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3일 수요일

새 맥북프로가 32GB 메모리를 탑재하지 못하는 '기술적인' 이유

사진 : 애플


얼마 전 공개된 신형 맥북프로가 메모리 옵션을 16GB까지밖에 올리지 못한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명색이 ‘프로’용 노트북인데 메모리 옵션이 16GB까지밖에 제공되지 않는 것에 대한 지적이 일부 있었는데요, 당시 애플의 마케팅 부문 수석 부사장인 필 쉴러가 ‘배터리 최적화 문제로 16GB 메모리 옵션만을 제공한다’는 간단한 해명을 했었습니다.

 

당시 필 쉴러의 설명이 너무 간단했고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더 큰 오해가 생기기도 했는데요, 이후에 MACDADDY라는 블로그에 필 쉴러가 생략했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설명하는 포스트가 게시되었는데요(링크), 먼저 어떤 기술적인 문제가 있기에 새 맥북프로가 32GB 메모리를 탑재하지 못하는 것인지, MACDADDY의 원문 일부를 발췌, 재구성해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왜 맥북프로의 최대 메모리 구성이 16GB로 제한되었나 : MACDADDY의 분석

 

먼저 현재 고성능 랩탑 제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인 스카이레이크 프로세서와 그 칩셋이 지원하는 종류의 메인 메모리 규격은 DDR3, LPDDR3, DDR4 정도가 있습니다. DDR3와 4는 기본적으로 데스크탑 환경에 맞춰 만들어졌으며 전력소모 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하지만 그 성능이 빠르고 용량을 좀 더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반대로 LPDDR3의 경우 기본적으로 모바일 환경에 맞춰 설계되었습니다. 실제로 iOS 기기들도 LPDDR 계열의 메인 메모리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다만 LPDDR3의 경우 모바일 환경을 겨냥하고 만들어진 표준이기에 기본적으로는 1600MHz가 달성할 수 있는 최대 클럭입니다. 대신 애플은 최대 2133MHz로 동작할 수 있는 LPDDR3E 표준의 메모리를 채택했습니다. LPDDR3E 규격은 당연히 DDR3 보다 저전력으로 동작하며, 차세대 규격인 DDR4에 비해서도 저전력으로 동작합니다. 물론 LPDDR4는 LPDDR3 보다 더 저전력으로 동작하지만 스카이레이크는 물론 이후 세대 프로세서인 케이비레이크 역시 LPDDR4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닙니다.

 

성능적인 면에서도 높은 클럭의 LPDDR3E를 선택하는 것이 같은 혹은 약간 더 높은 유효클럭의 DDR4보다 근소하게나마 더 빠르거나 비슷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링크)을 참조하세요. 즉 전력 소모, 성능의 관점에서 애플이 LPDDR3E를 채택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LPDDR3E의 경우 그 구성이 최대 16GB로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 때 애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32GB 구성을 위해 DDR4를 탑재하던가, 그렇지 않으면 32GB 구성을 포기하고 LPDDR3E를 탑재하는 것입니다.

 

이 두 옵션간의 가장 큰 차이는 ‘전력소모’가 될 것인데, 실제로 이 전력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를 MACDADDY에서 측정한 자료가 있습니다. 먼저 이번 맥북프로에 탑재된 LPDDR3E가 소모하는 전력을 살펴봅시다. iStats menus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메모리에서 소모하고 있는 전류를 손쉽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사진 : MACDADDY

 

위 그림의 경우 메모리가 1.49A의 전류를 소모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LPDDR3E의 구동 전압은 1.2V이기 때문에 총 1.8W의 전력을 소모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맥 컴퓨터 중에 DDR4 메모리를 장착한 모델이 없기 때문에 DDR4의 전력소모량은 PC에서 측정된 값을 인용해서 비교했습니다. 탐스하드웨어(링크)와 xbitlabs(링크)의 결과에 따르면 DDR4는 4~6W 정도의 전력을 소모하며 이를 통해서 우리는 LPDDR3E를 사용함으로써 애플이 대략 2~3W 정도의 전력을 아낄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3W 차이는 일반적으로 구동되고 있는 시스템 소비전력과 비교해 봐도 대략 10% 정도를 차지하는 수치로, 작다면 작지만 무시할 수 있는 차이는 아닙니다. 거기에다 시스템 소비전력은 프로세서가 활발히 작동할 때와 그렇지 않을때 전력 소모 편차가 매우 큰 편이지만 DRAM은 데이터 유지를 위해 계속 전하를 충전해줘야 하는 메모리 특성상 언제나 비교적 일정한 정도의 전력소모를 보여줍니다. 즉, 컴퓨터에 높은 부하가 걸리지 않은 환경에서는 DRAM이 상대적으로 더 큰 전력소모를 보여주게 됩니다.

