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매년 6월마다 열리는 WWDC 행사에서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의 새로운 버전을 공개해왔습니다.
작년의 경우 아홉 번째 iOS라는 의미를 가진 'iOS 9'을 선보였죠. 당연히 올해 WWDC에서도 iOS 새 버전이 발표될 텐데요. 아마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늘 하던대로 iOS 뒤에 숫자를 붙여서 'OS 10'으로 부를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까지는 뭐 이상할거 없어보이죠?
그런데 iOS 10을 소리나는 데로 읽으면 '아이오에스텐'입니다. 어라? '아이.. 오에스텐'?
현 맥 운영체제 이름이 'OS X(오에스텐)'이니 자칫 듣는 이로 하여금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합니다. 한번 상상해 보세요. 팀 쿡이 무대 위에 올라 와 "여러분께 새로운 오에스텐과 아이오에스텐을 선보입니다!"하는 장면을 말이죠.
이에 애플이 'OS X'의 이름을 'macOS'로 바꾸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 왜 하필 'macOS'냐 하면 애플이 현재 개발하고 있는 다른 OS가 모두 그런 식으로 명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iOS, tvOS, watchOS 같이 말이죠. 즉 명칭에 따른 혼란을 피하고 통일성 있는 이미지 구축을 위해 'OS X'보다는 'macOS'가 더 낫지 않겠냐는 겁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꽤나 그럴듯 하게 들립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애플 CEO인 팀 쿡 조차이 공개 석상에서 OS X을 맥 오에스라고 부를 때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올초에 열린 애플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팀 쿡 CEO가 한 말을 그대로 옮겨와 보면 이렇습니다.
"Apple is in a unique position of strength. We have world-class skills in hardware, software, and services, all under one roof, which lets us innovate in ways that other companies can't. We've built a huge installed base around four platforms: iOS, Mac OS, watchOS, and tvOS."
- Tim Cook /via iMore
여기서 팀 쿡이 말한 'Mac OS'가 단순히 '맥 운영체제'를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발음 그대로 '맥오에스'를 말하는 건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운영체제는 모두 제대로 이름을 부르면서 맥 운영체제만 이렇게 부르는지 이상하긴 합니다. 최소한 팀쿡 입에는 맥오에스가 입에 착착 달라붙는 모양입니다.
사실 'iOS 10' 때문이 아니더라도 'OS X' 명칭 논란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OS X'가 '오에스엑스'냐 '오에스텐'이냐 하는 케케묵은 논쟁말이죠. 얼핏 'OS X'의 'X'를 알파벳 X로 보고 오에스엑스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Mac OS 9의 뒤를 잇는다는 의미에서 로마 숫자 X(텐)으로 불러야 맞습니다. 운영체제를 만든 애플도 그렇게 부르고 있구요. 하지만 뒤늦게 애플 컴퓨터를 구매했거나, 맥 운영체제의 역사를 잘 모르는 젊은 사람에겐 정식 명칭이 어딘가 어색한 것이 사실이죠. 이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이름이 바뀔 가능성이 있기는 있느냐?" 하는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습니다. 애플이 만든 운영체제 역사를 되돌아 보면 예상외로 이름을 바꾼 전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이폰 운영체제로 첫선을 보인 'iPhone OS'가 아이패드의 등장과 함께 이름을 'iOS'로 바꾸었고, 'OS X'만 해도 불과 3년 전까지는 'Mac OS X'이 공식 명칭이었습니다.
'OS X' 입장에서는 너희들이 뭔데 15년 가까이 사용한 이름을 바꾸냐 마냐며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상상은 자유라고 했던가? 'macOS'로 바뀌어도 그렇게 나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덜렁 macOS라고만 부르지 말고 예전처럼 고양이과 동물처럼 친근한 느낌을 주는 애칭을 달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OS X'가 비주얼 적으로 멋지긴 하지만 'macOS '도 꽤 귀엽지 않나요? :-)
iOS 10 루머를 다룬 해외 기사를 읽다가 문뜩 이런 생각이 들어 비망록 차원에서 블로그에 기록해 둡니다. 애플 운영체제들의 이름 변천사도 아래 곁들입니다.
iPhone OS → iOS
∙ 아이폰 SDK의 첫 베타 버전이 배포되기 전까지, 이 운영체제는 공식 이름을 갖고 있지 않았다.
∙ 애플 마케팅 측에서는 단순히 "아이폰은 OS X(애플의 데스크톱 운영 체제)를 사용합니다"라고만 말했다.
∙ 2008년 3월 6일, 아이폰 SDK 첫 베타 버전이 나오면서 'iPhone OS'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 2010년 6월 8일, WWDC 2010 기조 연설에서 스티브 잡스는 iPhone OS가 아이폰은 물론 아이팟 터치, 아이패드에서도 쓰이는 범용 운영 체제이므로 공식 명칭을 iOS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 그 후부터 iOS가 공식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Watch OS → WatchOS
∙ 2014년 9월 10일. 애플 워치와 함께 공개되었다.
∙ 처음에는 Watch와 OS 사이에 공백이 있는 ''Watch OS'를 정식 명칭으로 사용했다.
∙ 2015년 6월. WWDC 2015부터 공백이 없는 'WatchOS'를 정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관련 기사)
Apple TV software → tvOS
∙ 2015년 9월 9일, 애플 이벤트에서 Apple TV 4세대를 발표하며 공개한 운영체제다.
∙ 그전까지 Apple TV를 위한 운영체제는 이름은 'Apple TV Software'
Mac OS → Mac OS X → OS X → macOS???
∙ 처음에 이 운영체제는 매킨토시에 포함된 이름 없는 운영 체제로 간단히 시스템 소프트웨어라고 불렸다.
∙ 1997년, Mac OS 7.6의 출시와 함께 이름이 Mac OS로 바뀌었다.
∙ 2000년, Mac 9의 뒤를 잇는 유닉스 기반의 새로운 운영체제에 'Mac OS X'라는 이름이 부여됐다.
∙ 이름에 들어있는 'X'라는 글자는 알파벳 'X'가 아니라 매킨토시의 10번째 운영 체제를 뜻하는 로마숫자 X(텐)이다.
∙ 2012년, OS X 10.7 Mountain Lion 공개와 함께 기존 'Mac OS X'에서 Mac이라는 단어가 공식적으로 제거되고 'OS X'으로 불리고 있다.
참조
• Wikipedia - Mac OS
• iMore - This is Tim: Apple's CEO on Q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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