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0일 토요일

안티 멀웨어를 이용한 '맥키퍼(MacKeeper)' 제거 방법

윈도우 운영체제와 마찬가지로 맥에도 백신이나 보안 소프트웨어를 가장한 허위 소프트웨어가 돌아다닙니다.

이런 소프트웨어 가운데 악명이 가장 높은 건 바로 '맥키퍼(MacKeeper)가 아닐까 싶은데요. 멀쩡하게 잘 작동하는 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허위 정보로 사용자를 속이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결제를 유도하는 수법 때문에 오래 전부터 지탄을 받아왔습니다. 이런 행위 때문에 몇년 전에는 미국에서 집단고소를 당하기도 했는데요. 제작사가 잘못을 인정하고 법원의 합의안을 받아드렸지만, 이후로도 상황이 별로 나아진 게 없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맥키퍼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프로그램을 삭제하고 싶어도 삭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프로그램을 지워도 좀비처럼 되살아날 뿐만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찌꺼기 파일을 남겨 프로그램 재구매를 유도하는 팝업창을 띄운다든가, 설정하지 않은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등의 뒤끝을 보여줍니다. 이 때문에 외국뿐 아니라 국내 맥 커뮤니티에서도 사용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요.

앞으로는 맥에서 '맥키퍼(MacKeeper)'를 삭제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안티 멀웨어 소프트웨어로 공신력을 쌓아온 'Malwarebytes Anti-Malware' 제작사가 맥키퍼를 악성코드에 준하는 'PUP'로 규정하고, 맥에서 깨끗이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Malwarebytes Anti-Malware가 MacKeeper 제거 기능을 제공하게 된 배경

'잠재적으로 불필요한 프로그램(Potentially Unwanted Program)' 줄여서 'PUP'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은 엄밀히 말해 악성코드나 바이러스는 아닙니다.

유료 결제를 유도하거나 광고로 사용자를 괴롭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용자의 동의를 거친 후 설치되고 시스템 성능을 저하시킨다든가 개인정보를 유출하지 않기 때문에 악성코드로 분류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죠.

맥키퍼도 어디까지나 악성코드가 아닌 PUP로 분류되기 때문에 그동안 여러 유수의 안티바이러스 소프트웨어의 감시망을 운좋게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Malwarebytes Anti-Malware' 제작사가 더는 맥키퍼의 기만적이고 허구적인 행태를 방관하지 않겠다면서 다음과 같은 근거로 맥키퍼를 PUP로 식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인터넷 상의 허위 광고로 맥키퍼 다운로드 유도
∙ 맥 운영체제 인터페이스를 모방한 바이러스 허위 진단으로 맥키퍼 다운로드 유도
∙ 어도비 플래시 플레이어로 위장한 맥키퍼 설치 패키지 유포
(맥키퍼 제작사는 자신이 아닌 악성 광고업자들의 영업활동일 뿐이라고 부인)
∙ 맥키퍼 프로그램 내에서도 사용자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줄 수 있는 허위 또는 과장된 문구 표시
∙ 맥에 존재하지도 않는 악성코드를 탐지했다는 오진을 하고, 또 이를 치료 명목으로 유료 결제 유도
∙ 프로그램 제거가 까다롭고 버전에 따라 완전 제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다수 발견

Malwarebytes Anti-Malware을 이용해 MacKeeper를 깨끗이 삭제하는 방법

안티 멀웨어를 이용한 맥키퍼 제거 방법도 다른 악성코드∙애드웨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 우선 안티 멀웨어를 설치하지 않은 분은 여기를 클릭하면 최신 버전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쓰고 계신 분은 앱을 실행한 뒤 메뉴의 Scanner > Update Signatures를 클릭하면 맥키퍼에 대응하는 악성코드 정의 데이터베이스로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

2. 안티 멀웨어 메인 윈도우에서 'Scan' 버튼을 누르면 즉시 악성코드 검사가 시작됩니다. 시스템에 설치된 맥키퍼를 발견하면 맥키퍼 실행파일과 그에 딸린 각종 구성 요소를 삭제할 수 있는 옵션이 주어집니다. ▼

