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애플
애플이 갑작스럽게 아이패드를 공개한지도 꽤나 시간이 흘렀다. 새로 출시된 9.7인치 아이패드임에도 불구하고 43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가격에 걸맞지 않는 탄탄한 성능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현재 고급형 스마트패드 시장에서 새로 출시된 9.7인치 아이패드의 A9칩에 대해 성능우위를 주장할 수 있는 제품은 아이패드 프로의 A9X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멀티코어 성능은 아이패드 에어 2의 A8X와 비슷하지만 코어 세 개가 들어간 A8X와는 달리 코어 두 개만으로도 비슷하거나 더 높은 멀티코어 성능을 달성했고, 당연하게도 1.5배에 가까운 싱글코어 성능 향상을 보이고 있다. AP의 제조공정 역시 A8X와 달리 14nm FinFET 공정을 채택하여 더 전력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가격을 낮추면서 타협한 부분 역시 금방 눈에 뜨인다. 전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아이패드 에어 2와 비교해보더라도 오히려 '후진'한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장 먼저 두께와 무게는 아이패드 에어 1과 동일하다. 즉, 아이패드 에어 2보다 더 무겁고 더 두껍다. 또, 디스플레이와 커버 글라스 사이의 간격이 거의 없는 아이패드 에어 2와는 달리 디스플레이와 커버 글라스 사이에 눈에 보이는 에어갭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아이패드 에어 2에는 적용되어 있는 향상된 반사방지 코팅이 없는 것 역시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변화이다. 다만 아이폰 5s의 디스플레이를 재활용했다는 비판을 받고있는 아이폰 SE와는 달리 새 아이패드는 아이패드 에어 2보다 더 밝은 디스플레이를 탑재하여 '보는 경험'을 유지시키려는 노력을 보였다.
사진 : 애플
같은 라인업의 상위 기종으로 볼 수 있는 아이패드 프로와 비교하면 몇 가지 차별점을 더 발견할 수 있는데 아이패드 프로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는 애플펜슬과 스마트커넥터 사용이 불가능하고 아이패드 프로 9.7의 트루톤 디스플레이 기능 역시 빠져있다. 디스플레이 역시 아이패드 2에 비해서는 향상되었지만, Display-P3 색영역을 지원하는 아이패드 프로 9.7 모델에 비할 바는 아니다. 또, 깨알같지만 유니바디 자체에 울림통을 두고 있는 네 개의 스피커에서 오는 빵빵한 사운드 역시 없으며 TouchID역시 2세대를 채택한 프로 제품과는 달리 1세대 센서를 탑재하고 있다.
물론 이 제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긴 했지만, 상위 제품과 상당히 많은 차별점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과연 이 제품이 '합리적인' 가격의 멋진 제품인지, 원가 절감을 위해 이것저것을 뺀 '싼게 비지떡'인지 헷갈리시는 독자분들을 위해 몰라박사가 새 아이패드의 이모저모를 뜯어보았다. 그 결과가 궁금하시다면, 지금부터 시선 고정.
디자인 : 아이패드 에어 1이 돌아왔다
아이패드 에어 1이 처음 공개되던 당시 애플은 연필 뒤에 아이패드 에어를 감춰두었다가 꺼내는 광고를 내보냈다. 애플의 메시지는 연필 뒤에 감춰질 만큼 얇고, 연필만큼 다재다능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왜 뜬금없이 아이패드 에어 1 이야기를 하냐고? 이번에 새로 나온 아이패드의 디자인은 아이패드 에어 1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 디자인의 시초는 아이패드 미니로 볼 수 있다. 이전의 아이패드는 4:3 비율의 화면을 중심으로 모든 변에 고르게 베젤을 갖고 있었는데, 휴대성을 강조한 아이패드 미니는 화면 좌우의 배젤을 크게 줄임으로써 화면 크기가 작아진것보다도 더 크게 좌우 폭을 줄인 바 있다. 아이패드 에어 1은 아이패드 미니의 디자인을 9.7인치 모델로 옮겨온 첫 번째 모델이다.
