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디자인북과 실제 제품을 나란히 담은 영상입니다.
오랜 애플 에반젤리스트이자 512pixels 블로그 운영자인 '스티븐 해켓'이 찍었는데요. 사진과 실제 제품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있고 영상미도 좋아 잠시 넋을 잃고 감상했습니다.
저도 책을 구매했는데 형형색색의 아이맥 G3과 조개북이라 불리던 아이북 G3, 지금 내놔도 당장 살 것 같은 파워맥 G4 큐브, 시끄럽기로 애플 제품 중 최고인 파워맥 G5 등 개인적으로 오래된 맥 컴퓨터에 눈길이 오래 머물더군요. 꼭 그때 디자인이 좋아서라기보다는, 학창 시절에 너무 갖고 싶었던 제품이라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대학생 용돈으로는 감당 안 될 정도로 너무 비싸서 컴퓨터 가게 진열장만 뚫어지게 바라본 기억이 납니다. (그게 한이 되서 이렇게 맥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지도...)
아무튼, 책을 구매했든 그렇지 않든 한 번 볼 만한 영상입니다. 맥 프로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드는지 2분 30초쯤 책을 내동댕이치는 장면도 재미있습니다. 플리커를 방문하면 영상 대신 사진으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폰을 새로 개통하거나 초기화하면 애플 서버에 접속해 기기를 활성화하는 과정이 진행됩니다.
펌웨어나 운영체제가 위조되거나 변조되지 않았는지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iOS 사용자들에게는 상당히 익숙한 절차입니다. 그런데 애플이 새로 내놓은 맥북프로도 '터치바(Touch Bar)'가 장착된 모델에 한해 이와 비슷한 활성화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터치바와 터치ID를 구동하기 위해 iOS/watchOS와 흡사한 운영체제가 추가로 설치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사실은 기업과 대학 일선에서 맥을 관리하는 어드민들에 의해 처음 발견됐습니다. 이후 보안 관련 사이트인 '해커스 뉴스'로 소식이 퍼지며 현재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맥에 내장된 디스크를 완전히 포맷한 뒤 macOS를 새로 설치하거나 백업 이미지를 복구하면 아래와 같은 과정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macOS 운영체제 복구 후 활성화 과정
1. 터치바 맥북프로를 '복구 모드'로 부팅한 뒤 macOS를 다시 설치하면, 화면에 중요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안내 메시지와 함께 와이파이 선택 메뉴가 나타납니다. ▼
A critical software update is required for your Mac. To install this update you need to connect to a network. Select a Wi-Fi network below, or click Other Network Options to connect to the internet using other network devices.
2. 만약 이 단계에서 와이파이를 선택하고 그냥 건너뛰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기 전까지는 맥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오류 메시지와 함께 '종료'와 '재시도' 버튼만 표시됩니다. 즉,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와이파이에 연결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
A critical software update is required for your Mac, but an error was encountered while installing this update. Your Mac Can't be used until update is installed
3. 터치바 맥북프로가 와이파이를 통해 온라인에 접속하면, 애플 서버로부터 다운로드 받은 일련의 업데이트를 설치한 뒤 정상적인 부팅이 이뤄집니다. ▼
If you did connect your Touch Bar Mac Book to an online source, the critical update was downloaded, installed and your system was rebooted.
Touch Bar 및 Touch ID를 위한 EFI 파티션
터치바 맥북프로에서 이 같은 절차가 진행되는 이유는 한 시스템 안에 인텔 프로세서와 ARM 프로세서가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2006년 이후에 나온 모든 맥 컴퓨터는 인텔 프로세서만 사용하는 반면, 터치바 맥북프로는 에플이 'T1'으로 명명한 ARM 프로세서가 추가로 탑재돼 있습니다. 터치ID가 인식한 지문 데이터를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암호화한 뒤 이 프로세서 안에 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T1 칩은 페이스타임 카메라를 작동시키는 데 사용되기도 하는데요. 보안이 훨씬 강화된 T1 칩으로 지문과 화상 정보를 제어하게 함으로써 보안을 한층 강화하고, 암복화의 핵심인 보안키 관리 효율성을 키운 것입니다. 또 터치바를 구동하는 데 있어 메인 프로세서와 macOS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T1 칩도 엄연히 프로세서인 만큼 이를 구동하기 위한 '운영체제'가 필요하겠죠.
