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3일 화요일

애인있는 여자를 사랑합니다. 어떡하나요?

복학 후 처음 듣는 교양수업. 영어와 별로 친하지 않은 저였지만 이제 전역도 했고, 나름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자 실용영어회화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오래간만에 들어온 강의실이라 쭈삣거리며 아무 자리에 앉았는데, 비어있는 제 옆자리 너머로 눈에 들어온 그녀. 커다란 눈망울에 그린듯한 속눈썹, 오똑한 코에, 앵두같은 입술까지... 그동안 제가 그려오던 그런 이상형이 제게서 한걸음도 안되는 곳에 앉아있었습니다.

 

곧이어 외국인 강사가 들어오시고... 자기 소개를 하고, 수업을 위한 자리 이동(?)이 있었습니다. 회화 수업이다보니 2명씩 짝을 지어 프리토킹을 하라고하는데... 그녀와 제자리는 두칸이나 떨어져 있었지만, 앞에서부터 2명씩 짝을 짓다보니 그녀와 제가 짝이 되었습니다. 좋은 징조다 싶었죠. 어색하게나마 영어로 말을 주고받고, 어줍잖은 농담을 하며 웃기도 하고...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제 말에도 잘 귀기울여주고, 항상 밝게 웃어주고... 그녀도 제게 마음이 없지만은 않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렇게 그녀와 함께하는 수요일 수업시간만을 기다리며 제 사랑 또한 남몰래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날 그녀에게 식사나 한번 같이하자고 했죠. 그녀는 흔쾌히 승락했습니다. 왠지 일이 잘풀리는것같아 느낌이 좋았죠. 함께 식사를 하고, 조용한 캠퍼스를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남자친구가 있는건 아닌지 불길한 마음이 드는거예요. 그래서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죠.

 

 

K군: 혹시 남자친구는 있니? 아, 오해하지는 말고...음... 없으면 내 친구 소개시켜주게...

 

S양: (살짝 웃으며) 네... 아깝게도(?) 있어요. 마음만 고맙게 받을께요.

 

K군: 그, 그렇지... 그래, 왠지 물어보면서도 있을꺼 같더라니까... 아하하하..;

 

 

애써 어색한 웃음으로 그자리를 모면했지만... 정말 실망이 컸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이렇게 마음이 간절하지 않을텐데... 이대로 포기해버리기엔 그녀에 대한 제 마음이, 아니 사랑이 너무 크네요. 어떨까요?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그녀도 제게 영 마음이 없는거 같진 않았는데 제게도 가능성이 있지않을까요? 아니면 일단 고백해보고 혹시 거절당하더라도 그녀 곁을 맴돌며 기회가 올때까지 기다려보는건 어떨까요? 요즘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는데... 하늘 끝까지 올라갔던 마음이 바닥까지 떨어져 내려간 기분입니다.

 

 

그보다 내가 그녀를 먼저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운명이란 어찌 이렇게 야속하단 말인가. 다만 당신의 죄라면 그녀를 늦게 만났다는것일뿐. 애인이 있는 여자를 사랑한다는 K군의 사연. 정말 고백을 해보는게 맞을까? 일단 고백부터하고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까?

 

 

1. 당신의 사랑, 정말 사랑일까?

 

그녀가 아니면 안될것같다. 아니, 그녀가 없이는 이 세상 모든게 의미가 없을것만같다. 이룰수없는 사랑이라 더욱 애틋하고 애절하다. 하지만 사랑이란 혼자서 하는게 아니라 둘이서 해나가는것. 아무리 당신 혼자 애틋하고 소중하다 할지라도 그녀는 당신에게 마음이 없는데 그것도 사랑이라 할수있을까?

 

"하지만 그녀도 제게 호의적이었다구요. 저 혼자만의 착각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데요?"