사진 : 애플
사실 아직도 이 아이패드 미니에서 출발한 디자인은 아이패드 라인업 전체에 그대로 남아있다. 아이패드 에어 2는 아이패드 미니의 디자인을 계승한 아이패드 에어 1의 디자인을 좀 더 얇게 만든 것이고(아이패드 프로 9.7은 에어와 거의 비슷한 디자인), 아이패드 프로 12.9 모델의 경우 이를 넓게 확장시킨 모양이기 때문이다. 즉, 새 아이패드가 이 디자인 테마를 그대로 가지고 아이패드 라인업에 추가된 모양새이다. 어떤 디자인이 더 예쁜지를 떠나서 한 세대 전의 디자인 테마를 가지고 라인업에 추가된 아이폰 SE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애플의 새 영상 편집 툴 Clips로 제작된 개봉기
물론 새 아이패드의 디자인이 아이패드 에어 1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위 언박싱 영상에서도 짚어봤듯이 기본적인 부피, 두께, 무게 등의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당시 2열로 뚫려 있던 스피커 그릴이 한 줄로 정렬되었다는 것, 아이폰 SE처럼 사선 모서리의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커팅이 사라지고 무광 처리가 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또, 측면에 존재하다가 아이패드 에어 2부터 사라진 화면 전환 토글 스위치가 사라졌다는 점 역시 아이패드 에어 1과 디자인상의 차이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부분 외에는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진 : 애플
얼핏 봤을 때 새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에어 혹은 아이패드 프로 9.7모델은 거의 똑같아 보인다. 하지만 직접 손에 잡아보거나 화면을 켜고 사용하게 되면 이들 사이의 차이점은 꽤나 크게 다가온다. 먼저, 두 제품을 동시에 들어올리면 처음에는 큰 무게 차이를 알기 어렵다. 하지만 한 손으로 제품을 오래 들고 있으면, 확실히 아이패드 에어2나 아이패드 프로 9.7쪽이 훨씬 부담이 적다. 게다가 제품의 두께 역시 파지감에 약간의 차이를 주는데, 두꺼운 쪽이 좀 더 안정된 파지감을 줘서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필자는 좀 더 얇은 아이패드 에어 2나 아이패드 프로 9.7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굳이 이 제품들과의 비교를 제쳐놓고 본다면, 새 아이패드의 두께나 무게 모두 휴대성에 큰 지장을 주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디자인에 있어서 합격점을 받은 새로운 아이패드, Post PC를 노리는 모바일 컴퓨팅 기기로써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성능 면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성능 : 스테디셀러 A9
사진 : Trusted Review
새 아이패드는 위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아이폰 6s 시리즈에 최초로 들어간 A9 SoC(이하 A9 칩)를 탑재하고 있다. A9칩의 CPU는 트위스터 마이크로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는 코어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A9칩은 애플의 마지막 듀얼 코어 프로세서로, A9칩의 직계 후손인 A10 Fusion 칩은 고효율 코어 두 개를 추가하여 총 네 개의 코어로 구성된 프로세서를 가지고 있다. A9 칩은 아이폰 6s 시리즈에 최초로 투입된 뒤에 CPU 코어 클럭 속도를 빠르게 하고, 그래픽과 메모리 부분을 크게 보강한 A9X 칩 형태로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에 투입되었다. 이후에 보급형 아이폰이라 불렸던 아이폰 SE에도 투입된 바 있다. A9칩의 성능과 트위스터 마이크로 아키텍처에 대한 상세 내용은 아이폰 6s 출시 당시 작성된 리뷰인 Inside Your iPhone 6s : 성능편(링크)와 아이패드 프로 12.9 리뷰인 Inside Your iPad Pro : 성능편(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리뷰에서는 A9 칩이 아이패드 라인업 내에서 가지는 위치를 짚어보는 데 주력할 것이다.
