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애플
애플이 오늘 새벽, 컨퍼런스 콜을 통해 2017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애플의 회계연도는 실제보다 한 분기 선행하므로, 오늘 발표된 실적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즉 2분기에 해당하는 실적 발표이다. 애플은 2017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454억달러의 매출과 87억달러의 영업이익을 보고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449억달러 매출과 82억달러의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수치인 동시에 전년 동기대비 7% 올라간 매출액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라 부를만 하다. 실제로 이 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애플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제품이 애플의 매출 성장에 기여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플은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매 실적 발표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자사의 주력 제품별 판매량과 판매대수를 상세하게 공개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애플 실적의 좀 더 자세한 내막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2017 회계연도 3분기에 애플은 총 4103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2% 증가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와도 비슷한 수치이다. 아이폰 부문의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대비 3% 증가해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치를 보여주었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아이패드이다. 사실 판매대수 기반으로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아이패드 판매 대수가 감소해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직전 분기대비 28%, 전년 동기대비 15% 증가한 아이패드 판매량은 인상적이다. 다만 판매량이 15% 증가한 것과 달리 매출액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대비 2% 정도의 인상만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애플의 전통적인 사업기반인 맥 컴퓨터 부문이다. 맥 컴퓨터는 전년동기, 직전 분기와 거의 비슷한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애플워치와 애플의 각종 악세서리를 포함하고 있는 기타 부문의 매출 향상은 인상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타 부문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3%나 증가하며 애플워치, 에어팟 등의 제품군들이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매출액 부분에서 가장 인상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서비스 분야이다. 서비스 분야 매출은 애플 앱스토어를 포함해 애플뮤직, 아이튠즈 서비스를 포함한 콘텐츠 사업을 망라하는 분야이다. 서비스 분야의 매출은 직전 분기대비 3%, 전년 동기대비 22%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비스 부문 매출은 이미 아이패드, 맥 부문의 매출을 뛰어넘어 애플 내 넘버 2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특히 아이폰의 매출액이 가장 떨어지는 이번 분기에 애플의 서비스 부문 매출이 애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6%로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분기 72억달러의 매출액은 페이스북의 지난 분기 매출이 93억달러였다는 것과 함께 살펴보면 얼마나 큰 수치인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실적을 살펴봤으니 각 부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애플의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폰은 4103만대가 팔리며 시장 예상치에 도달했다. 하지만 아이폰 판매량이 작년에 비해 유의미하게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아이폰 사업은 애플의 굳건한 기둥이기는 하나 더 이상 애플의 성장을 견인할 제품군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아이폰 사업이 애플 내에서 차지하는 상징성과 비중은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크고, 애플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견조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사업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아이폰의 평균판매단가는 미약하지만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전년동기대비), 특히 다음 분기에 출시될 예정인 새 아이폰 시리즈는 아이폰의 판매량과 평균판매단가를 더욱 끌어올려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애플은 다음 분기의 예상 매출액을 490억달러에서 540억달러 사이로 전했는데, 이는 우려와는 달리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신형 아이폰이 출격할 것을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급등한 애플의 주가에는 이번 분기의 호실적에 더해 이러한 기대감 역시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진 : 쿠도군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인상적인 아이패드의 판매량인데, 최근 들어 꾸준히 감소하던 아이패드 판매량이 성장했기 때문에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다. 몇몇 언론에서는 애플의 이번 매출액 성장을 견인한 주요 요소로 꼽기도 했는데, 이는 판매량 자체만을 살펴본 오류로 아이패드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15% 성장하기는 했지만 아이패드 부문의 매출은 2% 성장에 그쳤다. 지난 몇 분기에 아이패드 프로의 등장에 힘입어 판매량이 줄었어도 매출은 오히려 늘었던 현상이 반대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WWDC에서 새 아이패드 프로가 공개되었기 때문에 4~6월의 아이패드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출시된 아이패드 5(아이패드 5 리뷰)에 의한 것으로 봐야 하고, 평균 판매단가의 하락을 설명하기에도 적당하다.
사진 : 애플
다만 아이패드 5가 계속해서 줄어들던 아이패드 판매량을 비끄러매는 데 성공했다는 건 분명히 의미가 있다. 만약 아이패드 5가 출시되지 않았다면 이번 분기 역시 아이패드 판매량은 역성장했을 것이고, 평균판매단가의 하락은 줄어들었을지라도 매출 하락 역시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패드를 보급하는 것 역시 애플에게 의미있는 성과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패드 제품군의 진정한 미래를 보기 위해서는 아이패드 프로 판매량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다음 분기의 실적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사진 : 애플
다음은 역시 증가한 매출을 보여주고 있는 기타 부문의 매출이다. 사실 기타 부문의 매출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애플이 판매하는 아이폰 케이스 등의 각종 악세서리와 비츠의 매출, 에어팟, 애플워치, 아이팟 등 위에서 언급한 주요 하드웨어와 서비스 부문 외에서 발생하는 모든 매출이 포함되어 있다. 이 부문의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3%나 늘어난 것은 애플워치의 판매가 순항중이라고 판단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애플워치가 아이폰처럼 애플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크게 이상한 것도 아니다.
다만 애플워치의 파급력이 단지 스마트워치 시장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은, 애플워치가 애플의 미래를 책임지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아이폰이 그랬던 것처럼 애플워치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폰으로부터 독립하게 된다면 그 판매량이 더 늘어날지는 모르는 일이다.
사실 이번 애플 실적 개선의 1등 공신은 다른 무엇보다 서비스 부문의 매출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서비스 부문의 매출은 애플이 공시하는 다섯 개의 부문 중 두 번째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이번 분기 애플 매출 중 16%를 차지할 정도로 애플 내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 부문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2% 증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에는 앱스토어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증가와 함께 애플 뮤직의 가입자 증가가 모두 포함된 결과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제품의 출시 시기에 따라 매출의 변동이 심한 하드웨어 부문과는 달리 서비스 부문의 매출은 연중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애플의 어떤 제품군보다도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애플에게 매력적인 부문이라 할 수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 개편이나 홈팟 등을 통한 음악 시장으로의 적극적인 진출 등은 서비스 부문 매출을 증대시키고, 이와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애플의 이번 분기 실적을 살펴보았다. 아이폰과 맥은 현상 유지, 아이패드의 경우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이를 통한 매출액 확대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기타 부문과 서비스 부문의 경우 전년 동기대비 23%, 22% 늘어난 매출액을 보여주며 애플의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애플 전체 규모에 비해 그 규모가 작은 기타 부문과 달리 서비스 부문은 아이폰 부문 다음 가는 매출액을 보이며 애플의 강력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모두의 눈이 하드웨어에 가 있을 때, 애플은 자신을 지탱하고 성장시킬 한 축으로 서비스 부문을 내세우고 있다.
사진 : 애플
이런 것들을 살펴봤을 때 가까운 미래에는 애플이 다른 플랫폼에 좀 더 공격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애플뮤직이 안드로이드에 개방된 것처럼 홈팟 등의 기기는 다른 애플기기들 없이 독자적으로 동작하며 안드로이드 기기들과 연동되어 작동할 지도 모를 일이다. 또, 아이폰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아이메시지가 북미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 최근 아이메시지의 강화나 아이메시지용 앱스토어 등을 연 애플이 이를 다른 플랫폼에 개방함으로써 자사의 서비스를 확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애플이 발표한 아이메시지를 통한 애플페이 간편송금 서비스 등도 좀 더 빨리 그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십년 뒤의 애플은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애플과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교차점에서 빛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DrMOLA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참조
• 애플, 2017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 : 호실적의 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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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2017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 : 나는 내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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