사견이지만 맥키퍼 같은 악성코드급 프로그램은 일개 보안회사 차원이 아닌, 애플 차원에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사실 맥을 접한지 얼마되지 않은 유저을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멀웨어바이츠 같은 보안 솔루션을 이용할 정도면 맥키퍼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나 지식을 갖춘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맥에서 맥키퍼를 깨끗히 삭제하는 방법이 수시로 바뀌면서 이를 소개하는 저나 삭제 방법을 찾는 분이나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는데요. 멀웨어바이츠가 꽤 합리적이고 쓸만한 방안을 내놔 부족한대로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참조
Malwarebytes Labs - PUP Friday: MacKeeper
Malwarebytes Anti-Malware for Mac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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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운영체제 흉내낸 애드웨어 유포 사이트 주의요망... 'Mac File Opener'

"맥을 쓰는 A씨는 최근 동료로부터 확장자가.skp 라는 파일을 전달 받았다. 확장자가 생소하고 맥에 설치된 프로그램으로도 열리지 않아서 어떤 프로그램으로 열 수 있는지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뜬금 없게도 맥이 악성코드에 감염돼 이 파일을 열 수 없는 것이라는 경고창이 나타났다. 무료 스캐너로 악성코드를 확인해보라는 친절한 안내도 곁들였다.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운영체제가 띄운 메시지라 큰 의심 없이 다운로드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스캐너를 설치하자 공짜라는 안내와 달리 유료 결제를 요구했다. 아차 하는 마음에 프로그램을 급히 지웠지만 이후로 인터넷을 할 때마다 스팸 광고가 나타난다."

요즘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애드웨어(Adware) 피해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애드웨어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악성 애드웨어로 인한 불편을 겪고 있죠. 특히 맥이 악성코드에 감염됐다는 '가짜 경고창'을 띄워 유료결제를 요구하는 애드웨어를 설치하는 사례가 자주 목격되고 있는데, 사용자들을 믿게 하기 위해 그 수법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미국 보안업체인 '멀웨어바이츠(MalwareBytes)' 사에 의해 발견된 한 인터넷 사이트도 교묘한 방법으로 맥 사용자를 현혹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맥 운영체제와 아주 비슷한 모양의 경고창을 띄워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확장자 조회 사이트라며?

보통 맥에 설치된 프로그램 중에서 어떤 확장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전혀 없는 경우, 인터넷을 검색해 해당 확장자를 열 수 있는 방법을 검색할 때가 많습니다. 이때 'Mac File Opener'라는 사이트가 검색 결과에 자주 노출되는데요. 확장자에 대한 정보와 함께 해당 파일을 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알려주는 일단 겉보기로는 별 문제가 없는 사이트입니다. ▼

하지만 사이트 방문 후 몇 초가 지나면 배경이 어두워지면서 '당신의 맥이 감염되었습니까? 해당 파일을 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 오류가 일어난다면 맥이 악성코드에 감염된 것일 수 있습니다. 잠재적인 멀웨어 위협을 점검하기 위해 무료 스캐너를 실행할 것을 추천합니다" 라는 메시지가 나타납니다. ▼

경고창의 생김새나 아이콘이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이죠? 네. 맥 운영체제가 띄우는 팝업 창과 상당히 흡사합니다. 기존의 요란스런 광고 배너가 아닌 차분한 모습을 띠고 있는데, 겉모습이 꽤나 그럴 듯해 맥을 쓴지 얼마 안 됐다면 운영체제가 띄운 걸로 착각할 만합니다.

만약 문구를 믿고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면 'Mac Adware Remover' 또는 'Mac Space Reviver'라는 프로그램을 내려받습니다. 첫 번째 프로그램은 명목상 애드웨어를 제거해 주는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여유 공간을 확보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

하지만 무료라는 안내와 다르게 10~20달러에 달하는 정식 등록 비용을 지불한 뒤에야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프로그램의 성능이나 완성도가 보장될지도 의문입니다. 이런 수법으로 악명이 높은 MacKeeper랑 하는 짓이 거기서 거기입니다. ▼

동명의 애드웨어 배포 프로그램

'Mac File Opener' 사이트뿐만 아니라 이 사이트가 유포하는 동명의 유틸리티도 경계 대상입니다.

