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사용하는 애플 사용자라면 트윗봇이라는 이름은 익숙할 것이다. 트위터가 공식 앱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후, 트윗봇은 트위터 파워 유저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나도 트윗봇이 iOS 앱 스토어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오랜 써드파티 앱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그 이후로 줄곧 트윗봇만 사용해 왔다. 심지어 맥 버전이 $19.99라는 저렴하지만은 않은 가격에 나왔음에도 망설임 없이 구매해 지금까지 잘 써왔다.
며칠 전에 트윗봇의 개발사인 탭봇(Tapbots)은 맥용 트윗봇의 새로운 3.0 버전(이하 “트윗봇 3”)을 갑작스럽게 출시했다. 여태까지 $19.99로 받는 대신 무료 업데이트를 해주던 이전 버전과 달리 이번엔 $9.99짜리 유료 업데이트다. 하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업데이트를 받았다. 리뷰도 할 겸.
* 트윗봇 2.5 (위) / 트윗봇 3.0.1 (아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를 가렸음을 밝힙니다)
트윗봇 3의 전반적 디자인의 테마는 ‘둥글둥글’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맥이나 iOS 앱들이 애플부터 시작해서 아이콘부터 내부 UI까지 둥글둥글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트윗봇 3도 그렇다. 이미 이전 버전에도 프로필 사진을 표시하는 부분을 둥글게 처리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UI의 전반적인 느낌이 이전보다 더 둥글어진 느낌이고, 심지어 앱 아이콘까지 둥글게 바뀌었다. 근데 이 아이콘에 그려진 새의 화난 표정 때문에 말이 많기도 하다. 난 개인적으로 트위터가 써드 파티 개발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반응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얘기는 조금 이따가.
그 외에도 UI가 전체적으로 둥글다는 느낌이다. 버튼도 이전 버전에서는 모서리가 꽤 각진 편이었지만, 이제는 각각의 모서리가 둥글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그냥 무난했던 전 버전과 달리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새다. 그리고, 기존에는 커서를 가져다 대야만 보였던 트윗 액션 버튼들이 이제는 모든 트윗마다 기본적으로 보인다. 탭봇 측은 빠른 접근성을 위해 이렇게 했다고는 하나,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이 버튼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꽤 커졌기 때문에 공간 활용의 문제는 남아 있다. 하지만 다크 모드의 추가는 언제나 환영이다.
사실 무엇보다 현재 트윗봇 3 디자인의 문제는 조금씩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프로필의 팔로워 / 팔로잉 카운트를 표시하는 부분이 위아래 높이가 맞지 않다거나, 누가 리트윗한 트윗을 표시할 때 리트윗한 계정을 표시한 부분이 아래의 트윗과 지나치게 가깝다거나 등이 그것이다. 물론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이 되리라 보지만, 이러한 디자인적 부분을 3.0에서 제대로 잡지 못하고 나온 것은 상당히 아쉽다.
트윗봇 3의 전반적 내비게이션은 이전 버전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변화가 보인다. 먼저, 공식 앱과 비슷한 행보로 멘션과 리트윗, 마음 등의 내역을 합한 “알림(Notification)”이 신설됐다. 여전히 원하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분리해서 볼 수도 있다. 다만 iOS 버전에 있는 하나의 트윗이 받은 리트윗, 마음 등을 수치화한 Stats는 여전히 맥 버전에서 빠져 있다. 만약에 여러 개의 계정을 운영한다면, 다른 계정을 새로운 창에 띄워볼 수 있는 기능이 생겼으며, 거기서 오른쪽 아래의 버튼을 잡아당기면 칼럼이 생성된다. 그렇게 잡아당겼을 때 생기는 칼럼의 메뉴는 무작위이지만, 위에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바꿀 수 있다.
처음에 출시된 3.0에는 기존 버전에 있었던 하나의 창에 다른 계정의 칼럼을 띄우는 기능이 없었지만, 탭봇이 피드백을 재빨리 받아들여 리뷰를 쓰고 있었던 시점에서 업데이트된 3.0.1 버전에는 기능이 다시 생겼다. 역시나 칼럼을 생성시킨 다음, 위의 메뉴를 클릭해 바꾸면 된다.
