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과 휴대성은 오랜 세월 동안 노트북 제조사가 동시에 잡아야 하는 두 마리 토끼였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둘 사이의 간극이 점차 줄고 있지만, 여전히 성능이 좋으면 휴대성에 문제가 있든가, 휴대성이 되면 성능이 떨어지든가 하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강력한 그래픽 성능과 확장성에서 오는 그래픽 카드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노트북이 따라잡기 힘든 데스크톱PC의 최고 장점입니다.
하지만 차세대 인터페이스 중 하나인 '썬더볼트 3'가 자리잡으면 이런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썬더볼트를 활용한 외장형 그래픽(eGPU) 기술이 도입되면 평소에는 노트북을 가볍게 들고 다니다가 3D 게임을 플레이 할 때는 eGPU 모듈을 연결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썬더볼트 인터페이스가 보편화 됨에 따라 그동안 고급 사용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eGPU 진입장벽도 점차 낮아지고 있죠.
소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 올라온 '울프(Wolfe)'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eGPU 주변장치 가운데 하나입니다.
울프는 맥북에 달린 썬더볼트 단자에 외장 그래픽 카드를 연결할 수 있게 만든 제품입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설립한 울프팩(Wolfepack)사가 설계했으며, 외장 섀시와 그래픽 카드, 썬더볼트 케이블, 전원 공급장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외장 섀시는 그래픽 카드에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역할과 썬더볼트 케이블을 통해 맥북과 그래픽 카드 사이에 신호로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가격과 성능에 따라 크게 세 가지 모델로 구분되는데요. 일반 모델에는 엔비디아 GTX 950이 달려 있고, 고급형이라 할 수 있는 프로 모델에는 GTX 970을 탑재했습니다. DIY 모델도 준비되어 있는데 사용자가 직접 그래픽 카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의의가 있지만완전한 호환 및 작동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어 구매 시 유의해야 합니다.
섀시와 함께 제공되는 전원 공급장치는 220W급으로 GTX 950/970을 완벽히 커버하지만 DIY 모델에 고성능 GPU를 장착하는 경우 전력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 Wolfe
∙ GPU : NVIDIA GTX 950 (768 코어, 1024MH로 동작. 1.57 테라플롭 피크 성능)
∙ 단자 : 1 x 디스플레이포트, 1 x HDMI, 1 x DVI-I, 1 x 썬더볼트
∙ 전력 : 휴대용 220W 전원 공급기 제공
∙ 섀시 크기 : 20 x 14 x 7 cm
■ Wolfe Pro
∙ GPU : NVIDIA GTX 970 (1,664 코어, 1050MH로 동작. 3.49 테라플롭 피크 성능)
∙ 단자 : 1 x 디스플레이포트, 1 x HDMI, 1 x DVI-I, 1 x 썬더볼트
∙ 전력 : 휴대용 220W 전원 공급기 제공
∙ 섀시 크기 : 20 x 14 x 7 cm
그래픽 성능 벤치마크
그렇다면 그래픽 성능 향상은 어느 정도나 기대할 수 있을까?
어느 그래픽 카드가 달린 어떤 모델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맥북 내장 GPU 대비 5~10배 가량 더 빠른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게 제작사 측의 설명입니다. 아래는 최신 맥북프로에 내장된 인텔 아이리스 프로 5200를 기준으로 그래픽 성능을 비교한 차트입니다. I/O 구조 탓에 동일한 그래픽 카드를 데스크탑에 바로 장착한 것보다 성능이 다소 낮아 보이기도 하지만, 맥북프로 내장 GPU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입니다.
호환 가능한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하드웨어는 썬더볼트 단자가 달린 맥이라면 모두 지원 대상입니다. USB-C 단자만 달린 12인치 맥북은 유일하게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참고로 2011년 및 그 이후에 출시된 맥이라면 예외 없이 썬더볼트 단자가 달려 있는데요. 2012년 모델부터 대역폭이 2배로 넓어진 썬더볼트 2가 달려 있습니다. 썬더볼트 1 사양의 2011 모델도 대부분의 3D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기는 하지만 I/O 병목현상으로 인한 그래픽 성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 MacBook Air 11인치, 2011 중반기 모델 ~ 현재 모델
∙ MacBook Air 13인치, 2011 중반기 모델 ~ 현재 모델
∙ MacBook Pro 13인치, 2011 상반기 모델 ~ 현재 모델
∙ MacBook Pro 15인치, 2011 상반기 모델 ~ 현재 모델
∙ Mac mini, 2011 중반기 모델 ~ 현재 모델
∙ iMac, 2011 상반기 모델 ~ 현재 모델
∙ Mac Pro, 2013 하반기 모델 ~ 현재 모델
그리고 이것도 중요합니다. 일단 썬더볼트 2 단자를 기본으로 설계되었지만, 썬더볼트 3(USB-C) 단자를 달고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맥에 대응하기 위해 주문 단계에서 썬더볼트 3 단자가 달린 울프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썬더볼트 2/3를 동시에 지원하고 싶지만, 비용 상승 때문에 하나를 택일해야 한다는 게 제작사 측의 설명입니다. 썬더볼트 2∙3의 단자 모양은 달라도 내부적으로 하위 호환성을 갖추고 있는 만큼, 차후에 어댑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밖에 맥과 윈도우 운영체제를 모두 지원하며, 운영체제 내에서 내장∙외장 GPU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제공될 예정이며, 2개 이상의 울프와 외장 모니터를 연결해 다중 디스플레이 환경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가격과 출시 예정일
펀딩 가격은 GTX 950을 탑재한 일반 모델의 경우 미화 399달러, GTX 970을 탑재한 프로 모델은 549달러부터 시작합니다. 그래픽 카드가 포함되지 않은 DIY 모델은 269달러입니다.
일단 킥스타터에서 반응은 성공적입니다. 원래 펀딩 목표 금액은 5만 달러였는데, 펀딩 캠페인이 시작된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목표 금액의 두 배인 10만 달러가 모였습니다. 펀딩 마감이 아직 30일이나 남은 것은 차치하더라도 목표 금액을 달성했기 때문에 제품 제작과 출시는 이미 확정된 것이나 다름 없습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썬더볼트 섀시와 비교해 가격이 절반 수준인데다 전원 공급과 문제를 해결한 게 인기의 끄는 요인 같습니다. (AKiTiO 섀시를 이용해 eGPU를 직접 제작해 본 유저라면 이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바로 이해하실 겁니다.)
다만, 펀딩이 성공하더라도 제품 제작은 오는 12월에 시작하고 배송은 내년 2월에 이뤄질 예정이어서 실제 제품을 받아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흠이라면 흠입니다. 또한 울프와 맥북의 내장 디스플레이 조합으로도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울프와 외장 모니터∙VR 헤드셋을 연결할 때 비로소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도 구매 전에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eGPU 자체가 아직 무르익지 않은 기술이므로 어떤 문제가 어떤 형태로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도 부담으로 안고 가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그 밖에 울프에 대한 더욱 자세한 정보는 킥스타터와 공식 웹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조
• Kickstarter - The Wolfe: Supercharge Your Laptop
• Wolfe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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