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30일 금요일

[루머] 애플, iOS에 이어 맥에도 ARM 프로세서 도입? macOS 소스코드서 정황 포착

애플이 iOS용으로 개발한 모바일 프로세서 A시리즈를 내놓은 이래 끊임없이 나오는 '떡밥'이 있습니다.

바로 '애플이 맥에 사용되던 인텔 프로세서를 자체 개발한 A시리즈 프로세서로 교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루머입니다. 소스도 정말 다양해서,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인 KGI의 궈밍치를 비롯해 일본의 IT블로그 맥오타카라, 미국의 경제지 블룸버그까지 틈만 나면 애플과 인텔의 결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맥 사용자들에게는 정말 잊을 만 하면 되풀이되는 이야기죠.

그런데 이제 단순 떡밥 수준으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애플이 실제로 인텔칩 대신 A시리즈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정식 출시한 애플의 데스크탑 운영체제 'macOS 시에라'가 그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애플 관련매체 '아이다운로드블로그'는 macOS 시에라 커널 소스코드에서 ARM 기반의 CPU를 지원하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네덜란드의 IT매체인 '테크테스틱(TechTastic)에 의해 처음 발견된 것으로, 매체가 인용한 애플 기술문서에 따르면 macOS 시에라 커널은 일부 인텔 CPU에 대한 정의가 삭제되는 동시에, '허리케인(Hurricane)'이라는 ARM 프로세서에 대한 정의가 새롭게 추가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커널(Kernel)'이란 운영체제의 핵심 부분으로서, 시스템 자원을 관리하고 응용 소프트웨어를 컴퓨터 하드웨어에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또 '허리케인'은 다름 아닌 아이폰 7 시리즈에 탑재된 A10 퓨전 프로세서의 코드명입니다. 즉, 기술문서를 통해 애플이 A10 프로세서로 맥을 구동하고, 또 맥용 응용 프로그램 지원하기 위한 밑준비를 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애플이 스스로 차세대 맥 제품군에 ARM 기반의 A시리즈를 사용할 것이라는 추측에 힘을 실어준 셈입니다.

애플은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품을 시험하는 만큼, 이것만으로 당장 인텔칩을 버리고 자체 개발 프로세서를 쓸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프로세서 교체를 위해 애플이 짊어져야할 부담이 예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우선 앱 호환성이 관건입니다.

테크테스틱은 A시리즈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앱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iOS 앱스토어의 경우 최종 바이너리를 애플에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비트코드라 불리는 중간코드를 제출하면 애플이 각 아키텍처에 맞게 변환하여 배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만약 애플이 맥 제품군에 A시리즈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 맥 앱스토어도 그러한 체계를 갖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서드파티 앱의 경우 새로운 개발 가이드라인과 API를 제공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맥 앱스토어 밖에서 판매되는 소프트웨어나 부트캠프를 통한 윈도우 구동은 물건너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두 아키텍처의 성능 격차도 많이 줄었습니다

인텔칩이 정체기를 맞고 있는 동안 ARM 칩은 지속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프로세서 자체의 성능도 좋아졌고, 64비트 명령어 처리로 4GB 이상의 메모리도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상대적으로 전력 소비량이 적어 배터리 효율성도 우수합니다. 고사양 컴퓨터나 워크스테이션에 사용되는 인텔의 하이엔드 프로세서(제온, 코어 i7 등)와는 여전히 상당한 성능 격차를 보이지만, 12인치 맥북에 사용되는 저전력 프로세서와 아이폰 7의 A10 프로세서는 성능상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여러 벤치마크를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즉, 저가형 제품을 시작으로 A시리즈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애플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아니면 차세대 아이패드 프로에 macOS가 탑재되는 것도 크게 이상할 게 없는 상황입니다. 즉,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인텔칩을 탑재한 맥 제품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제품군이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편, 애플은 이전에도 맥용 프로세서를 교체한 바 있습니다. 고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이끌던 지난 2005년 모토로라와 IBM칩보다 빠르고 발열이 적다는 이유로 인텔칩으로 갈아탔습니다. 당시에는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지만 인텔칩 채택으로 맥에서도 윈도우를 설치할 수 있게 됐고, 전반적인 컴퓨팅 성능이 좋아지고 소프트웨어 개발이 촉진되면서 지금 와서는 성공적인 결단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과연 애플이 10년 전과 똑같은 결정을 내리려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테스트나 기술 확보를 위해 macOS 커널을 수정한 것일까요? 앞으로 애플이 어떤 전개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이길 바랍니다.



참조
iDownloadBlog - macOS Sierra code suggests Apple could replace Intel in Macs with custom ARM
Apple - Kernel Changes for Objectiv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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