사진 : 애플
먼저 새 아이패드는 아이폰 6s와 같은 클럭으로 동작하는 A9칩을 탑재하고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경우 그 이름이 똑같은 경우에도 (아이패드 2의 A5칩, 아이패드 에어의 A7칩) 작동하는 클럭을 높여서 아이폰보다 약간 더 높은 성능을 갖도록 세팅했던 것을 고려해보면 흥미로운 결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취해진 이유는 현재 아이패드 최상위 라인업을 담당하고 있는 아이패드 프로의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아직 A9X이기 때문일 것이라 추정해볼 수 있다. A9X는 트위스터 트리플 코어를 탑재할 것이라던 당시의 예상을 깨고 A9과 같은 트위스터 듀얼코어 CPU로 출시되었다. 다만 1.85GHz로 동작하는 A9 칩의 CPU 코어와 달리 A9X 칩은 기본적으로 2.26GHz의 클럭 속도로 동작한다. 이는 대략 20% 정도의 차이로, 실제 CPU 성능 지표 역시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만약 새 아이패드가 기존처럼 더 높은 클럭 속도로 작동하는 CPU를 탑재했다면, A9X를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와의 CPU 성능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번 아이패드 리뷰부터 새로 만든 벤치마크 시나리오를 통해 기기의 성능을 평가하는데, 본격적으로 벤치마크 결과를 살펴보기에 앞서 여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성능을 평가할 때 가장 눈여겨 보는 항목은 CPU 성능과 그래픽 유닛의 성능이다. CPU 성능은 말 그대로 연산장치의 성능이다. 기저에서 구동되는 운영체제를 포함한 모든 프로그램은 CPU에서 실행된다. 즉, CPU 성능이 높으면 CPU에서 실행되는 모든 작업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그래픽 유닛의 경우 기본적으로 운영체제 UI를 그려내는 등의 작업을 돕고 3d 게임이나 VR, AR 등을 구현하는 등의 워크로드에서 사용된다. 최근에는 영상, 사진관련 앱 등에서 병렬성이 높은 데이터 계산을 GPU 연산을 통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즉, 높은 GPU 성능은 더 부드러운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고, 특히 3d 게임이나 VR, AR 등을 구동할 때 좋은 성능을 낼 수 있게 해 준다. GPU 연산을 활용하는 앱의 성능이 더 높아짐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런 CPU, GPU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CPU, GPU의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벤치마크 프로그램으로, 이 프로그램들은 똑같은 양의 워크로드를 부여하여 이를 얼마나 빨리 처리하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서로 다른 기기들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개별적인 벤치마크 프로그램들은 특정 시나리오에만 편향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객관적이고 실체적인 성능 비교를 위해서는 한 벤치마크 데이터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벤치마크 데이터들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리뷰에서는 CPU 성능을 측정하기 위해 Geekbench 4.1로 측정된 싱글코어, 멀티코어 점수와 함께 Basemark OS II의 System 점수와 스로틀링을 확인하기 위해 1시간동안 반복실행시킨 긱벤치 멀티코어 점수의 평균치를 이용했다. GPU 성능의 경우 GFXBench의 온스크린, 오프스크린 시나리오와 3d mark, Basemark mobile GPU와 Geekbench 4.1의 연산 능력을 사용했다. 좀 더 자세한 평가 방법에 대한 내용은 추가적인 글을 통해서 전달하겠다. 그렇다면 이런 벤치마크 시나리오 하에서 새 아이패드는 어떤 성능을 보여줬을까? 먼저 CPU 성능부터 살펴보자.
먼저 CPU 성능을 보면 새로운 아이패드는 아이패드 에어 2보다는 높고, 아이패드 프로 형제들보다는 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새 아이패드는 아이패드 에어 2에 비해서는 10%가 채 안 되는 성능 향상폭을 보이고 있다. 이 성능 향상폭은 싱글코어 성능의 향상에 기인한 것이다. 다음으로 새 아이패드를 아이패드 프로의 CPU 성능과 비교했을 때도 20% 이내의 성능 차이만을 가지고 보여준다. 이는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작동 속도 차이에 의해 발생한 성능 차이인데 크다고 보면 크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엄청난 차이는 아니다. 게다가 이미 절대 성능 자체가 많이 향상된 시점이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20% 이내의 CPU 성능 차이가 주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아이패드 라인업에서 보다 뚜렷한 성능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은 CPU라기보다는 GPU 쪽이다. 지금부터 GPU 성능을 살펴보자.