터치바 맥북프로의 파티션 구조를 확인하면, macOS와 복구 모드가 설치된 파티션 외에도 EFI 파티션이 하나 더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파티션을 마운트하면 'EMBEDDEDOS'라는 이름의 디렉토리가 나타나고, 이 디렉토리 안에 'FDRData' 'combined.memboot' 'version.plist' 같은 파일이 저장돼 있다고 합니다. 보통 '임베디드 오에스'는 하드웨어에 직접 내장되는 경우가 많은데 T1 칩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는 macOS와 함께 디스크에 저장되는 것 같습니다.
터치바 맥북프로를 복구하기 위해 디스크를 포맷하면 macOS가 설치된 파티션뿐 아니라 T1 칩을 제어하는 파일이 저장된 파티션까지 지워지고, 이를 다시 내려받기 위해 애플 서버(gs.apple.com)에 접속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iOS나 watch OS를 복구할 때처럼 소프트웨어가 위·변조되지 않았는지 검증하는 유효성 테스트가 진행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결론적으로 이와 같은 변화가 일반 사용자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없는 상황이 드물기도 하거니와 운영체제를 새로 설치하거나 복구할 때 디스크 전체를 포맷하지 않는 이상 T1 칩 관련 소프트웨어를 내려받기 위해 애플 서버에 접속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디스크 전체가 아닌 macOS가 설치된 파티션만 지우면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운영체제 재설치/복구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일전에 macOS에서 ARM 프로세서과 관련된 코드가 발견돼 애플이 인텔 대신 ARM 프로세서를 사용한 맥을 준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추관측이 나온 바 있는데요.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신형 맥북프로가 x86/ARM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힌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신형 맥북프로가 USB-C를 채용하면서 얻게 된 장점 중 하나는 보조 배터리 사용이 한결 자유로워졌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맥세이프 커넥터는 애플의 독자적 규격이기 때문에 다른 업체가 함부로 사용하지 못했죠. 관련 제품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커넥터 부분을 가위로 잘라 개조하거나 맥세이프에 연결하는 등의 각종 꼼수를 동원해야 했습니다. 설치와 사용이 번거로울 뿐 아니라, 크기와 무게 때문에 휴대성도 썩 좋지 못했죠.
이런 단점 때문에 맥북 사용자들에게 보조 배터리란 사실상 다른 세상 얘기였는데요. 그러다 지난해 나온 12인치 맥북에 USB-C가 도입되면서 갑자기 사정이 확 달라졌습니다. 관련 제품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면서 맥북 유저도 마음만 먹으면 보조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실 맥북용으로 나온 제품이 아니더라도, 배터리 용량만 넉넉하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인디고고에서 펀딩이 진행 중인 '라인독(LineDock)'도 처음에는 이러한 시류에 발맞춘 제품 같았습니다. 보조 배터리 하나 새로 나왔구나 하면서 뉴스레터를 확인했죠. 그런데 세부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니 흥미로운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라인독은 얇게 디자인한 알루미늄 케이스 위에 맥북을 얹어서 사용하는 패드 형태의 보조 배터리겸 USB-C 도킹스테이션입니다.
케이스 안에 20,000mAh의 고용량의 배터리를 내장해 맥북을 최대 15시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 추가 비용을 내면 배터리 용량을 25,000mAh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또 맥북이 쉽게 미끄러지지 않도록 케이스의 네 모서리마다 강력한 네오디뮴 자석을 박아 넣었다고 하는데요. 자석을 갖다대면 데이터가 지워지는 HDD 시절에는 상상도 못할 아이디어입니다.
단순히 배터리만 내장한 것이 아니라, USB-C 허브와 액티브 쿨링 시스템, SSD 저장장치,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까지 탑재했습니다.