맥에서 어떤 파일을 실행했는데 해당 확장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없으면, 아래 사진과 같이 해당 파일을 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맥 앱스토어에서 검색할지 묻는 대화상자가 나타납니다. ▼

그런데 맥에 'Mac File Opener'라는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으면 맥 앱스토어가 아닌 인터넷에서 프로그램을 찾아볼지 물어보는 대화상자가 뜹니다. ▼

이 역시 운영체제가 띄우는 것과 겉모습이 상당히, 아니 거의 똑같습니다. Finder 아이콘 모양이 조금 다르고, 버튼에 'Search App Store' 대신 'Search Web'이라고 적혀있는 것만 빼면 사실상 복사판입니다. 애초 해당 확장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치 지원하는 것처럼 운영체제를 속이고, 운영체제 경고창을 흉내낸 창을 띄우는 식으로 작동합니다.

이런 미묘한 차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검색 버튼을 누르면 Mac File Opener 사이트가 열리면서 기능이 미심쩍은 유료 프로그램 설치를 유도하는 화면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인터넷 서핑 중 맥이 악성코드에 감염되었다는 경고창이 나타나면 살포시 무시하고 넘어가세요. 일개 웹사이트가 웹 브라우저를 통해 시스템 상태를 진단할 수 있을리 만무할 뿐더러, 이들 사이트가 권장하는 프로그램도 미심쩍기는 마찮가지입니다. 그저 신뢰할 수 있는 안티바이러스나 애드웨어 제거 프로그램으로 시스템을 틈틈이 검사하는 등의 악성코드 예방 수칙을 지키고, 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주기적인 시스템 백업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맥에 'Mac File Opener'가 설치되어 있는지 의심스럽다면 멀웨어바이츠 최신 버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 확장자를 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 인터넷을 검색하기 전에 맥 앱스토어를 먼저 살펴보세요. Finder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파일을 클릭한 뒤 '다음으로 열기'를 선택하면 맥 앱스토어에서 해당 확장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참조
MalwareBytes - PCVARK plays dirty /via 9to5m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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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다

개인용 컴퓨터의 역사를 말할때는 물론이고 현재까지도 절대 그 이름을 빼놓을 수 없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회사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회사들은 각각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인텔이라는 회사가 저 범주에 속한다는 곳을 부정할 수 있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특히 지난 십수년동안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인텔의 영향력은 가히 독점이라 부를 만한 것이었습니다. 힘겹게 비 x86 CPU를 사용하고 있던 애플마저 인텔에 투항한 이후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인텔은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그나마 경쟁상대라 할 수 있는 AMD는 한 때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이제는 인텔이 반독점법에 걸리지 않도록 해주는 회사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듣고 있는 실정이지요.

이런 독점 시장에서도 꾸준히 외계인을 고문해왔던 인텔을 칭찬해야 하는 걸까요? 어쨌든 인텔은 AMD가 불도저급 규모의 삽질을 펼치는 와중에도 쉬지않고 기술개발을 해왔으니까요.

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생리를 들추어본다면 인텔의 이런 행동은 매우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것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가장 잘 적용되는 사업 중 하나이지요. 인텔이 독보적으로 공정개선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설적이게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거의 독점이라 할 수 있을만한 많은 생산량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무어의 법칙

‘무어의 법칙’이라고 들어보셨나요? 18-24개월마다 칩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의 밀도가 두 배가 된다는, 얼핏 보면 단순해보이지만 지난 수십년동안 컴퓨터 산업 발전을 이끌어왔던 법칙이지요.