그래픽 성능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CPU 성능에 비해 좀 더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새 아이패드는 아이패드 에어 2를 17% 이상 따돌리고 있으며, 반대로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들은 새 아이패드를 각각 30%, 50% 이상의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심지어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모델의 경우 큰 해상도 때문에 온스크린 벤치마크에서 손해를 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상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아이패드 에어 2의 A8X 그래픽 유닛은 최신의 그래픽 효과들이 많이 포함된 벤치마크에서 새 아이패드의 A9에 비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A8과 A9의 그래픽 아키텍처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며, 애플의 세미 커스텀 GPU의 발전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또 한가지 특기할만한 것은 아이패드 프로 9.7 모델과 아이패드 프로 12.9 모델 모두 Manhattan 3.1 벤치마크를 20번 반복측정하여 20번째 성능을 측정하는 스로틀링 테스트에서 각각 13%, 21%의 스로틀링이 발생한 것과는 달리 스로틀링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이런 스로틀링 역시 위 그래프에 이미 반영되어 있는 사항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새 아이패드의 성능은 A9 그 자체이다. 하지만 A9 프로세서에 스테디셀러라는 수식어를 붙여줘도 모자라지 않다고 생각될만큼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게다가 아래에서 좀 더 다루겠지만 A9 프로세서는 FinFET 공정으로 제조된 프로세서로 전력 효율, 발열면에서도 아이패드 에어 2의 A8X 프로세서에 비해 더 훌륭한 특성을 보여줄 것이다. 물론 이 아이패드가 플래그십 제품이었다면 분명히 아쉬움이 남겠지만, 아이패드 프로라는 플래그십 제품을 두고 한 단계 낮은 성능을 노리는 제품이기에 이 정도의 성능이라면 이 아이패드를 구매한 대부분의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배터리 : 아이패드의 자존심
사진 : iMore
전통적으로 아이패드 시리즈는 오래 가는 배터리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아이폰과 달리 매일 충전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이패드 사용자 경험의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형 아이패드는 어떤 배터리 성능을 보여줄까?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번 아이패드는 FinFET 공정으로 제조된 A9 칩을 탑재하고 있다. 당연히 FinFET 공정이 아닌 칩들보다 전력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작동 속도를 높인 칩을 투입하는 아이패드에 아이폰에 들어가는 것과 동일한 설정의 칩을 투입한 것 역시 다른 아이패드들보다 훨씬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할 것이라는 것을 말한다. 거기다 아이패드 에어 1의 금형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두께와 무게를 조금 잃었지만 반대급부로 더 많은 배터리 용량을 얻어냈다. 이 모든 조건들을 조합해보면 새 아이패드의 배터리 성능이 그 어떤 아이패드보다도 뛰어날 것을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닥터몰라는 기기의 배터리 성능을 객관적이고 실용성있게 비교하기 위해 실생활에 사용되는 여러 루틴으로 배터리 지속시간을 측정한다. 닥터몰라에서 측정하는 태블릿 배터리 측정 시나리오는 게이밍,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통한 비디오 스트리밍(Netflix), 웹서핑, 오피스 작업, 규칙적인 알림을 받는 환경에서의 대기 시간 등이다. 또, 이 작업들을 일정한 비율로 사용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표준 사용시간 역시 함께 제시한다. 아래 그래프는 실제로 이런 시나리오들로 측정된 새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들의 사용시간을 비교한 것이다.
새 아이패드는 오피스 작업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같은 화면 크기를 가진 아이패드 프로 9.7인치를 앞섰으며,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와의 비교에서는 게이밍, 오피스 작업을 제외한 시나리오에서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를 앞섰다. 특히 웹서핑, 영상 스트리밍은 엄청나게 큰 폭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프에는 표기되지 않았지만 알림 대기시간 역시 아이패드 프로 12.9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며, 아이패드 프로 9.7 모델을 앞섰다. 모든 시나리오를 적절한 비율로 합산한(한 시간 중 20분 대기, 5분 게이밍, 10분 웹서핑, 10분 비디오 재생, 15분 오피스 작업을 한다고 가정) 총 시간 역시 근소한 차이로 아이패드 프로 12.9 모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특기할만한 점은 새 아이패드 오피스 배터리 성능이 프로 모델들에 밀리는 것인데 이는 오피스 작업의 측정 방식에 기인한 것이다. 오피스 배터리 지속시간 측정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앱(워드, 파워포인트, 엑셀)을 통해 수행되는데, 정해진 표준 서식을 열고 키보드로 내용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수행된다. 이 때 스마트커넥터와 같이 물리적으로 키보드를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기의 경우 이를 이용해 테스트를 하고 그렇지 않은 기기의 경우 화면의 키보드를 이용해서 테스트를 수행한다. 이 때문에 키보드 입력만 받는 경우보다 화면을 터치하는 경우에 기기에 더 많은 연산 부하가 가해지기 때문에 스마트 키보드를 통한 입력을 수행하는 경우에 비해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하게 된다.
