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1일 토요일

뮤지컬, 인터뷰 - 완성도 높은 소극장 뮤지컬

뮤지컬, 인터뷰

추정화 작.연출, 이건명, 이선근, 김수용, 조상웅, 김재욱, 박준휘, 문진아, 김주연 출연. 2016.


↑ 뮤지컬, '인터뷰' 사전 포스터 중 일부.


  지난주에 표를 얻어 뮤지컬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저는 하는지도 몰랐던 뮤지컬이었는데 영업(?!) 당하러 기쁘게 다녀왔지요. 뮤지컬 '인터뷰'가 그 주인공입니다. 조금 찾아봤더니 소극장 뮤지컬이면서 티켓파워가 무시무시한 배우들이 나오는 뮤지컬이더군요. 아니나다를까 이미 예매 전쟁을 거쳤고, 남은 표도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글이 올라오는 시점엔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요. 공연장도 한강진에 있는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라는 생소한 곳이라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뮤지컬 '인터뷰'의 후기를 간단히 정리해봤습니다.




김수로 프로젝트

  뮤지컬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김수로 프로젝트에 관해 간단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수로 프로젝트는 2011년 시작한 프로젝트로 국민 누구나 희곡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비슷한 작업으로는 연극 열전 같은 게 있겠죠.



  김수로 프로젝트는 여태까지 꾸준히 여러 공연을 올렸는데요. 이기동 체육관이나 유럽 블로그 같은 유명한 연극부터 이제는 연극을 넘어서 다른 예술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김수로가 이번 현대카드 언드스테이지 개관과 함께 컬쳐 큐레이터로 선정되었는데요. 그래서 이번 뮤지컬 '인터뷰' 역시 그가 선정하고 올린 극입니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그의 성향이 반영된 공연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입니다. 저는 김수로 프로젝트나 공연 연출자로서의 그의 활동과 맞닿은 연극은 본 기회가 별로 없는데요. 이런저런 작품을 보신 분께선 지난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공연도 그렇고 성향과 색이 묻어나는 작품이라는 평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점은 먼저 짚어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뮤지컬!? 뮤지컬!

  뮤지컬 인터뷰는 실제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단 세 명인 작은 규모의 공연입니다. 대극장 뮤지컬에선 오케스트라가 준비돼 있다면, 소극장 뮤지컬인 인터뷰에선 키보드 세션 한 명이 모든 배경음과 소리를 담당합니다. 소극장 뮤지컬을 전혀 안 본 건 아니지만 이처럼 작은 규모의 공연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장점과 단점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우선 공간이 좁아 배우의 노래를 훨씬 더 분명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앙상블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 배우의 노래를 오롯이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과장을 살짝 보태 스튜디오에서 배우의 녹음현장을 보는 느낌이라 평하겠습니다. 그리고 현장감이나 배우와 관객의 소통도 다른 규모의 공연보다 훨씬 뛰어나지요.



  그런데 이 점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는데요. 배우 역량이 관람 경험을 크게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검증받은 배우들이 나오기에 이런 점이 단점으로 크게 작용하진 않았지만요.


  뮤지컬의 넘버링은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귀에 걸리는 느낌도 없고요.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인상을 가르는 것은 역시 노래라고 지난 후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만, 뮤지컬 '인터뷰'에서 중요한 요소는 서사지 노래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이 공연이 뮤지컬 대신 정극으로 나왔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 연극을 뮤지컬로 번안했다고 해도 믿겠더라고요. 이 공연이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역량 좋은 배우들 불러놓고 배우들 역량을 십분 활용하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은 남아있습니다. 배우들의 노래 실력은 뛰어나지만, 곡에 삽입된 음악이 인상 깊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배우들이야 워낙 검증된 배우라 딱히 덧붙일 말이 없습니다. 감정선이 왔다갔다하는 배역을 훌륭히 소화해내 극에 흠뻑 빠져서 보고 왔네요.


내 안에 또 다른 나

  소설가 유진 킴에게 찾아온 싱클레어라는 이름의 보조 작가. 연극은 소설가가 보조 작가를 인터뷰하는 식으로 이어지지만, 이내 보조 작가의 정체가 드러나며 거꾸로 그가 소설가를 인터뷰하는 식으로 흘러갑니다. 극의 서사는 두 사람의 대화로 이어집니다.


  등장하는 여성은 회상 혹은 상상 속에서만 등장하는 인물인데요. 그러다 보니 2인극으로만 짜도 훌륭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인물의 감정이 팽팽하게 맞서는 장면이 극의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켰습니다.



  이렇게 여유 없이 진행되는 서사는 최근에 다시 읽은 아멜리 노통브 소설이 떠올랐는데요. 살인자의 건강법이나 적의 화장법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내심 결말이 적의 화장법과 비슷하게 끝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했습니다. 하지만 결말은 생각보다 원만하게 끝나는데요.


  이야기의 충격이 약하다거나 그러진 않지만, 제가 떠올린 내용보다는 훨씬 온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내용이 부실하진 않습니다만, 조금 식상한 형태로 마무리하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남더라고요. 극을 보면서 예상한 결말 그대로 잘 마무리했습니다. 결국, 이 내용을 빛낸 건 배우의 역량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습니다.




  소극장에서 보는 뮤지컬. 여태까지 그런 공연이 전혀 없던 건 아니었지만, 여태까지 경험 중에 참신하고 완성도 있는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가격도 만만찮았지만요. 티켓파워를 떠나서 인상 깊게 남을 만한 연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공연 일정이 꽤 짧은 공연이라 보고 오길 권하기도 조심스럽네요. 나중에 정극으로 다시 올렸으면 합니다. 연극 일정만큼이나 짧게 소개해드렸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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