공정을 미세화하면 같은 면적에 집적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늘어납니다. 늘어난 트랜지스터는 설계자들에게 있어 더 많은 자원이고 설계자들은 이렇게 늘어난 자원을 이용해 더 강력한 CPU를 설계합니다. 아, 물론 같은 면적에 두 배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다고 다음 세대의 칩이 이전세대에 비해 두 배의 트랜지스터를 달고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지요.

흔히 말하는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다음 세대의 프로세서는 사용자의 업그레이드 욕구를 자극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올라가지만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칩의 크기는 작아집니다. 개별적인 프로세서 칩의 크기가 줄어들면 하나의 웨이퍼에서 뽑아낼 수 있는 프로세서의 개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제조원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어의 법칙이 착실히 지켜져 오던 지난 수십년간은 모두가 행복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조공정의 개선으로 가격 상승 없는 성능 향상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칩을 제조, 판매하는 인텔 역시 적당히 늘어난 성능의 칩을 선보이면서 판매량을 꾸준히 유지하고, 공정 개선을 통해 제조원가를 절감하며 이익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무어의 법칙이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링크). 여러 가지 물리적인 문제들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먼저 제조공정상에서 여러 어려움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현재 인텔의 최신 반도체 제조공정은 그 선폭이 14nm 수준인데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10nm, 7nm 까지 공정을 미세화시킬 계획에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CLIPAREA l Custom media/Shutterstock.com

여기서 10nm가 얼마나 작은 수치인지 감이 잘 안 오시는 분들이 계실텐데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세포인 난자의 직경이 대략 100000nm이고, 가장 작은 세포인 정자의 직경이 5000nm로 각각 10nm의 10000배, 500배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히시나요?

당연히 이 정도로 미세한 선폭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미세 공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물리적인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반도체를 구성하는 성분들을 조절하고, FinFET 구조를 도입하고 패턴을 여러 번에 걸쳐 그리는 멀티 패터닝 기법을 도입하는 등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공정 미세화에 따른 한계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공정이 미세화되면 될수록 공정을 추가적으로 미세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더 비싼 장비들이 필요합니다. 더 많은 연구 역시 더 많은 외계인... 아니 연구원들이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는 것이고 결국 비용 상승과 같은 말입니다.

거기에 한 웨이퍼에서 더 많은 칩을 생산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제조단가의 감소 효과 역시 둔화되고 있습니다. 제조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수율 확보가 어려워지는 데다가 제조공정을 미세화시키기 위해 도입하는 여러 기법들 중에서는 단지 고정비만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생산 비용 그 자체를 증가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 세대가 거듭할수록 연구개발, 장비 등 고정비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반면 절감되는 생산원가는 점점 적어집니다. 최신 공정으로 올수록 생산비용의 절감 효과가 줄어들게 됩니다.

물론 PC 시장이 계속해서 고속 성장한다면 인텔은 별다른 전략 변경 없이 현 체제를 유지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PC 시장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성장은 커녕 후퇴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지요.

최근 수 년간 컴퓨터 시장의 중심은 우리가 흔히 아는 PC의 형태에서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의 좀 더 개인화된 기기로 옮겨왔습니다. 하지만 PC 시장의 맹주였던 인텔은 특정 분야의 1인자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급속히 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의 가치를 얕잡아본 것이지요.

인텔이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시점이었습니다. 인텔은 급한 대로 x86 기반의 프로세서를 모바일 버전에 맞게 설계하여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기술적인 우위가 시장에서의 우위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과거에 인텔이 여러 회사들을 상대로 증명했던 컴퓨터 시장의 법칙을 스스로 체험하는 쓸쓸한 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스마트폰 붐이 있기 전 파운드리 시장은 그리 크지 않았고, 부가가치 역시 높지 않았습니다. 칩의 설계, 생산, 판매를 모두 틀어쥐고 엄청난 고 부가가치 영업을 구가하던 인텔로써는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시장이었지요.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반도체 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매우 잘 적용되는 시장입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이나 TSMC등의 파운드리 업체와 인텔의 생산기술 격차는 엄청난 수준이었으며, 이를 좁히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지요.