 

게다가 컴퓨터가 슬립 모드에 있을때 이런 차이는 더 심해집니다. 슬립 모드에 들어간 컴퓨터는 그 전력소모의 80%를 메인 메모리가 차지할 정도로 메인 메모리의 전력소모가 심합니다. Rochester 대학의 yanwei와 ipek의 논문(링크)을 보면 DDR4는 상당 부분을 대기전력으로 소모하는 반면에 LPDDR3의 경우에는 전체 전력에서 대기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낮습니다. 슬립 모드에 들어가게 되면, 메모리의 IO기능에 전력공급을 끊는 방식으로 전력을 아끼게 되는데, DDR4의 경우 IO기능에 전력을 끊더라도 그렇지 않을 때와 비교해서 크게 전력을 아끼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LPDDR은 PMM이라는 강력한 절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기술 역시 슬립 모드에 들어간 컴퓨터에서 메모리가 소비하는 전력을 줄이기 위한 기술입니다. 이 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마이크론이 발행한 PDF(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PDF의 결론만 요약하자면 PMM이 적용되지 않은 DDR 메모리는 PMM기술이 적용된 LPDDR 메모리에 비해 슬립 모드에서 평균적으로 5배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합니다.

 

애초에 항상 외부 전원이 공급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설계되는 DDR4가 모바일 기기를 타깃으로 설계된 LPDDR3에 비해 전력소모가 큰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특히 이 차이가 극대화되는 잠자기 환경에서 이 차이는 70%에서 90%까지도 벌어집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다음 PDF를 참조하세요(링크).

 

애플은 여러 세대에 걸쳐 LPDDR 메모리를 노트북에 채용해 왔고(맥북 에어, 맥북에서 이제는 맥북 프로까지), 이는 대기 시간을 늘리는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지금 대기상태에서 30일을 버틸 수 있는 맥북프로의 메모리를 DDR4로 교체할 경우 이 수치는 일주일 미만으로 크게 단축될 것입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LPDDR4 메모리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만약 인텔의 프로세서가 LPDDR4 메모리를 지원했다면, 애플은 주저없이 이를 사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애플이 직접 프로세서를 설계하는 최신 iOS 기기들은 LPDDR4 메모리를 사용 중에 있습니다. 특히 아쉬운 것은 인텔의 케이비 레이크를 탑재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의 맥북 프로 역시 LPDDR3E 메모리를 탑재할 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적어도 내후년의 맥북프로까지는 기다려야 할 듯 합니다.

 

이에 대한 필 쉴러의 응답

 

필 쉴러는 위 글을 보고 위 사항들이 실제로 자신들이 LPDDR3E를 탑재한 이유라고 말하면서 한 가지 이유를 더 들었습니다. 32GB 메모리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LPDDR 메모리를 사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로직보드 디자인 역시(더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이는 당연히 배터리가 들어갈 공간을 침해하기 때문에 만약 32GB 메모리를 채택했다면 시스템 전력소모량은 더 늘어나고, 배터리 용량은 더 줄어들어서 현재와 같은 무게와 두께에서 지금같은 배터리 지속시간을 제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2016년형 맥북프로 15인치의 내부. 빨간 박스 부분이 메인 메모리가 차지하는 공간. 사진 : iFixit

 

2015년형 맥북프로 15인치의 내부. 빨간 박스 부분이 메인 메모리가 차지하는 공간. 사진 : iFixit

 

실제로 iFixit에서 제공하는 맥북프로 15인치 모델의 분해사진을 보면, 2016년형 맥북프로의 메모리가 차지하는 공간이 2016년형 모델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공간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신형 맥북프로가 32GB 메모리를 탑재하지 못하게 된 것은, 무게, 두께, 배터리 용량 등의 모든 요소와 연관이 있는 공학적 ‘트레이드 오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애플의 결정은 합리적이며, 많은 사용자들은 32GB 옵션보다는 더 얇고 가볍고 배터리가 오래가는 제품을 원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프로’라고 이름붙여진 노트북에서 무게와 두께 등의 덕목보다 32GB 메모리 옵션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사용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것은 애플이라는 회사의 가치판단과 개인의 가치판단이 충돌하는 부분으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있겠지만 무조건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교차점에서 빛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Dr.Mola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조
• Why the MacBook Pro is limited to 16GB of RAM

• 새 맥북프로가 32GB 메모리를 탑재하지 못하는 '기술적인' 이유


관련 글
• 애플, 신형 맥북프로 RAM을 최대 16GB로 구성한 것은 배터리 사용시간을 고려했기 때문

  • 맥북 프로가 메모리를 16GB까지밖에 올리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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