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5일 일요일

애플, 차세대 맥에 다시 엔비디아 그래픽 칩 도입하나?

약 11일여 전, 엔비디아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냈다. 물론 엔비디아가 채용 공고를 냈다는 것이 오늘 전해드릴 뉴스는 아니다. 채용공고의 내용이 중요한데, 애플의 새 그래픽 API인 메탈과 OpenCL을 다루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구한다는 것이 공고의 핵심 내용이다.

애플은 모바일 뿐 아니라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역시 운영체제와 그 하드웨어를 동시에 제조하는 기업이다. 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쪽에 대해 강한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애플이 맥 컴퓨터의 아키텍처를 x86으로 옮겨온 이래 맥 컴퓨터에 탑재되는 CPU는 항상 인텔의 제품이었다. 그와는 달리 별도로 탑재되는 GPU의 경우 시장에서 활발히 경쟁하고 있는 AMD와 엔비디아의 제품을 번갈아 탑재하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애플의 이런 행보에 변화가 감지되었다. 어느 시점부터 애플은 자사의 맥 라인업에서 엔비디아의 칩을 빼기 시작했다. 현재는 아이맥, 맥북프로, 맥 프로 등 애플의 맥 컴퓨터 중 별도로 GPU가 탑재되는 모든 제품군에서 엔비디아의 칩을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애플의 AMD 편애는 새로운 맥 프로를 출시할 때부터 시작되었다. AMD는 자사의 Firepro 라인업을 애플 전용으로 커스텀한 D300, D500, D700 제품을 새로운 맥 프로에 공급했고, 당시 대규모로 이루어졌던 전문가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이렇게 탑재된 별도의 그래픽 칩셋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루어졌다.


* 사진: 애플 제공

이후 출시된, 리프레시된 애플의 맥 컴퓨터들은 어김없이 AMD의 그래픽 칩셋을 탑재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15인치 맥북프로는 물론이고, 5K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출시된 최초의 아이맥 역시 AMD의 그래픽 칩셋을 사용했다. 아이맥의 경우 옵션으로 라데온 M295X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는 당시에 유일한 '통가' 풀칩을 사용한 그래픽카드로 애플과 AMD의 밀월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다만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면 지난 몇 년이 AMD 그래픽 칩의 암흑기였다는 것. 최상위급 단일 그래픽카드의 게임성능은 물론, 게임성능 기준으로 경쟁사에 비해 확연히 떨어지는 전력대 성능비를 보여줬다. 유저들이 이에 반발한 것은 당연지사. 많은 유저들이 새 맥에는 엔비디아의 그래픽 칩이 달리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하지만 적어도 올해 리프레시될 맥북프로나 아이맥에선 물 건너 간 듯 하다(링크).

애플이 이같은 유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AMD 그래픽 칩을 사용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AMD가 애플의 입맞에 맞게 제품을 커스텀 해주는 것, 그리고 순전히 예상일 뿐이지만 엔비디아보다 훨씬 착하게 가격을 맞춰준다는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AMD의 커스텀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에만 들어간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도 들어가 있을 것이다.

AMD는 현재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는 저 레벨의 그래픽 API의 시초격이라 볼 수 있다. AMD의 맨틀이 공개된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DX 12를, 애플은 메탈을, 크로노스 그룹에서는 불칸을 발표했다. 애플이 메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AMD의 조력이 어느 정도 들어갔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억측은 아닐 것이다. Mantle과 Metal이 n만 뺀 애너그램이란 것이 과연 우연한 일일까? 거기에 AMD 그래픽카드가 상대적으로 고해상도에서 높은 성능을 보여주는 것, 범용 연산성능으로는 당대의 경쟁사 카드들을 제치고 있다는 점 역시 애플의 마음에 쏙 들었으리라.

애플은 그래픽 드라이버 역시 자사의 엄격한 기준에 맞춰 개발한다. 맥 제품군 중 최초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맥북프로 아난드텍 리뷰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애플은 제조사가 지원하지 않는 해상도의 GPU 가속 스케일링 루틴을 직접 개발했고, 더 나아가 인텔의 내장 그래픽과 별도로 탑재되는 그래픽 칩 사이에서 발생되는 화질차이를 그냥 두고보지 않고 필터링 루틴 역시 직접 개발했다. AMD는 이런 애플의 생리를 알고, 이 과정에 투입되는 노력의 일부를 분담해준 것으로 보인다.

AMD가 새로운 폴라리스 기반 그래픽카드들을 시장에 투입하며 차차 점수를 쌓아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엔비디아 역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애플은 단일 제조사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PC를 많이 판매하는 회사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뿐더러, 판매하는 제품들 대부분이 절대적인 가격대가 상당히 높다. 거기에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이라는 상징성까지 달고 있으니, 놓치기는 아쉬운 시장이다.


* 사진: Nvidia 채용 공고 스크린샷

이에 엔비디아는 AMD가 가지고 있는 우위를 허물기 위해 노력을 하고있는 모양새다. 엔비디아의 구직 내용 상세에서 알 수 있듯, 지원자는 Metal API와 OpenCL을 더 발전시키는 업무에 투입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애플과 협력해서 일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게다가 드라이버 개발이나 커널 단의 개발 경험과 macOS, 리눅스 운영체제에 경험이 있는 사람을 특히 우대하는 것에서 엔비디아가 macOS용 그래픽 드라이버 개발 역시 중요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WWDC에서 애플은 메탈을 이용한 GPGPU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을 개발자에게 주문했고, 애플 스스로도 각종 전문가용 앱이나 인공지능 처리 등을 사용자의 기기에서 처리하는 등 맥 플랫폼에서 GPGPU의 중요성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별도 그래픽 시장의 강자인 엔비디아가 다시 맥 컴퓨터에 진입할 수 있을까? 그렇길 바란다.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참조
엔비디아 채용 공고 페이지
애플, 다시 엔비디아의 그래픽 칩 도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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