 경쟁 제품을 압도하는 긴 수명을 가진 배터리가 탑재돼 있었다. 지난 수년간 맥북에어는 랩탑 시장의 기수였고, 모든 윈도우 울트라북의 롤모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올해 2015년은 맥북에어에게 그렇게 호락호락한 해가 아니었다. 애플 스스로 맥북에어의 경쟁 모델인 12인치 맥북과 13인치 레티나 맥북프로를 선보였고, 이번 주에 발표된 아이패드 프로도 맥북에어의 위치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OS X을 쓸 필요 없는 사람에게는 델 XPS 13이라는 걸출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녕 애플은 한때 최고의 PC로 여겨지던 맥북에어를 버리려고 하는 것인가?
지금까지 난 사람들이 왜 맥북프로를 구매하는지 늘 의문이었다. 그동안 맥북프로를 맥북에어의 살짝 더 빠른 뚱보 버전 정도로만 여겨왔기 때문이다. 성능의 이점에 비해 배터리 수명이 너무 짧고, 훨씬 크고 무거운데다 가격도 더 비싸다. 하지만 2015 맥북프로(13인치 모델)를 리뷰한 뒤로 "나는 왜 여태껏 맥북에어를 쓰고 있었나" 하는 정반대의 의문을 갖게 됐다.
두 기기의 차이는 단순하면서도 압도적이다. 디스플레이에서 오는 차이 떄문이다. 둘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애플의 프로 랩탑은 동생격인 맥북에어를 그저 부끄럽게 만들 뿐이다. 맥북프로 디스플레이는 맥북에어보다 3배나 높은 해상도에 훨씬 넓은 시야각을 갖고 있다. 콘트라스트와 색상 품질이 훨씬 더 뛰어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새로 나온 12인치 맥북 역시 레티나 클래스의 IPS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있어서 맥북에어보다 몇 년은 앞선 듯한 화질을 보여준다. 맥북에어는 애플의 노트북 라인업 중에서 유일하게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지 않은 제품이다.
애플은 아무 이유 없이 행동 하는 기업이 아니다. 당연히 맥북에어의 디스플레이를 현 상태로 방치하고 있는 것도 분명히 의도적인 결정에 의해서일 것이다. 즉 맥북에어가 기술적으로 뒤쳐지고 있는 상황을 애플이 그리 불편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맥북에어도 결국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것이고, 다른 한 편은 맥북에어에 아무런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 더 큰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이제 12인치 맥북이 맥북에어의 뒤를 이어 애플 초경량 랩탑의 미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에어는 더 이상 가장 얇은 초경량 맥북이 아니다. 맥북프로는 오늘날의 만능(do-it-all) 랩탑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맥북에어 위상은 보잘 것 없게 되었다. 여기에 아이패드 프로가 가세하면 맥북에어에 영원한 작별을 고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패드 프로는 12.9인치 화면에 키보드와 스타일러스를 선택적으로 같이 사용할 수 있고, 동시에 두 개의 앱을 나란히 띄울 수 있다. 물론 OS X이 아닌 iOS를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애플의 데스크톱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수 있는 풍부한 생산선 앱을 보유하고 있다. 평소에 내가 맥북에어로 하는 작업은 글쓰기와 사진 편집, 유튜브 감상, 트위터, 그리고 직장 동료와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인데, 새로 나올 아이패드 프로는 이런 작업 대부분을 침착하게 잘 소화해 내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터치 디스플레이와 훨씬 더 얇은 크기 덕분에 더욱 나은 선택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이패드 프로가 포함된 애플의 제품 라인업은 마치 맥북에어가 포위 공격을 당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극도로 얇은 랩탑을 원하는가? 그럼 12인치 맥북을 장만해라. 강력하면서도 다재다능한 랩탑을 원하는가? 그러면 맥북프로를 구매해라. 맥북에어보다 살짝 더 무겁지만 훨씬 많은 것을 안겨줄 것이다. 터치스크린이 달린 모바일 컴퓨터를 원하는가? 아이패드 프로를 써봐라." 이와 같이 말이다.
애플 라인업 내부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만 봐도 맥북에어가 존재해야 할 명확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한때 맥북에어는 노트북의 여러 덕목이 잘 어우러진 그야말로 완벽한 랩탑이었다. 하지만 맥북에어의 '다목적'이라는 특성은 이제 그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형국이다. 잠재 구매자가 어떠한 관점에서 맥북에어를 바라보더라도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듯한 느낌을 떨치기 어렵기 떄문입
2010 맥북에어가 나오면서 인텔 칩으로부터 동력을 공급받는 울트라북 시장이 크게 활성화된 바 있다. 그 이후로 몇 년간 윈도우 PC 제조사들은 애플 랩탑의 모범 사례를 따라잡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짧은 배터리 수명과 신뢰할 수 없는 터치패드는 오랫동안 윈도우 랩탑의 골치거리였다. 하지만 올해 출시된 델 XPS 13을 보면 이제 이것도 얫날 얘기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배터리와 터치패드 모두 경쟁력 있게 업그레이드 되었고, 제품의 마감과 디스플레이 품질 역시 현대적인 기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윈도우 랩탑의 발전을 저지하던 고질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워진 것이다. 인텔이 새로운 스카이레이크 프로세서를 출시함에 따라 다른 제작사도 맥북에어와 겨룰만한 상당히 매력적인 기기를 선보이는데 속속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애플이 다른 제조사의 이러한 도전을 떨치려 했다면, 지금쯤 맥북에어에 유의미한 업그레이드가 있었어야 했다. 애플이 현재의 라인업을 유지하고자 했다면, 맥북에어가 다른 맥북과 공존할 이유가 부여되었을 것이다. 그 대신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의 등장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바를 보여주고 있다. 애플 제품 라인업의 한 축으로 맥북과 맥북프로가 있을 것이며, 나머지 한 축에는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프로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딱 떨어지는 제품의 구분과 이로 인한 깨끗하고 단순한 라인업 말이다.
한때 맥북에어가 혁신적이었던 것 만큼이나 애플의 미래에 들어설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참조
• The Verge - The MacBook Air is on a path to extin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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