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8일 목요일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감상평. 재미는 덜했지만 확실히 좋은 영화였던 시빌워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감상평. 재미는 덜했지만 확실히 좋은 영화였던 시빌워

마블 캡틴아메리카 시빌워를 봤습니다. 루소형제의 캡틴아메리카 윈터솔져를 재미있게 본터라 이번 시빌워도 무척이나 기대를 하고 봤습니다. 워낙 평도 좋은터라 더더욱 기대를 했었죠. 하지만 결론은 전 그닥 재미있게 보질 못했습니다.

[이 글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좋은 영화이고 잘 만든 영화인건 맞지만 일단 이 영화의 주인공인 캡틴 아메리카에게 감정이입이 안되다보니 재미가 반감이 되더군요. 또한, 소코비아 법안으로 시작된 대립의 주제가 나중에는 마치 복수, 우정 등의 개인의 일로 포커스가 집중되다보니(결국 마지막 다른 등장인물 들은 들러리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흐지부지 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초반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선택은 이해가 됩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정의 혹은 평화를 위해 쉴드 일원으로 행동하지만 결국 쉴드가 하이드라에 좌지우지 됐다라는 걸 실 경험으로 체험해버렸습니다. 그래서 UN이든, 국가든 어떤 조직을 신뢰하지 않게 된 것이구요.

반면 아이언맨은 혼자 일을 벌이다 많은 실수를 해왔습니다. 울트론을 만들어 소코비아 사태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니까 말이죠. 결국 혼자서는 완벽할 수 없다라는 것을 깨닫고 또, 자신을 보호하고 책임져줄 그 무언가가 필요했을 듯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아이언맨 시리즈는 물론 캡틴 아메리카의 영화이기 때문인지 주인공보다 더 많이 영화 중간중간 관련 장면을 넣어놨습니다.

초반 피해자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서 또는 그간 해온 많은 실수로 인해 힘들어하는 부분을 마지막으로 페퍼와 사이가 안좋은 부분까지 친절히 설명하기에 그의 선택이 이해가 됐습니다. 또한, 복수할 대상인 하이드라는 그의 괘멸된 상태에서 버키(윈터솔져)가 부모를 죽인 영상을 봤으니 세뇌에 의한 행동이기는 하지만 부모를 죽인 대상이 옆에 있다면 이성적인 생각은 못했을 듯 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도 방패를 두고가라는 아이언맨의 말이 꽤나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방패를 만들어준건 토니스타크의 아버지인데 이 방패의 마지막 일격으로 복수를 못하게 됐으니 말이죠.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의 행동은 쉽게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비록 타의에 의해서긴 하지만) 토니 스타크 부모를 죽인 것이 버키(윈터솔져)임을 이미 알고 있었던 캡틴 아메리카가 이 사건이 터질때까지 이해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이 숨기고 영화 초반 아니 그 전 영화부터 끝까지 버키만이 친구인 것처럼 감싸는 행동을 한 모든 행위들이 저로써는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즉, 아이언맨의 선택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꽤나 친절하게 오히려 몰입될 수 있도록 장면장면을 넣어놨는데 오히려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선택과 행동은 상당히 버키 보호에 치중한 느낌이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안돼 불편한 느낌을 많이 받게 됐네요. 결국 버키만이 친구다라는 듯한 그의 행동으로 인해 어찌보면 타당할 수 있는 소코비아 법안 반대에 대한 그의 지지가 다소 흐려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캡틴의 신념과 버키에 대한 과할 정도의 보호가 충돌하는 씬을 넣었으면 조금 더 감정이입이 잘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두번째는 비전과 스칼렛 위치의 까메오 출연입니다. 실제 까메오 출연은 아닌데 너무나 분량이 적고 능력치 역시 심할 정도로 너프를 당해서 비전과 스칼렛 위치의 중요도가 너무나 많이 떨어졌습니다. 특히 공항전투씬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으니 말이죠. 아이언맨팀인 블랙위도우, 비전, 워머신, 블랙팬서, 스파이더맨 그리고 캡틴아메리카 팀인 스칼렛 위치, 앤트맨, 팔콘, 버키(윈터솔져), 호크아이 6 대 6대결에서 모두 자신의 능력치를 보여주고 있는데 두 캐릭터만은(특히 비전은) 그렇지 못한 느낌입니다.

스칼렛 위치가 캡틴 아메리카 팀에 합류하게 되는 이유 역시 흐지부지 넘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잠시 울트론 편에 몸을 담았고 또, 이번 법안 상정의 원인이 되었던 스칼렛 위치에 대한 고민이 너무나 스리슬쩍 넘어가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팬이어서 그런가 더 아쉬움이 남네요.

비전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어벤져스2탄을 보면 그는 폭력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그가 옳다고 생각되는 부분에서는 분명한 행동을 하는 인물임을 마지막 남은 울트론을 없애는 마지막 장면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보여준 그의 행동은 마치 중립적인 정도의 수준으로 비춰집니다. 스토리 흐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합당한 이유나 차라리 스칼렛 위치에 대한 연정 등으로 인한 행동이었음을 짤막한 씬으로 넣어줬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등 역시 거의 들러리로 나온 점 들을 봤을 때 앞으로 더한 악당들이 등장할 경우 과연 이들의 분량을 어떻게 뽑아낼지 다소 걱정이 되네요.

중요한건 이건 제 생각이 이렇다라는 점입니다.

만약 캡틴 아메리카 혹은 그 팀에 감정 이입이 된다면 재미있게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엄청난 공항 액션씬이나 중간중간 나오는 스파이디와 앤트맨의 유머코드 그리고 전처와 현처를 떠올리는 버키와 팔콘의 티격태격 씬 등은 자잘한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추천을 하는 영화지만 어디에 감정이입을 하느냐에 따라 그 재미도가 더욱 배가 되거나 반감되는 영화가 될 듯 합니다.

영화에 있어 모호함이 참 중요한 요소이긴 한데요. 여기서는 어디에 감정이입을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관객들에게 일임하는 선택의 모호함을 안겨줍니다. 그 감정이입에 따라 안타까울 수도 슬플수도 또는 통쾌할 수도 있는 좋은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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