하지만 상황은 반전되었습니다. 스마트폰 붐이 일어났을 때 인텔이 이 시장을 무시했기에 ARM 기반의 프로세서가 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아시다시피 ARM은 칩의 설계에만 관여할 뿐 생산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팹리스 업체입니다. 당연히 ARM 기반의 칩을 생산해 줄 파운드리 업체가 필요했고, 삼성과 TSMC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내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 ARM 기반의 칩으로 구동되는 기기의 판매규모는 PC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었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된 삼성과 TSMC는 매우 빠르게 인텔과의 기술격차를 지워나가며 추월까지도 꿈꾸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인텔이 엄청난 규모의 리베이트를 쏟아부으면서까지 저가형 태블릿 시장에 자사 프로세서를 밀어넣으려 했던 이유입니다.


* 이 때까지만 해도 인텔과 다른 파운드리의 제조공정 사이에는 넘사벽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인텔에게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인텔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인텔에게 남은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인텔이 나머지 파운드리 업체들에 대해 미약하게나마 기술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시점인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인텔의 경영진 역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듯 합니다.

마침내 인텔이 결단을 내렸습니다.

인텔이 자사 팹의 문호를 개방했습니다. 물론 이전부터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하리라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그 규모나 적극성 면에서 기존의 파운드리 업체들과 경쟁할 수준이 아니었지요. 하지만 이제 인텔은 ARM과 협력하여 ARM의 여러 아키텍처들을 자사의 생산 공정에 최적화시켰습니다. 이제 고객사들은 ARM이 제공하는 여러 옵션을 인텔의 팹에서 손쉽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IDF 발표에서 인텔은 이례적으로 고객사와 고객사가 사용할 공정 역시 발표했습니다. 친숙한 이름인 LG 전자는 아직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에도 적용되지 않은 10nm 공정을 이용할 것입니다. 아마 LG의 자체 개발 프로세서 '뉴클런'이겠지요. 그 외에도 스프레드트럼이 14nm, 아크로닉스 반도체가 22nm 공정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물론 이번 발표회에서 발표된 기업들만이 인텔의 공장을 이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텔의 고객 중에는 이런 식의 대외적 정보 공개를 꺼리는 고객사 역시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텔의 최신 공정이 애플의 새로운 A 칩을 생산해내고 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지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면 애플이 자체 설계한 칩이 인텔 공장에서 생산되어 맥에 실릴 수도 있겠군요.

어쨌거나, 인텔은 자사 팹을 파운드리로 개방함으로써 자사의 칩만 생산하던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는 인텔이 좀 더 공격적으로 제조공정에 투자할 여력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물론 독점에 가깝던 시장에서 활발한 경쟁 시장으로 진출한 것이니 여기에 대한 투자가 더 들어갈 것 역시 당연하 이야기이구요. 삼성과 TSMC에게는 당연히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겠군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텔의 이런 움직임이 매우 반갑습니다. 인텔의 공장에서 제조되어 더 우수한 전력, 성능 특성을 가지는 칩을 심은 제품들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사실부터, 파운드리 업계의 경쟁을 부추겨 업계 전체의 공정 발전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들까지, 인텔의 참전은 모바일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 고정비가 동일할 때 생산량이 두 배가 된다면 어떨까요? 위에서 봤던 그림과는 다르게 10nm 공정에 이르기까지도 계속해서 생산비용이 절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텔의 이런 결정은 모바일 시장 뿐만 아니라 PC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더 큰 볼륨을 확보한 인텔은 좀 더 공격적으로 공정이전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고, 당연히 PC 시장의 인텔 칩 역시 이런 수혜를 입겠지요. 어째 AMD가 우울해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바야흐로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 인텔이 고고하게 관망하던 위치를 버리고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을 '인텔의 굴욕'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인텔이 IT 업계 전반을 휩쓸고 있는 거대한 파도를 성공적으로 타넘어 더 큰 기회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연 인텔은 익숙치 않은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팝콘입니다.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참조
인텔,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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