 

설혹 당신에대한 상대의 태도가 호의적이라 할지라도... 그저 주변의 좋은(?) 사람에 대한 예의바르고 보편적인 태도일지도 모른다면? 혹자는 짝사랑도 사랑의 범주에 들어간다지만... 기본적으로 사랑이란, 아니 모든 인간관계란 상대적이다. 가슴아프고, 애절하지만... 그녀 또한 당신에게 마음이 있는게 아니라면 그건 짝사랑 이상이라 부르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자신의 사랑이 소중하다면, 타인의 사랑도 소중한법. 어쩌면 그녀는 이미 그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사귀고 있을지 모르는데... 내 사랑이 소중하고 애틋하니,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해 상대방의 행복을 흔들어 놓겠다는건 이기적인 생각이다.


 

 

2. 골키퍼 있어도 골은 들어간다고?

 

축구 경기를 보면 수비수가 있어도, 심지어 골대를 철탑같이 지키고 서있는 골키퍼가 있어도 그 사이를 유유히 뚫고 들어가 그물망에 공을 차넣고야 만다. 골키퍼를 재치고 들어가 골망을 흔드는것. 축구는 원래 그런 경기다. 그래서 애인(골키퍼)있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을때 머리속으로 가장 흔하게 떠올리는 말이 바로 골키퍼 있어도 골은 들어간다는 말이다.

 

물론 당신이 동네 아저씨들이 조기축구하고 있는데 우연히 끼여들게된 메시나 호나우도라면 수비수가 있건말건 심지어 골키퍼가 둘이건 셋이건 그게 무슨 상관이겠느냐만은... 정작 당신은 동네축구 스타팅 맴버도 못되는 수준인데, 상대 골키퍼가 칸이나 반데사르 수준이라면... 정말 골키퍼가 있어도 골이 들어갈까?

 

애인있는 사람을 좋아할때 가장 쉽게 떠올리는 말이지만, 골키퍼도 골키퍼 나름이고, 공격수도 공격수 나름이란걸 꼭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3. 받아줄때까지 기다리면 어떨까요?


고백은 하고싶으나, 그런 상황이 아닐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한다. 둘이 사귀고 있지만, 어차피 사람의 인연이란게 만남이 있으면 결국 헤어짐이 있기마련이니 서두르지말고 그녀 주위를 맴돌며 천천히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는생각. 하지만 막말로 둘이 4,5년은 더 사귀고, 열애끝에 결혼까지하면 어떡하겠는가? 그때 가서는 둘이 이혼할때까지(윙?) 기다리겠단건가.

 

마음이 간다고, 놓치고 싶지않다고, 파봐야 우물이 나오지않는곳에서 땅을 파고 있는건 어리석은 행동이다. 당신은 아직 젊고,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길, 만나보지 못한 인연들이 얼마든지 있다. 굳이 어려운 길을 가지않아도 되는데 왜 힘들고도 어려운 길, 심지어 남의 손가락질까지 받는 길을 가려하는가? 결국 나라는 존재가 있어야 니가 있는것. 딴 사람을 사랑하는 그녀를 사랑하기보다, 우선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라. 자기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한다면 그 누가 그런 당신을 사랑해주겠는가?

 

 

 

물론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 놓치고 싶지않은 마음... 필자도 잘안다. 그리고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포기하기 어려운게 사람 마음이란것도 잘안다. 이뤄지지않는 사랑이 더 애틋한법. 슬픈 영화의 주인공이 된것같고, 안되는만큼 더 애틋하고, 애절한 당신의 그 마음도 잘안다. 하지만 당신의 슬픈 영화를 해피앤딩으로 바꾸고자, 다른이의 멜로영화에 흙탕물을 튕길수는 없지 않는가.

 

더이상 혼자서만 등장하는 슬픈영화는 그만. 당신만을 바라봐줄, 둘의 만남을 모두가 축복해줄... 그런 사람을 찾아라. 그리고, 이제부턴 당신만의 로맨틱코메디를 만들어나가라. 필자는 언제나 당신의 연애를 응원한다. 당신이 '되는' 그날까지... 라이너스의 연애사용설명서는 계속 된다. 쭈욱~

 

 

+자매품: 유부남에게 더 끌린다는 그녀,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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