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말 오랜만에 경성대로 갔습니다. 토요일 오전에도 일하는 저는 ㅠ0ㅠ 일 마치고 가볍게 후다닥 점심을 먹고나서 경성대로 가는 버스를 탔어요. 처음에 버스 잘못 타서 돌아왔네요 ㅠ0ㅠ 원래 예상대로라면 일찍 도착해서 주변도 둘러보고 책방에 들러서 책도 둘러보고 그러려고 했지만 버스를 잘못 탑승하는 바람에 시간이 훅.... 줄어들어버렸어요.
나다소극장은 처음 가보았는데요, 경성대 주변에는 소극장들이 여럿있습니다.
부산에서 흔치 않은 공간인데요, 그 중에 하나가 나다소극장이더라고요.
<부산 나다소극장>
- 연락처 : 070-4842-7558
-주소 : 부산 남구 대연동 512-1
급하게 도착해서 4시 공연에 참석했습니다.
2016년 1월 10일까지 진행되는 "우리가 사랑할 때"라는 연극은 남녀가 만나서 즐거운 사랑을 시작하지만 항상 끝은 왜 그럴까?라는 주제를 이야기합니다. 영화로 치자면 로맨틱 코메디에 해당되는데요,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를 볼 때면 잠깐 시간 때우기로 봐도 좋지만, 뭐랄까, 왜 항상 처음과 같지 않는 걸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죠. 연극 "우리가 사랑할 때"는 그런 남녀의 과정을 보여주는 연극이었어요. 그래서 왠지 이 연극은 커플끼리 봐야할 것 같지만 여자끼리 봐도 좋은 연극이었어요.
갑자기 추워진 부산의 날씨에 목도리를 무장하고 갔습니다. 주말 오후여서 그런지 그래도 저녁만큼 춥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연극 마치고 나오니 찬 바람이 훅훅~!!!!
내가 느끼는 연극의 매력
연극의 매력은 한 곳에서 다양한 공간을 연출한다는 점이죠.
그래서 관객의 상상력을 더욱 요구합니다. 이게 영화와는 전혀 다른 매력이더라고요. 연극을 진행하는 배우들은 당연히도 그 장소에 있다는 가정하에 극을 이끌어가고,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우리가 상상하는 장소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는 않아도 관객은 즐거운 자신만의 공간으로 배우와 하나가 됩니다.
연극을 자주 보는 것은 아니더라도 이렇게 연극을 볼 때면 그런 공간의 매력이 분명 연극에만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툰 것이 당연하다?
영화보는 내내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사실 연극을 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저는 요새 이 단어를 많이 떠올리고 생각하고 고민합니다.
"서투름"
왜 이렇게 나는 서툴까? 20대에는 잘 모르니까 서툴다지만 그래서 세월이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모든 것이 서툰 30대로 시간이 흘렀습니다. 20대에는 더 나은 30대를, 지금보다는 훨씬 능숙하고 멋지게 해결하는 30대를 상상했지만, 정작 맞이하고 지내고 있는 30대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사랑도 그렇더라고요.
연극을 보면서 연극이 주는 침묵에는 내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왜 그렇게 서툴렀을까. 방법을 몰라서이겠지. 그래서 하는 일이라곤 책을 들여다봅니다. 책에는 답이 있지 않을까. 인생학교를 설립한 손미나씨의 인터뷰처럼 서툴고 몰라서 헤맬 때는 책을 들여다보지만, 정작 인생을 해결하고 바로 적용했으면 하는 일에는 책의 내용은 여전히 어렵거나 여전히 도움이 안되거나.
그런 서투름은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법을 몰라서 누가 가르쳐주면 좋겠지만 오롯히 나 혼자 뚫고 지나가야하는 터널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랑의 시작은 뜨겁고 즐겁고 행복하지만 그 끝으로 가는 과정에서는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해피엔딩. 누구나 바라지만 의의로 쉽지 않은 이유는 아직 저라는 살마은 그 해피엔딩의 과정 중에 있나봅니다.
극중 캐릭터인 선영이는 저와 닮은 점이 있더라고요.
선영이의 모든 성격이 저와 그대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황하거나 갑갑하면 무어라 말해야 할 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침묵만을 선택하는 그 모습이 뭐랄까. 제 3자(=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이해와 동시에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내가 저런 분위기일 수도 있겠구나라고요.
우리는 뜨겁게 사랑을 시작하고, 현실의 불편함도 잊고 사랑을 시작하지만 시간은 점점 그 불편함에 눈띄게 하죠.
우리가 사랑할 때.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연극이지만, 연극 내내 내 사랑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은 연극이라고 생각합니다.
from Alice with lovely days http://ift.tt/1mudK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