새 아이패드는 아이패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매우 훌륭한 배터리 성능을 보여준다. 배터리 사용시간, 대기시간 모두 매우 훌륭한 수치를 보여준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키보드를 연결할 수 있는 단자가 없음은 키보드를 통한 문서 작업 등에서 더 짧은 배터리 시간을 보여주게 하는데, 이는 아이패드 프로를 차별화시키는 요소 중 하나로 이해해야 할 듯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가 아이패드를 컨텐츠 소비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감안해보면, 새 아이패드의 배터리 성능은 일반적인 아이패드 사용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을 것이다.
디스플레이 : 트레이드오프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 중에서 디자인 부분에서 아이패드 에어 1의 금형을 그대로 사용하여 더 두껍고 무겁다는 것을 지적한 것을 제외하고, 성능과 배터리 지속시간 면에서 새 아이패드는 대부분 아이패드 에어 2 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부분은 그렇지 않다. 현대의 스마트 기기들에서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은 굳이 짚어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기존의 컴퓨터 시스템에서도 디스플레이는 가장 중요한 출력장치로써의 역할을 수행했고, 스마트 기기들에서 디스플레이는 가장 중요한 출력장치로써 기능할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입력장치로도 기능한다. 따라서 이런 디스플레이의 변화는 사용자에게 어쩌면 가장 잘 와닿는 변화일지도 모른다.
사진 : PC Authrority
새 아이패드는 아이패드 에어 1의 금형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아이패드 에어 1과 같이 커버글라스와 디스플레이 사이에 꽤 깊은 공간이 있다. 아이패드 에어 2와 아이패드 프로는 커버글라스와 디스플레이를 라미네이트 공법을 통해 접착시켜 이 공간을 없애버렸다. 이 에어갭은 부분은 눈에 잘 보일 뿐만 아니라 터치하는 지점과 화면 사이에 차이를 만들어 터치감을 미세하게나마 떨어뜨린다. 또 내부적으로 반사를 일으키는 지점이 되어 디스플레이의 화질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아이패드 에어 1의 문제로 지적되었던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의 터치감 역시 여전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새 아이패드는 아이패드 에어 2에서부터 적용된 진보된 반사 저감 코팅이 빠져있다. 아이패드 에어 2의 디스플레이는 반사율이 2.5%, 아이패드 프로 9.7의 경우 반사율이 1.7%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반면 아이패드 에어 1의 경우에는 이 반사율이 6.5% 정도로 에어 2의 그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사진 : Laptop Mag
반사율이 높아지면 주변광이 강할 때 화면의 가독성이 떨어지게 된다. 또, 커버글라스와 디스플레이 사이에 에어갭이 있으면, 커버글라스가 디스플레이에서 출발한 빛을 일부 반사시키기 때문에 이 역시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새 아이패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패드 에어 2에 비해 더 밝은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Laptop Mag에 따르면 새 아이패드 프로는 최대 470 nits의 밝기에 도달할 수 있는데, 이는 아이패드 프로 9.7인치 모델의 최대 432 nits의 밝기에 비해서도 더 밝은 것이다. 거기에 더해 새 아이패드의 디스플레이 품질 자체도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Laptop Mag이 측정한 색 정확도 정보에 따르면 새 아이패드의 디스플레이는 Delta-E 테스트 결과 평균 0.18의 스코어를 기록했다. Delta E는 색 좌표상에서 두 색간의 거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스코어는 미리 지정된 표준 색과 실제 화면에 표시되는 색 사이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당연히 이 차이가 없는 것이 이상적인 디스플레이고, 이 값은 낮을 수록 좋다. 새 아이패드가 기록한 0.18의 기록은 아이패드 프로 9.7인치의 1보다 더 높은 값이며, 아이패드 프로 9.7 모델이 아이패드 에어 2보다도 더 높은 색 정확도를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이는 놀라운 수치이다.
