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다이슨에서 헤어드라이어 제품을 공개했습니다. 다이슨 슈퍼소닉이라는 이름의 드라이어 제품인데요. 무엇보다 가격이 무려 55만 원이라는 게 화제를 모은 제품입니다. 제품 출시발표회를 직접 다녀왔는데요. 직접 만져본 다이슨 슈퍼소닉을 간단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날개 없는 헤어드라이어
다이슨 슈퍼소닉은 아마 날개 없는 선풍기를 보셨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실 겁니다. 진짜로 가운데가 뻥 뚫린 모양이거든요. 그런데 헤어드라이어를 켜면 또 귀신같이 바람이 나옵니다. 보면서도 신기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다이슨 선풍기는 자사의 에어 멀티플라이어(Air Multiflier) 기술을 적용한 선풍기인데요. 슈퍼소닉 역시 이 기술을 빌려 제작했습니다.
이날 출시 발표를 맡은 그레엄 맥퍼슨(Graeme Mcpherson) 다이슨 헤어 케어 제품 총괄 엔지니어는 이 제품을 개발하는 데만 약 5천만 파운드(한화 약 895억원)이 들었다며, 어떻게 제품을 만들었는지를 꽤 오랜 시간을 할애해 발표했습니다. 그만큼 뷰티 가전에 첫발을 들이는 다이슨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나 합니다.
다양한 성능 테스트를 위해 직접 인모(人毛)를 통해 실험을 거쳤고, 직접 쓰는 환경을 점검하려고 테스트 기기를 설계하기도 했다는데요. 테스트 기기를 직접 볼 수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으스스한 모습이었습니다.
헤어드라이어 원리는 손잡이에 숨겨져 있습니다. 날개 없는 선풍기와 마찬가지로, 기둥(손잡이) 부분에 흡입구가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모터가 공기를 강하게 밀어 올리면, 링 뒷편의 유입 공기, 그리고 주변의 혼입 공기가 한데 섞여 강력한 바람을 배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에어 멀티플라이어 기술을 활용한 것인데요. 선풍기와 다르게 헤어드라이어에는 공기를 흡입할 수 있는 모터가 들어갈 공간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이슨 슈퍼소닉에는 이를 위해 개발한 V9이라는 모터가 들어갑니다.
V9은 분당 11만 회를 회전하는 강력한 모터입니다. 그만큼 주변 바람을 강력하게 흡입할 수 있는데요. 모터에서 공기를 흡입하면, 모터에 달린 축류 임펄스가 흡입한 공기를 강력한 제트기류로 만들어줍니다.
일반적인 임펄스는 날개가 11개인데요. 다이슨 슈퍼소닉은 특이하게 13개의 날개가 달렸습니다. 굳이 13개를 설정한 이유는 소음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를 넘는 소리가 발생해 소음이 대폭 줄어든다고 하네요.
핵심적인 기술을 소개해드렸으니, 제품을 직접 만져보면서 느낀 제품의 특징을 좀 더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다이슨 슈퍼소닉을 만져보니...
다이슨 슈퍼소닉을 체험할 수 있는 곳에서 제품을 직접 만져봤습니다. 흰색과 검은색 두 종류가 있습니다. 색상은 개인 취향입니다만, 저는 광고에도 나오는 검은색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손으로 들어본 다이슨 슈퍼소닉의 무게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무게는 일반 헤어드라이어와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느낀 것은 무게 중심이 차이 나기 때문입니다. 일반 헤어드라이어는 공기를 빨아들이는 팬이 윗부분에 있어 무게 중심이 손에서 멀다면, 다이슨 슈퍼소닉은 손잡이에 있으므로 손에서 가깝습니다.
그래서 드라이를 할 때 좌우로 흔들어도 손아귀가 아프거나 팔에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 손잡이에 모터가 달렸으나 손잡이가 두껍지 않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바람의 세기는 3단계, 온도는 4단계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1500w 기준으로 제가 느끼는 바람 세기는 비슷하거나 다이슨 슈퍼소닉이 근소하게 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 두 기기를 앞에 두고 비교한 게 아니라 경험에 빗대어 짐작한 내용임을 고려해주세요. 온도는 비슷한 정도입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전면에 유리알 온도계가 있어서 초당 20회 온도를 측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과열되면 자동으로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 적용됐다고 하는데요. 두피 부분의 온도가 높아지면 모발이 손상되므로 이를 막기 위한 기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반 드라이어는 손에 가까이 가져가면 손이 뜨거울 정도가 되나, 다이슨 슈퍼소닉은 일정온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게 장점입니다.
그리고 앞에는 노즐을 선택해 연결할 수 있습니다. 노즐은 스무딩 노즐, 스타일링 노즐, 디퓨저의 세 가지가 있습니다. 각 노즐은 모양이 조금씩 달라서 필요할 때 쓸 수 있습니다. 스무딩 노즐은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헤어를 연출할 때 쓰고, 스타일링 노즐은 다른 구역은 건드리지 않고 원하는 부분만 드라이할 때 쓰는 식이죠. 디퓨저가 특이한데, 전체적으로 컬을 넣을 때 쓴다고 합니다.
다이슨 슈퍼소닉 시연 시간에 디퓨저를 시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디퓨저를 거의 머리에 파묻더라고요. '아 뜨거워!’하는 비명이 나올 법한 장면이었지만, 특유의 온도 관리 때문인지 아무런 내색 없이 시연이 지나갔습니다.
각 노즐은 자석으로 붙습니다. 그래서 방향 전환이 자유롭고 쉽게 붙였다 뗄 수 있습니다. 또한, 노즐이 이중구조로 돼 드라이어를 한참 쓴 다음에 만져도 노즐이 달궈져 있지 않다고 하네요.
가격은 말씀드렸다시피 55만6천 원입니다. 가장 원론적인 문제로 돌아가 볼까요. 과연 55만 원이나 주고 이 제품을 살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제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가격 측면의 부분은 중요한 요인입니다. 일반 헤어드라이어를 5만 원 남짓이면 사는데, 11배에 달하는 제품을 선뜻 고르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에 머리 손질을 하러 가면서 다이슨 헤어드라이어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이런 기능이 적용된 헤어드라이어라면 참 좋겠지만, 가게에서 쓰는 헤어드라이어는 특성상 머리카락이 걸려서 쉽게 고장 난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다이슨이 그런 일이 없다고 하지만, 일반 헤어드라이어 11개가 고장 날 때까지 멀쩡하리라 짐작하기 어려우니, 지금은 그냥 일반 드라이어를 선택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이제 막 출시된 터라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갖추고 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을 때니까요...
다이슨은 자신을 가전 업체가 아니라 전문 기술 업체로 불러주길 바랐습니다. 그만큼 자사가 구축한 기술에 큰 자부심이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다이슨 슈퍼소닉 역시 그 자신만만함이 드러나는 기기였습니다. 핵심 기술을 공개하면서도 재현하기가 어려워 카피캣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 자신감이 가격으로도 드러났는데, 과연 그 자신감이 매출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가격의 장벽은 그만큼 무서우니까요. 탐나는 기기였지만, 가격이 강제로 현실로 돌아오게 한 다이슨 슈퍼소닉을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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