또한, 트윗의 미디어 기능을 좀 더 강조한 느낌이다. 그동안 지원하지 않았던 GIF 첨부 기능이 드디어 들어갔으며, (기존 버전에서는 첫 번째 프레임만 이미지 형태로 올렸었다) 영상이나 GIF 파일은 커서를 위에 올리는 것만으로 자동 재생을 지원하고, 옆에는 파일 형식(동영상, GIF, 그리고 유튜브 등)을 표시해준다. 다만 이 자동 재생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기존의 썸네일 크기를 줄이는 설정이 여전히 빠져있는 점은 아쉽다.
탭봇은 트윗봇 3에서 기능을 추가하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사용성을 최적화하는 것에 초점을 둔 느낌이다. 그래서 과연 $9.99(한국 앱 스토어에서 세금까지 들어가면 $10.99)라는 가격이 가치가 있냐고 하면 현재 상태에서는 잘 모르겠다. 사실 기존의 2.5도 지금 쓰기에 충분히 좋은 버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트위터의 써드파티 앱 난도질 때문에 투표 기능 등 이미 2.5에서 지원하지 못하는 트위터의 새로운 기능은 여전히 지원을 못 하고 있다. 탭봇도 이로 인한 불만사항이 들어올 가능성을 생각했는지 아예 앱 스토어의 소개글에 트위터는 모든 기능에 대한 써드파티 앱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고지를 해놓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트위터의 이러한 난도질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 트위터는 8월부터 기존의 스트리밍 API 지원을 중단하고 새로운 Account Activity API를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API에는 스트리밍 지원이 빠지며, 마음이나 리트윗 알림도 실시간으로 오는 것이 아닌, 몇 분 뒤에 오게 된다. 사실 이 문제는 트윗봇을 비롯한 써드파티 앱의 사용성을 크게 낮추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이 API를 사용하는데 드는 가격이다. 이 API를 무료로 사용하려면 사용 계정 수가 15개 미만이어야 하며, 250개 미만이면 월 $2,899라는 엄청난 돈을 트위터에 내야 한다. 사용 계정 수가 250개를 넘으면 트위터에 직접 연락해야 하는데, 이 가격은 공개되지도 않았다. $2,899라는 돈을 250개 계정으로 나누면 대충 $11가 나오는데, 그 말인즉슨 써드파티 트위터 앱 개발자가 먹고살려면 앱 가격을 최소 월 $12 정도로 책정해야 한다는 소리가 된다. 물론 트위터에 직접 연락하면 계정당으로 따지면 조금 더 적은 가격을 책정받긴 하겠지만, 사정이 크게 나아지긴 힘들다 본다.
물론 소셜 서비스들이 이렇게 써드파티 앱 접근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특히 써드파티 앱의 거의 모든 API 접근을 거부한 인스타그램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트위터에는 이러한 적대적 정책은 장기적으로 트위터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 그간 트위터는 신규 사용자 유입을 위해 기존의 기능을 많이 바꿔왔으며(타임라인을 시간순이 아닌 알고리즘의 계산에 따라 배치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 대표적), 이러한 변경은 기존의 사용자들에게서 반발을 일으켰었다. 그래서 이러한 사용자들이 대안으로 찾은 것이 트윗봇과 같은 써드파티 앱들이었다. 사실상 써드파티 앱들은 신규 사용자를 유입하겠답시고 기존 사용자들을 등치고 있는 트위터의 붕괴를 겨우 막아주고 있었던 것 중 하나였던 셈이다. 거기에 트위터의 플랫폼별 네이티브 앱의 시작이 바로 이러한 써드파티 앱이었다는 점도 있다. 심지어 지금의 iOS 공식 앱의 시작도 트위터가 써드파티 앱이었던 트위티의 개발자를 데려오면서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뒤로 품질이 내리막길을 달렸다 지금은 어떤가? 몇 달 전에 트위터는 맥용 앱은 아예 지원을 중단했을 정도로 네이티브 앱에 대한 지원이 개판 5분 전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윗봇 3.0은 지금은 옆그레이드지만, 기존 버전이 그래 왔듯이 업데이트와 함께 꾸준히 기능이 추가되면서 충분한 업그레이드 가치를 사용자에게 부여할 거라 본다. 다만 그전에 트위터가 트윗봇을 죽이는 게 아닌가 심히 걱정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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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쿠도군 (KudoKun) 컴퓨터 공학과 출신이지만 글쓰기가 더 편한 변종입니다. 더기어의 인턴 기자로 활동했었으며, KudoCast의 호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
참조
• 트윗봇 3 (앱 스토어 링크)
from Back to the Mac https://ift.tt/2GTsw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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