사진 : 애플
다만 새 아이패드의 경우 아이맥 5K, 아이패드 프로 9.7 모델과 아이폰 7 시리즈에 적용된 Display P3 색영역을 지원하지 않는다. 게다가 아이패드 프로 9.7인치에 도입된 주변광의 색온도에 맞춰서 화면의 색온도를 지정해주는 True Tone 디스플레이 기능 역시 지원하지 않는다. 이런 기술들은 여전히 아이패드 프로나 아이폰 등 애플의 플래그십 제품에만 들어가고 있으며, 새 아이패드가 플래그십이 아님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정리하자면 애플은 아이패드 에어 1의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했고 이는 특히 디스플레이 부분의 사용자 경험에 큰 영향을 주었다. 향상된 반사 방지 코팅이 사라졌고, 에어갭에서 발생하는 반사 역시 눈에 거슬린다. 특히 이런 반사가 높아지면 주변광이 강한 환경에서 가독성이 크게 떨어지는데 애플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패드 에어 2에 비해 더 밝고 높은 품질의 디스플레이를 투입해서 어느 정도 상쇄하려고 했다. 디스플레이까지 모두 기존의 제품을 재활용하면서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아이폰 SE와는 분명히 다른 제품이고, 애플이 이 제품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반사에 관련된 사안을 제외하면 새 아이패드의 디스플레이 품질은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하지만 반사에 관련되는 사용자 경험의 저하는 향상된 품질의 디스플레이가 가져다주는 만족감을 넘어선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평가이다.
결론 : 가장 합리적인 아이패드
사진 : 애플
지금까지 새 아이패드의 이모저모를 뜯어보았다. 분명 새 아이패드는 첨단 기술로 무장해 긱들을 즐겁게 해 주는 영역의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새 아이패드는 모든 영역에서 두루두루 탄탄한 기본기를 뽐내고 있다. 새 아이패드의 디자인은 아이패드 에어 1과 거의 같지만, 최신 아이패드 라인업과 디자인 언어를 공유하고 있으며 성능 역시 타사의 플래그십에 댈 수 있는 수준이다. 새 아이패드의 A9칩은 FinFET 공정으로 제조되어 전 세대인 아이패드 에어 2에 비해서 높은 성능을 제공하면서 더 낮은 전력만을 소모한다. 또, 낮아진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전력 소모량과 함께 물리적인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면서 역대 최고의 배터리 지속시간을 자랑한다. 디스플레이 측면에서는 라미네이팅 공법이 적용되지 않았고 반사방지 코팅 역시 빠진 것은 사용자 경험에 큰 영향을 줄 만한 요소이다. 이 부분이 새 아이패드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내부의 디스플레이는 늘어난 반사를 조금이라도 보완할 수 있도록 더 밝고 좋은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의 품질 향상이 가져다주는 만족감보다는 에어갭과 빠진 반사방지 코팅이 가져다주는 아쉬움이 더 크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 아이패드는 매우 매력적인 제품이다. 그 이유는 이 제품의 지향점이 플래그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애플의 9.7인치 신형 아이패드 제품 중 역대 가장 저렴한 43만원에 판매된다. 그러면서도 이 제품은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면에서 흠결이 없는 훌륭한 제품이다. 사실 애플은 이런 시도를 아이폰 SE에서 이미 한 번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디자인에 대한 평가를 떠나 한 세대 이전의 디자인을 탑재하고, 디스플레이 역시 재활용하면서 비판을 받았던 것처럼 아이폰 SE는 '보급형'의 느낌을 물씬 풍겼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새 아이패드는 이전 세대 제품의 디자인이긴 하지만 여전히 아이패드 라인업 전체와 같은 디자인 언어를 입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등의 핵심 부품은 오히려 지난 세대 제품보다 개선된 부품을 사용하는 등 아이폰 SE와는 또 다른 이미지로 다가온다. 새 아이패드는 줄어들고 있는 스마트패드 시장을 반전시켜보려는 애플의 비장의 카드이다. 과연 이 카드가 시장에 먹힐지는 둘째치더라도 새 아이패드가 가장 합리적인 아이패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처음 발표했을 때 경쟁사들은 아이패드가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나왔다는 사실에 대응하기 어려워했다. 당시로써는 아이패드의 499달러는 업계에 충격을 줄 만큼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최초의 아이패드가 발표된지 7년이 지나가는 이 시간동안 애플은 매우 많은 실험을 했다(링크). 그리고 애플이 찾아낸 답은 초심이었다.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교차점에서 빛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DrMOLA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참조
• 아이패드(2017) 자세히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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