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애플
애플의 알루미늄 사랑은 거의 집착에 가까운 수준이다. 조나단 아이브가 이끄는 애플의 산업 디자인 팀은 애플의 거의 모든 제품에 알루미늄 외장을 도입했다. 현재 애플의 주력 제품군 중 알루미늄 외장이 아닌 제품은 전, 후면 유리와 측면 스테인리스 스틸을 채택한 아이폰 X 뿐이다. 아이폰 8 시리즈는 물론이고 현재 판매되고 있는 모든 맥 라인업과 아이패드 라인업은 모두 알루미늄 외장을 갖고 있다. 심지어 가장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은 애플워치 스포트 모델의 외장 역시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져 있다.
알루미늄은 지각에서 가장 흔한 금속이다. 학창시절에 외웠던 ‘오시알페카나카마’에서 산소와 규소 다음으로 지각에서 흔한 원소가 바로 알루미늄이다. 하지만 알루미늄의 풍부함과는 관계없이 알루미늄이 실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최근의 일이다. 이것은 바로 정제하기 어려운 알루미늄의 특징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알루미늄은 산화되려는 성질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지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알루미늄은 산화 알루미늄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런데 이 산화 알루미늄은 녹는점이 섭씨 2,072도로 철의 녹는점인 섭씨 1,530도보다 훨씬 높다. 청동의 주재료인 구리가 대략 섭씨 1,085도의 녹는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왜 인류가 청동기, 철기, 알루미늄 순으로 금속을 활용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여기서 반전은 순수 알루미늄의 녹는점은 구리보다도 훨씬 낮은 섭씨 658도라는 점이다. 만약 산화 알루미늄에서 산소를 제거하고 순수 알루미늄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알루미늄을 훨씬 경제적으로 가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알루미늄의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 데는 미국의 홀과 프랑스의 에루가 1886년에 개발한 전기분해법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이 전기분해를 위해서는 빙정석에 알루미나를 용해시키고 이 용액에서 전기분해를 통해 순수 알루미늄을 얻어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알루미늄에서 분리된 산소는 양극의 탄소와 만나 이산화탄소, 혹은 일산화탄소의 형태로 배출되게 된다. 현재까지도 우리는 이 제조법에 의해 분리된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알루미늄의 제조과정에서 사용되는 막대한 양의 전력과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는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
애플은 매년 연례 환경 보고서를 발간하는데(링크), 애플은 이 보고서에서 제품의 제조, 사용, 운송,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분석해 놓았다. 애플의 탄소 발자국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한 것은 당연히 제품 제조 부문으로 전체 탄소 배출량의 77%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그 중에서도 알루미늄은 제조 부문의 탄소 배출량 중 24%를 차지하며 전자 회로에 이은 2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를 통해 계산해보면 알루미늄 부분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애플이 배출하는 탄소 중 18%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만약 이 부분의 탄소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애플은 전체 탄소 발생량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애플 제공
실제로 이런 목표를 가지고 애플은 알루미늄 제조에 친환경 전기를 사용하는 회사의 알루미늄을 채택하고, 재활용 알루미늄을 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알루미늄 부분의 탄소 배출량을 계속해서 줄여나가고 있다. 그리고 오늘, 애플이 알루미늄 제조공정 자체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까지도 줄일 기술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기술은 알코아에서 개발된 기술로 기존에 탄소로 이루어져 있던 전도성 물질을 새로운 소재로 대체함으로써 알루미늄에서 빠져나온 산소가 탄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의 형태로 배출되지 않도록 한다. 다만 이런 기술이 존재한다고 해서 이런 기술이 즉각 생산라인에 도입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생산라인에 적용하는 것은 예기치 못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무엇보다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애플은 이 과정에서 알루미늄 제조 분야 거대 기업인 리오 틴토 알루미늄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해당 기술에 대한 금전적 투자를 약속해 새로운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계기를 마련했다. 애플은 캐나다 정부와 퀘벡 주 정부, 알코아 코퍼레이션, 리오 틴토 알루미늄과 함께 총 1억 4천 4백만 달러를 공동 투자하고, 알코아 코퍼레이션과 리오 틴토 알루미늄은 이 기술을 대규모 생산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합작회사인 엘리시스를 설립했다.
사진 : 애플
애플의 이런 환경 중시 행보는 지난 수 년간 계속해서 이어져온 것으로, 얼마전 지구의 날을 맞은 글(링크)에서도 소개한 바 있다. 애플의 이런 행보는 그 자체로 환경 개선에 기여할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애플의 이런 행보가 다소간의 영향은 줄 수 있겠지만, 소수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환경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품 구매의 중요한 요소로 둘 때, 비로소 환경문제에 심각한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께 환경 문제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볼 것을 부탁드리며 이만 글을 맺는다.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교차점에서 빛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DrMOLA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참조
• Apple adds Earth Day donations to trade-in and recycling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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