우선 '액티브 쿨링(Activie Cooling)'은 고급 자동차 글로브 박스에 넣어 음료를 차갑게 만드는 냉장 시스템과 비슷한 방식인데요. 냉각소자를 이용해 케이스 온도를 실내 온도보다 6도 이상 낮게 떨어뜨리고, 이를 통해 맥북이 발산하는 열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는 게 업체의 설명입니다. 물론 에너지 보존법칙을 위배할 수는 없으므로, 케이스가 흡수한 열을 배출하기 위해 발열팬이 추가로 달려 있습니다.
제품을 USB-C 도킹스테이션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케이스 양쪽 측면에는 도합 9개의 인터페이스가 달려 있습니다. SD카드 리더기(아래 사진에서 1번), 모니터 연결을 위한 미니디스플레이포트(2번)와 HDMI 단자(8번)가 각각 하나씩 달려 있고, 급속 충전과 USB 3.0 성능을 제공하는 일반 규격의 USB 단자 3개(3,4,7번), 마이크로B 규격의 USB 단자 1개(9번), USB-C 규격의 단자 2개(5,6번)
기본 모델은 배터리와 쿨링 시스템만 제공하는데요. 좀 더 비싼 상위 모델에는 256GB부터 최대 1TB 용량의 SSD를 탑재해 외장 하드로도 활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맥북으로는 부족했는지 스마트폰도 충전할 수 있는데요. 무선 충전 국제인 Qi 규격을 지원하는 덕분에 삼성 갤럭시 S6와 노트 5, 구글 넥서스, LG G3 등은 케이블 없이 케이스 위에 얹어놓는 것만으로 기기를 충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폰처럼 무선 충전 기능을 갖추지 않는 스마트폰은 번들로 제공하는 어댑터를 이용해야 합니다.
인디고고에서 진행 중인 소셜펀딩 목표 금액은 미화 5만달러인데요. 2주만에 7만달러를 펀딩 받아 목표 금액 대비 150%의 높은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요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올라오는 제품을 보면 내부적으로는 제품 생산을 결정해 놓고, 펀딩은 요식행위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인기를 부풀리고 사람들의 이목을 받기 위해 목표 금액을 아주 낮게 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업체의 속셈이 무엇이든 제품 양산은 사실상 확정된 셈입니다.)
케이스 색상은 실버와 스페이스, (매트) 블랙 등 3종으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크기는 12인치, 13인치, 또는 15인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맥북과 맥북프로 크기에 딱 맞게 제작했다는 설명입니다. 두께는 모두 9mm이지만 무게는 모델에 따라 590~620g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펀딩 가격은 베이직(Basic) 모델이 149달러부터 시작합니다. SSD는 장착하지 않았지만, 20,000mAh 배터리와 위에서 언근한 모든 단자, 무선 충전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배터리 용량을 25,000mAh로 업그레이드하는 옵션은 25달러를 더 내야 합니다. 베이직 모델과 동일한 사양에 256GB SSD를 내장한 '스탠다드(Standard) 모델은 239달러입니다. 512GB와 1TB SSD를 내장한 프로(Pro) 모델과 이그지큐티브(Executive) 모델은 각각 599달러와 795달러입니다.
제품의 전반적인 인상은…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입니다. 보조 배터리, 도킹스테이션, 무선충전기, SD 카드 리더,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등 그야 말로 없는 게 없습니다. 요즘 저렴한 보조 배터리가 워낙 많아서 가격이 썩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기능과 소재를 감안하면 합리적으로 책정하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관건은 제 시간에 약속한 스펙으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지 같습니다. 한때 킥스타터나 인디고고하면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실험의 장이자 얼리 어답터들의 놀이터라는 인상이 강했는데, 요즘은 약속을 어기는 경우도 빈번하고 출시 제품의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어서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더군요. 크라우드 펀딩에 자주 참여하는 분들도 비슷한 생각일 듯합니다. 사실 이번 제품의 경우 기술 자체는 그리 새로울 게 없지만, 컨셉과 디자인이 뛰어나고 맥북 유저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서 자연스레 눈길이 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